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형 : 선의 조율

갤러리도스

2020년 6월 3일 ~ 2020년 6월 9일

제어된 힘
갤러리도스 큐레이터 김치현

조재형은 쇠를 두들겨 가공하는 원초적인 방법을 통해 도시의 이미지를 담아냈다. 지하를 가득채운 수도관과 지상을 붙잡고 하늘로 솟아오른 건축물의 뼈대는 직선들이 마주치며 결합되어 있다. 동시대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현대의 공간은 이처럼 건물의 단면도부터 기계의 회로에 이르기까지 철의 선으로 채워져 있다. 손가락 끝으로 얇은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누르며 살아가는 첨단의 시대이지만 그 모든 근간에는 인간의 신체구조가 빚어내는 힘의 방향과 근육에서 비롯되어 중력을 따라 내리치는 단순한 힘이 있다. 

작품은 쉽게 절삭되어 순하게 길들여진 금속이 아니다. 가벼이 어루만질 만큼 부드럽고 연하게 다듬어지지 않았다. 불꽃과 충격을 버티며 연마된 표면은 도구의 무게로부터 받은 철의 투박함과 사람의 감각으로 조정된 정교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울긋불긋한 표면은 두들겨질 당시의 온도를 머금으며 지구의 품에서 비롯된 재료가 지닌 인내의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미묘한 요철로 가득한 철의 피부는 사람의 편리에 친화적인 장식적이고 매끈한 광택 대신 어깨를 저릿하게 흔들며 몸을 타고 흐르는 열기와 힘의 파동이 숨김없이 새겨져있다. 가구가 뒤틀린 듯 변형된 형태는 관객으로 하여금 마냥 편안히 감상하도록 허락하지 않는다. 익숙한 부분을 찾으며 습관적으로 용도를 유추한다면 그러한 시선을 개의치 않은 불규칙적인 세부형태가 만들어낸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재료가 지닌 차갑게 식은 단단함과 날카로움은 매 모서리마다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작품이 차지하고 있는 공간을 가로지르는 철골 구조는 철판형태가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강한 힘으로만 채워질 수도 있었던 작품의 무게감을 분산시켜 주는 동시에 시각적으로 차분히 정리하며 힘의 균형을 리드미컬하게 조절한다. 형태의 가장자리에 맞추어 절단되지 않고 비죽하게 튀어나온 철근과 구부러진 철판은 사람이 정한 합리적인 규칙을 무시하고 금속이 지닌 부동성을 깨트리는 동시에 작품에 유기성을 불어 넣는다. 작가가 작품을 구축하는 과정은 서로 맞물리는 모양이거나 결합부가 있어야 합쳐질 수 있도록 가공된 기계의 작위적인 정밀함이 아니다. 쇠와 쇠의 만남은 용접이라는 열과 압력으로 이루어진 근원적인 힘으로 인해 형태가 끝나는 부분에서 마저 예측불허의 확장성이 부여된다. 얼핏 심미성을 위해 무작위하게 합쳐졌다고 여겨질 수 있는 구조는 사람의 섬세한 계산과 균형을 부여받은 채 그 어떤 지지대의 보조가 필요 없이 작품스스로 안정적이고 견고히 세워져 있다.

생활에 필요한 금속은 용도에 맞는 난입만을 허락하며 설치된 공간을 남김없이 차지하고 있다. 목적이라는 단순한 이유는 우리로 하여금 가공된 목재나 플라스틱으로 빈틈없이 포장된 형태에서 편안함을 느끼도록 길들였다. 하지만 작가가 만든 현대공간을 닮은 작품에는 틈이 존재한다. 환경에 휘둘릴 만큼 유약하지 않으면서 작품 너머의 공간이 함께 보이도록 제작되었다. 재료를 다루는 힘은 굳세고 단단하지만 작품의 구조는 주변과 어우러지며 유려함이 돋보인다. 쉽게 얻고 빠르게 지나가는 이미지의 흐름에 길들여진 오늘의 도시를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조재형의 금속은 오래도록 잊고 있었던 모두의 혈관을 타고 흐르는 꾸밈없는 힘을 느끼게 해주며 첨단의 속도조차 밀어내지 못한 무게를 보여준다.

출처: 갤러리도스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참여 작가

  • 조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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