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나 개인전 : 긴 머리와 그보다 더 긴 혀를 가진 동물의 실종 Haena Jung : The Vanished Animal with Long Hair and even a Longer Tongue

OCI미술관

2020년 7월 23일 ~ 2020년 8월 15일

OCI미술관(관장: 이지현)은 2020 OCI Young Creatives 선정 작가인 정해나 개인전 《긴 머리와 그보다 더 긴 혀를 가진 동물의 실종》을 개최한다. 오는 7월 23일부터 8월 15일까지 OCI미술관 1층 전시장에서 개최되는 이번 전시에는 16점의 회화 작품과 1권의 책자가 선보인다.

‘긴 머리와 그보다 더 긴 혀를 가진 동물’은 여성을 뜻하는 러시아 속담으로, 정해나는 이 전시에서 ‘털을 가진 동물’이 사라진 사건을 추적하는 잠입 형사의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다. 

정해나의 창작 속 가상 인물인 형사는 실종자를 찾기 위하여 어느 창작스튜디오에 소설가로 위장하여 입주한다. 분명 세상에 존재했으나 그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고, 세상에 흠집 하나 내지 못하고 흔적 없이 증발해버린 이들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기필코 사건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잠입한 형사는 어느덧 제법 그럴듯한 작가(소설가)의 태도를 취하며 점차 사건의 본질에 다가간다. 

계절의 흐름에 따라 기승전결의 구도를 갖춘 이번 전시에서 정해나는 사건의 장면마다 그림을 그려 시각 이미지로 구현한다. 특히 〈연회장의 밤〉 연작에서는 실재하는 창작스튜디오의 현대적 건물을 배경으로 옛 그림에서 나올 법한 짙은 안개와 영롱한 구름, 기암괴석과 하늘거리는 여인의 옷차림 등이 중첩되어 몽환적인 시공간으로 연출된다. 마치 옛이야기를 담은 『요재지이』나 『아라비안나이트』를 눈으로 보는 듯 우화적이고 전설적인 묘사로, 작가는 이를 위하여 먹과 호분 등과 같은 재료뿐만 아니라 연회도, 기명절지도, 사녀도 등 동양 전통화의 양식을 차용하였다. 

은유적으로 에둘러 표현되었지만 실상 여기에는 사라지는 여인들, 매일 아침 뉴스에서 접하는 비자발적• 강제적 실종은 물론이거니와 점차 사라지는 여성 작가들과 주변인에 대한 의구심과 항변이 담겨있다. 현실에서 사회적 주변부에 가해지는 세상의 부조리와 무관심 앞에서, 알고 있지만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있듯, 정해나의 작품 속 형사 역시 이 사건의 전말을 비밀스럽게 간직하며 긴 침묵 속으로 빠져든다. 모종의 음모를 짐작하게 하지만, 그 누구도 발설하지 않는 진실이다. 

본인의 경험에서부터 작품의 소재를 찾아 발전시키는 정해나는 최근 침묵과 여성의 삶에 대한 문제에 집중해 왔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세 번째 개인전으로, 작가는 서울대 동양화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과정을 이수했다. 구체적인 사건을 상정하여 더욱 성숙한 스토리텔링과 섬세한 필치를 선보이는 이 전시에서 작가는 사회적 이슈가 어떻게 예술적 형식으로 승화될 수 있는지, 그리고 젊은 여성 작가에게 부과되는 녹록지 않은 현실 삶의 무게를 어떻게 가까스로 인내하는지를 글과 그림으로 깊이 있게 보여준다. 

출처: OCI미술관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참여 작가

  • 정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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