“나의 작업에서 꽃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꽃의 숨은 의미나 상징은 매력적인 것으로 세상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매개체가 된다. 나에게 끊임없는 경이의 원천은 바로 ‘실재하는 것들’이다.”
장-미셸 오토니엘
국제갤러리는 2016년 첫 번째 전시로 2월 2일부터 3월 27일까지 프랑스 조각가 장-미셸 오토니엘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지난 2011년 이후 국내에서 5년만에 열리는 개인전으로써 그의 대표적인 유리조각 설치작품에서 회화에 이르는 작가의 폭넓은 예술세계를 반영하는 신작 10점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장-미셸 오토니엘은 1980년대 후반부터 사진, 조각, 설치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존재의 상실과 부재, 그리고 인간이 지니는 상처들을 주제로 다루어왔다. 그는 주로 유황, 왁스, 인과 같은 화려한 외형과 반대되는 독특하고 역설적인 성질을 지닌 재료들을 작품에 활용해왔으며1992년부터 본격적으로 유리를 주요 매체로 작업하기 시작하였다. 주요한 작품으로는 성 소수자들의 참여를 통해 인간의 내면적 상처와 아픔을 빨간 목걸이에 비유한 <상처-목걸이 (Le Collier-Cicatrice)>(1997), 개인의 사적인 역사를 반추하는 대상으로써 침대를 상정하여 이를 유리구슬로 제작한 <나의 침대 (Mon lit)>(2003)가 있다. 이후 2000년 후반에는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보다 추상적이며 공간 내에 역동적인 형상을 구현한 유리조각 설치를 진행하였다. 이 시점부터 오토니엘은 거울유리구슬을 주재료로 다루기 시작했는데, 그 대표적인 예로 정신분석학 이론을 기반으로 한 인간의 욕망과 잠재의식에 대해 다룬 <라캉의 매듭 (Lacan’s Knot)>(2009) 연작들이 있다.
특별히 이번 국제갤러리 개인전은 작가의 작품세계에서 본질적이고 중요하게 탐구되는 ‘꽃’을 주제로 하며, 나아가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꽃의 내면적인 의미와 상징을 심화시킨다. 오토니엘은 이번 전시 준비를 위해 여러 해 한국을 방문하며 연꽃이 상징적으로 지니는 다각적인 (문화적, 종교적) 의미에 대해 많은 영감을 받았다.
대표적인 전시작품인 <검은 연꽃 (Black Lotus)>은 프랑스의 낭만주의 시인 보들레르의 ‘악의 꽃’ 과 랭보의 ‘보이지 않는 찬란함’에서 영감을 받아 모순된 단어의 조합에 양가적인 가치를 표현한 작품이다. 이는 유리로 주조된 대형 설치작품과 함께 금박을 입힌 캔버스 위에 석판화 잉크로 겹겹이 채색한 평면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검은 연꽃> 설치작품은 작가가 진행해 온 유리 구슬 조각들의 일환이지만, 기존의 유리가 아닌 산화 처리된 알루미늄으로 제작되어 육중한 느낌을 전달한다. 또한 검은색, 보라색 등 어두운 색으로 채색됨으로써 정화, 깨달음, 깨끗함과 같은 연꽃의 본래 가치들을 더욱 극적으로 드러낸다.
특히 5점의 <검은 연꽃> 평면 작품은 서양의 캔버스와 검은 석판화 잉크를 활용하여 동양의 서예가 지니는 기운생동의 기질과 먹이 지니는 이미지 너머의 내면적인 부분, 곧 정신적인 측면을 나타내고자 시도한 작품이다.
다른 색채들의 연꽃 연작은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형상들을 기반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황금 연꽃 (Gold Lotus)> 은 미국 보스턴 소재의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미술관의 정원과 샌프란시스코의 온실 식물원에 설치된 작품 <바람의 장미 (La Rose des vent)> 와 맥을 같이한다. 조각 상단의 꽃 형상 유리조각이 바람에 따라 회전하는 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바람이라는 자연적인 요소를 작품에 적극 개입시킴으로써 자연 현상이 작품의 일부이자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의도하였다.
그 외 공중에 설치되는 거울유리 작품 <푸른 매듭 (Blue Knot)> 과 <홍색연꽃 (Pink Lotus)>은 거울유리로 제작된 유연한 곡선의 매듭 작품으로, 반사되는 빛으로 환상적인 느낌을 연출하며 화려한 외형을 통해 인간의 시각적인 욕망을 반추한다. 동시에 이 작품들은 자연의 유기적인 형태와 유리가 지닌 소재의 특징에 따라 강직함과 섬세한 떨림을 동시에 환기시키는 복합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다.
장 미셸 오토니엘은 1964년 프랑스의 중동부 생테티엔 (St. Étienne) 태생으로 어려서부터 예술가 집안에서 자라나 일찍이 예술가의 길을 걷기 시작하였으며 1989년 프랑스 파리-세르지 고등미술학교 (École Nationale Supérieure d’Arts, Cergy-Pontoise)를 졸업하였다. 1985년부터 조각과 설치, 미디어 작품으로 꾸준히 전시 활동을 하였으며, 유황을 소재로 한 조각작품으로 1992년 독일의 카셀 도큐멘타에 참가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였다. 1990년대 초반 이탈리아에서 수준 높은 유리가공 기술을 접한 이후 유리를 이용한 작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고, 1990년대 후반부터 유리로 목걸이를 만드는 독창적인 작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해왔다. 2011년 첫 회고전으로 파리 퐁피두 센터에서 열린 «My Way»전을 시작하여 서울 삼성미술관 플라토와 일본 하라 현대미술관, 이어 마카오와 뉴욕에서 순회전을 가졌다.
오토니엘은 다양한 공공기관과의 프로젝트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2000년에는 파리 지하철 개통 100주년을 기념하여 팔레 루아얄-루브르 박물관 (Palais-Royal – Musée du Louvre)역에 무라노 유리와 알루미늄으로 지하철 입구를 제작한 작업 <야행자들의 키오스크 (Kiosque des Noctambules)>를 통해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또한 2015년에는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에 <아름다운 춤 (Les Belles Danses)>를 영구적으로 설치하여 동시대의 영향력 있는 작가로 이름을 올렸다.
최근 주요 전시로는 2015년 미국 보스톤 이사벨라 스튜어드 가드너 미술관 «Jean-Michel Othoniel : Secret flower sculptures» 개인전, 2013년 프랑스 파리 팔레드도쿄 «Nouvelles impressions de Raymond Roussel» 단체전, 2010년 서울 국제갤러리 «Jean-Michel Othoniel, Xavier Veilhan» 2인전, 2010년 프랑스 메츠 퐁피두 센터 «Chefs-d’œuvre? » 단체전, 2009년 제 53회 베니스 비엔날레 «Glasstress» 등이 있다. 주요 소장처로는 프랑스 파리의 조르주 퐁피두 센터와 카르티에 재단을 비롯하여 미국 뉴욕의MoMA와 뉴욕 공립도서관, 벨기에 보고시안 재단, 서울 삼성미술관 리움, 중국 상하이 부디텍 유즈 미술관, 이탈리아 베니스 페기 구겐하임 컬렉션 등이 있다.

Black Lotus, 2015, Black anodised aluminium cast, steel, 150 x 150 x 150 cm
Photo by Antoine Cadot

Purple Lotus, 2015, Mirrored glass, stainless steel, 130 x 120 x 120 cm
Photo by Antoine Cadot

Gold Lotus, 2015, Aluminium cast, gold leaves, painted steel, 360 x 230 x 180 cm
Photo by Antoine Cadot
출처 - 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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