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안나 바스콘셀로스: Soft Power, Silent Stories

뉴스프링프로젝트

2025년 12월 18일 ~ 2026년 1월 18일

뉴스프링프로젝트는 2025년 12월 18일부터 2026년 1월 18일까지 포르투갈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 조안나 바스콘셀로스의 특별기획전을 개최한다.

1971년 파리에서 태어나 현재 리스본을 기반으로 활동해온 바스콘셀로스는 지난 30여 년간 조각, 설치, 오브제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독창적 조형 언어를 구축해 왔다. 그의 작업은 오랫동안 사적 영역에 머물러 온 재료와 제스처를 공적 공간으로 이끌어내어, 여성의 사회적 지위, 소비문화, 개인과 공동체, 정체성과 같은 삶의 복합적 층위를 탐구하는 데 초점을 둔다.

냄비, 플라스틱, 직물, 레이스와 같은 일상의 사물들은 바스콘셀로스의 섬세한 개입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은, 조각 혹은 정교한 설치 작업으로 재탄생한다. 이는 전통적으로 여성, 특히 포르투갈 여성에게 주어졌던 역할을 비평적으로 성찰하게 하는 동시에, 가사·수공예와 같이 낮고 기능적인 것으로 인식되어 온 영역을 예술의 범주 안으로 불러들여 공적 담론으로 전환하는 역할을 한다. 바스콘셀로스에게 예술은 여성의 신체적·정신적 영역을 제한해 온 구조를 재정의하는 과정이자, 사적 공간에 머물던 경험과 기억을 공적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일종의 해방적 실천이다.

그의 작업에서 장식적 요소는 단순한 미감의 차원을 넘어, 기억과 정체성, 보호와 구속이 교차하는 상징적 매개로 기능한다. 특히 뜨개와 코바늘 레이스는 과거 포르투갈 여성들에게 제한된 표현 수단이자 자율성을 모색하던 도구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문화적 기호로 자리한다. 바스콘셀로스는 이를 예술의 중심부로 위치시키며, ‘가정 내 노동’과 ‘기술로서의 공예’를 재조명하고 동시대적 언어로 그 의미를 확장한다.

점차 스케일을 확장해 온 조각적 실험은 바스콘셀로스 작업의 핵심 전략 중 하나다. 세대 간 이어져 온 침묵과 금기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확대된 규모를 담론적 매개로 전환하며, 특유의 섬세한 디테일과 공예적 감각을 유기적으로 직조하여 전시 공간 전체를 재구성하며 새로운 공간적 질서를 부여한다.

이번 전시는 바스콘셀로스가 축적해온 조형적 탐구와 사유의 흐름을 집약적으로 조망한다. 뜨개질의 물성을 기반으로 조형적 구조를 유연하게 확장한 〈Pantelmina #2〉(2001), 소비사회의 매혹 아래 은폐된 공허를 가시화하는 〈Sugar Baby〉(2010), 기하학적 타일과 직물로 구성된 유기적 구조체가 공간의 경계를 잇는 〈The Door〉(2010), 구조적 정교함을 바탕으로 구축된 혼종적 조각 〈Victoria〉(2008) 등 네 점의 대형 설치작을 포함해, 총 10점의 조각·설치·회화 작품을 선보인다.

바스콘셀로스는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로 규정하지 않지만, 그의 작업은 자연스럽게 여성의 노동과 지위, 일상의 공간, 사회적 정체성을 비평의 장으로 이끈다. 이러한 관심은 성별의 범주를 넘어 인간의 권리, 공동체, 그리고 문화적·인류학적 질문으로 확장된다. 재료의 물성과 행위의 상징성이 공존하는 그의 조형 언어는 동시대 사회에서 문화·기술·감정이 교차하는 지점을 예리하게 포착하며, 유머와 아이러니를 통해 익숙한 사물의 본질을 능동적으로 사유하도록 한다.

바스콘셀로스의 작품은 직접적 메시지보다 조용한 암시를 통해 사유의 여지를 남긴다. 작가 특유의 ‘부드러운 힘(Soft Power)’은 공예적 기법과 일상적 물성의 잠재성을 드러내고, 사물에 응축된 ‘침묵의 이야기(Silent Stories)’는 관객의 경험 속에서 비로소 완성된다. 《Soft Power, Silent Stories》 전은 그의 예술 세계가 한층 응집된 서사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며, 오랜 시간 축적된 조형적 실험과 사회적 성찰을 오늘의 시점에서 다시 환기한다.

조안나 바스콘셀로스는 시대를 관통하는 직관으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며, 우리가 어떤 존재였고 어떤 존재로 살아가야 하는지 질문한다. 이번 전시는 그러한 질문에 응답하는 장을 열며, 더 넓은 가능성을 향한 감각적 지형을 제시하고자 한다.

참여작가: 조안나 바스콘셀로스 Joana Vasconcelos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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