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이렌의 노래: 반짝이는 불협화음>는 이질적이지만 매혹당할 수밖에 없는 세이렌과 오디세우스에 관한 신화에서 출발한다. 오디세우스는 낮의 질서와 빛을 강조한 동일성과 지배의 세계를 상징하고, 이와 반대로 세이렌은 타자를 의미하며, 낯선 곳으로 이끄는 매혹의 목소리이다. 세이렌의 노래가 오디세우스에게 위험하다고 여겨지는 이유는 그녀의 목소리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회 규칙, 질서, 규범에서 벗어난 세이렌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우리에게 불필요하고 불편한 환대받지 못한다. 작가는 거리를 걷고 이야기를 나누는 가장 작은 행위를 통해 사소한 것, 별 의미를 갖지 않다고 여겨지는 장소와 사물을 수집하고 기록하는 여정을 시작한다. 전근대적 공간인 옛 시장이나 오래된 집, 점차 사라지는 소규모 가게들, 그리고 거리로 폐기되는 물품들까지 도시에는 다양한 종류의 세이렌이 존재한다. 작가가 대전 원도심 지역에서 빈번하게 접한 세이렌은 경계 구조물들이다. 집이나 텃밭, 가게 앞에 놓인 콘크리트, 벽돌, 폐타이어, 양철통, 폐목재 등 산업폐기물로 구축된 구조물은 개인의 영역을 보호하는 경계로서 작용한다. 수호신이자 영역의 경계를 알리는 이러한 구조물과 대전에 편재되어 있는 토템의 기능과 목적에서 유사점을 찾고, 도시-토템이라고 부른다. 이것의 기원과 의미를 추적하기 위해,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그들이 기억하고 경험한 이야기를 수집하는 과정을 통해 도시-토템은 단순한 사물이 아니라 사라져 가는 것을 지키고 유지하는 사람들 그 자체가 된다. 이들의 이야기는 원도심의 사물, 사람, 장소를 하나로 잇는 흐름을 구성하고, 그것들이 사라지는 죽음의 폭력으로부터 구할 수 있는 힘을 갖는다. 이 전시에서 작가는 유용성을 잃은 사물, 개인의 잊혀져 가는 기억, 그리고 사라지는 장소에서 발췌한 이미지와 이야기를 비선형적 구조로 변형, 해체, 재구축을 통해 도시-토템을 만든다. 이러한 불확정성은 일상에 교란과 교섭을 일으켜 들리지 않았던 반짝이는 불협화음을 갖고 있는 세이렌의 노래를 소환해낼 것이다.
출처 -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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