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명은 개인전 : 방안을 새까맣게 하니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BMW포토스페이스

2018년 6월 4일 ~ 2018년 8월 11일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보다 못하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에게 본다는 것은 세상을 판단하는 중요한 수단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본 것을 정말로 알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전명은의 이번 전시는 시각 장애인들과 함께한 프로젝트에서 시작한다. 그들의 머릿속에 시각화 된 이미지는 어디서부터 오는지, 그 정체는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은 특정 감각이 부재하거나 혹은, 극대화된 상황에 위치한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의 세계를 극복하고 확장시키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소설가 오에 겐자부로가 오랜 친구인 음악가 다케미쓰 도루의 죽음에 부쳐 쓴 시 『’그리운 시절’로부터 답장은 오지 않는다』에서 가져온 전시명 “방안을 새까맣게 하니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는 오에의 소설 세계 전반에 나타난 극복의 메세지이자, 전명은이 표현하고자 하는 감각의 확장과 극복에 대한 함축적 메시지라 볼 수 있다. 

폴리아티스트(Foley Artist)는 영화에서 효과적인 장면 연출을 위해 다양한 사물들로 영상의 효과음을 재창조한다. <새와 우산>(2015)에서는 폴리아티스트들이 효과음을 만드는 과정과 도구를 촬영했다. 그들의 작업실에서 우산은 새의 날개짓이 되고, 녹말 가루는 눈 밟는 소리로 변한다. 그 과정에서 사물이 가지고 있던 본래의 쓰임새와 형태는 사라지고 청각을 통해 또 다른 이미지로 변한다. 작가는 이를 통해 우리의 인식 체계가 시각적 감각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닌 머릿속에서 사물을 해석하는 것에서 시작됨을 말한다.

<누워있는 조각가의 시간>(2017)과 <안내인>(2017)에서는 우리의 시각을 촉각화하고 촉감을 또다시 시각화한다. <누워있는 조각가의 시간>은 조각가였던 작가의 부친이 남기고 간 석고 모형을 렌즈를 통해 관찰하고 촬영한 작업이다. 석고 모형의 질감이 손끝에 그대로 느껴질 듯한 이미지들은 조각가가 남기고 간 모형이 실제로 만들어지기 위해 펼쳐졌을 움직임의 시간을 생각하게 한다. 동시에 부분적으로 촬영한 형태를 통해 사진에 나타나지 않은 조각의 이면을 상상하도록 만든다. 메마른 나무 가지의 가시가 마치 춤추는 무용수처럼 보이는 <안내인>에서는 촉각적 감각이 더욱 강조되어 살아 움직이는 생명력이 느껴진다. 

전명은은 이번 전시 《방안을 새까맣게 하니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에서 <새와 우산>, <안내인>, <누워있는 조각가의 시간>, 그리고 <그 사진은 어디로 갔을까>를 통해 다양한 감각을 교차시켜 보여줌으로써 우리를 공감각의 세계로 안내한다. 작가가 보여준 이미지들은 하나의 고정된 이미지로 남아있지 않고 끊임없이 우리의 감각과 인지과정에 질문을 던지면서 또 다른 감각으로 확장될 것이다.

출처 : BMW포토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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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작가

  • 전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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