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청년 전태일기념관은 전태일 50주기를 맞아 현대미술전 《따로-같이》를 개최합니다.
전태일 50주기, 2020년은 재난으로 물들었습니다. 우리는 생존에 대한 고민을 한순간도 떨쳐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각자 위치에서 전염병, 기후 이변, 차별과 경제 위기에 ‘사회적 연대’로 견디고 또 싸우고 있습니다. 전태일의 생은 ‘공존’에 대한 고민과 실천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고통에 공감했으며, 투쟁으로 실천했으며, 이소선 어머니와 전태일의 친구들이 실현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전태일 정신으로 인간 중심의 연대를 넘어 우리 삶을 둘러싼 유기체와의 공존을 생각할 때입니다.
<따로-같이>는 같은 시간 속에서 따로 살아가는 유기체와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 생각해봅니다. 한국 현대미술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네 명의 시각예술가에게 공존을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지, 혹은 실천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작가들은 과일, 동물, 식물 등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유기체들을 통해 공존에 대해서 각자의 시각에서 풀어냅니다.
반재하는 사과의 유통 과정을 영상으로 담고, 상처가 나거나 상한 사과의 정물 사진을 전시합니다.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막 수확된 과일도 불과 하루 이틀 만에 집 앞으로 배달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산지직송’, ‘신선함’ 같은 이미지에 부합하지 않는 과일은 버려집니다. 반재하는 상처 난 과일을 선택하여 유통과정에 가려진 노동을 보여줍니다.
영역동물인 고양이가 어쩌다 이미정의 작업실에 들어오면서 그는 작업실 안팎의 고양이들을 만나게 됩니다. 2년을 두고 고양이와 점점 유대관계를 형성해온 자기 경험을 시각예술 언어로 변환합니다. 같은 시간 속에서 다른 체계로 살아가는 생물들이 공존하는 방식을 관찰하고, 고양이를 모티프로 사람의 삶의 양식이 반영된 구조물과 드로잉을 전시합니다. 기능과 효용에서 빗겨 난 구조물을 상상해봄으로써 인간의 관점과 고양이 시점을 오갑니다.
강은영과 송보경은 같은 시간 속에서 다른 체계로 살아가는 생물들이 공존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을 상상하고 협업을 통해 실천에 옮깁니다. ‘식물상점’의 운영자이기도 한 강은영은 식물의 시각적 가능성을 식물 자체와 판화 등의 매체를 통해 탐구해온 작가입니다. 이번 전시에서 구매와 판매 과정에서 소외되었던 ‘잡초’와의 공존을 실현합니다. 평소 어디선가 날아온 풀씨, 자라난 풀을 쉽게 뽑을 수 없었던 그는 잡초들의 이름을 찾고, 잡초가 제대로 살 수 있는 조건을 찾아 전시장에서 살도록 환경을 조성합니다. 송보경은 분갈이 이전의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기념관의 휴식공간에 전시하여 기능이 있는 일상적 공간을 전시공간으로 전환합니다.
<따로-같이>를 관람하는 동안 내가 살아가는 환경의 사람들, 동물과 식물들, 그리고 이 모두를 에워싼 사물과 관계 맺는 다양한 방식을 그려볼 수 있습니다. 어느 작가의 말처럼 따로도, 함께도 좋은 삶이 연대일 수 있음을 떠올려보면서 말입니다.
“나는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감정에는 약한 편입니다.
조금만 불쌍한 사람을 보아도 마음이 언짢아 그날 기분은 우울한 편입니다.
내 자신이 너무 그러한 환경들을 속속들이 알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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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수기 중
참여작가
강은영 x
송보경, 반재하, 이미정
출처: 아름다운청년 전태일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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