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ZERO

포항시립미술관

2019년 9월 3일 ~ 2020년 1월 27일

포항시립미술관은 포항 시승격 70년, 시립미술관 개관 10년을 기념하기 위해 <제로ZERO>전을 기획했다. ‘제로’(ZERO)는 1950년대 후반 독일 뒤셀도르프(Düsseldorf)에서 태동한 ‘국제미술운동’이다. 참혹한 세계대전을 경험한 유럽 전역에서는 전통미술과 결별을 선언한 여러 급진적 미술운동들이 일어났다. 미술가들은 전쟁으로 단절되고 왜곡된 전통미술과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하고, 변질된 미술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들을 펼쳤다. 그 중 가장 지속적이며 국제적인 영향력을 떨쳤던 것이 제로이다.

1958년 독일 미술가 하인츠 마크와 오토 피네는 숫자 ‘영’(0)을 뜻하는 ‘제로’(ZERO)라는 제목의 미술 매거진을 출판했다. ‘무’(無)를 뜻하는 제로에는 무전제적이며 절대적으로 순수한 예술의 토양에서 완전히 새롭게 출발하겠다는 미술가들의 확고한 의지가 투영되어 있다. 미술가와 미술이론가들의 글이 수록된 제로 매거진은 1958년과 1961년 걸쳐 모두 세 차례 발간되었으며, 개별 호의 출판에 맞춰 여러 국가출신의 미술가들로 구성된 전시회가 함께 진행되었다. 출판을 매개로 국제적인 미술가들의 네트워크가 형성되었다. 전시와 행위예술, 관람객들이 참여하는 이벤트 등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형식들이 실험되었다. 1966년 제로의 활동이 공식적으로 종결될 때 까지 유럽과 아메리카, 아시아 대륙의 10여개 나라에서 온 40여명 이상의 미술가들이 제로의 활동에 동참했다. 특히 이브 클라인, 피에로 만초니, 루치오 폰타나 등과 같이 국제적인 명성을 떨쳤던 미술가들은 제로가 태동하는데 결정적인 미학적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포항시립미술관과 독일 뒤셀도르프의 제로파운데이션이 공동으로 기획한 이번 전시에서는 제로의 미술사적 의의를 폭넓게 조망하기 위해 마크, 피네, 위커를 포함해 제로운동에 참여했던 주요작가들의 대표작 48점(47점)을 소개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예술과 미술이 용합되고 빛이나 움직임 등과 같은 비물질적인 재료가 작품에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하인츠 마크는 알루미늄의 재료적 특징을 이용해 빛과 움직임이 서로 유기적으로 작용하는 조각 작품들을 선보인다. 오토 피네의 공간연출은 무한한 우주적 세계를 펼쳐 보이고, 귄터 위커의 키네틱 작품은 무한 반복적으로 돌아가는 기계적 움직임이 생성하고 소멸시키는 찰나의 미적 경험을 가능하게 해 준다. 이와 함께 제로에 동참했던 미술가들의 실험적 작품들은 미술이 어떠한 방식으로 외연을 확장해 왔는지 보여준다.

지난 반세기 포항은 철강 산업을 통하여 한국의 고도 경제성장을 이끌어 왔다. 새로운 천 년이 시작된 이래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은 4차 산업혁명을 일으켰고, 이는 경제구조는 물론 세계를 인식하는 틀과 생활양식의 급진적인 변화로 이어졌다. 산업화를 이끌었던 포항은 지금, ‘탈산업화 시대’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 같은 뜻을 담아 미래 포항의 비전을 미술사적으로 가장 잘 반추해 주고 있는 국제적인 미술운동 ‘제로’(ZERO)를 아시아 미술관으로는 처음으로 포항시립미술관에서 소개한다.

참여작가: 하인츠 마크, 오토 피네, 귄터 위커, 베르나르 오버텅, 루치오 폰타나, 오스카 홀베크, 발터 르블렁, 아돌프 루터, 피에로 만초니, 알미르 마비니에르, 크리스티안 메거트, 울리 폴, 한스 잘렌틴, 제프 베르하이옌, 난다 비고

출처: 포항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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