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시는, 이름을 얻지 못한 ‘뼈와 영혼’이 반도의 산천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정경빈은 2023년부터 국내의 민간인 학살 지역을 다니며 이야기와 이미지를 수집하고 있다. 전시 제목은 대전광역시 모처의 골짜기에서 수많은 유해가 발견된 사건에서 착안했다. 대전의 ‘골령골’은 한국 전쟁 발발 직후 수천의 민간인 학살이 자행된 한 지역을 가리키며, 최근 유해가 발굴된 구덩이 8개의 길이를 합치면 약 1km에 달해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이라고도 불린다. 전시 《산을 휘감는 가장 긴 무덤》은 한낱 괴담이 아니라, 역사적 실체로서 자리하는 발 아래 무덤들, 죽음들을 상기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풍경의 이면에 묻힌 살들을 드러내고, 땅을 헤집고 벌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드러내기를 그림으로써 고심한다. 그렇게 땅이자 무덤인, 살이자 땅인 풍경을 그린 그림들은 일종의 ‘수습’을 시도한다. 거의 사라진, 조각이나 가루의 수준에서 가까스로 존재하는, “남은 뼈(遺骸)”를 수습하는 일 말이다. 그것은 과거를 ‘기억하라’는 명제를 던지기 전에, 우리가 닿아 있는 현재의 땅을 더듬어 다르게 바라보기를 우선 촉구한다.
참여작가: 정경빈
기획/글: 허호정
그래픽 디자인: 개미그래픽스(김은지)
책을 만든 사람들: 김은지, 정경빈, 허호정
사진: 양이언
주최, 주관: 정경빈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출처: 갤러리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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