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양 개인전 : Latent Image

갤러리밈

2016년 6월 15일 ~ 2016년 6월 28일


욕망의 음화陰畫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dscura는 ‘어두운 방’이라는 의미의 라틴어이다. 카메라 루시다Camera Lucida는 ‘밝은 방’이라는 의미의 라틴어이다. 도대체 어두운 방과 밝은 방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

고대의 인류는 다양한 지역에서 어두운 방에 작은 구멍을 뚫어주면 빛에 의해 상이 상하좌우로 뒤집혀 반대쪽 면에 상이 맺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많은 예술가와 과학자들은 이처럼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자발적 영상에 대해 신비하게 생각했다. 플라톤은 동굴의 우화를 예로 들어 현실계와 상상계를 설명하기도 하였다. 당시에는 바늘구멍만으로 세계를 관찰할 수 있었다. 이후 빛을 모으는 도구인 렌즈가 발명되어 상을 더욱 밝고 선명하게 볼 수 있었으며, 시각 중심의 사고 세계를 더욱 가속화시켰다. 15세기에는 렌즈를 비롯해 망원경이 발명되어 우주를 관찰하여 신이 만든 세계를 부정하는 태양중심설에서 지구 중심의 시대가 열렸다. 뉴턴은 오목거울을 이용하여 반사망원경으로 지구에서 더욱 먼 천체를 관찰하였다. 인류는 더 나아가 현미경을 만들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적 세계를 관찰하고 인간의 시각은 더욱 멀리, 더욱 가까이 있어왔던 세계를 증명해주면서 사고의 전환과 새로운 가치를 정립하였다. 

렌즈가 만들어주는 선명하고 화려하게 보이는 영상은 마법과도 같았고 속절없이 흘러가는 세계를 멈추고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 시작되었다. 영상을 기록하는 유일한 방법은 영상의 윤곽선을 대고 따라 그리는 방법이었다. 기본적인 구조는 카메라 옵스큐라가 기반이었기 때문에 상이 맺히는 곳은 어두워야 하고 상의 방향이 뒤집히는 것에 따른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이후 새로운 발명품이 발명되었는데 프리즘의 굴절현상을 이용한 카메라 루시다이다. 카메라 루시다는 카메라 옵스큐라 상자 없이 밝은 곳 어디서든 화판에 물려놓고 화면에 떠오르는 상의 윤곽선을 따라 그리는 광학장치였다. 롤랑 바르트는 이 장치의 이름을 딴 사진에 관한 저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빛에 의해 자발적으로 상을 기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감광물질과 처리하는 방법을 발명하게 되는데 이를 통틀어 ‘사진’ 혹은 ‘photography’라고 한다. 나는 사진寫眞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photography는 빛에 의한 작용을 뜻한다. 영미권, 중국, 유럽에서는 photography에 모두 빛이라는 뉘앙스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일본어와 한국어에서는 사진에 ‘빛’이 사라졌다. 

근대에 이르러 숙련된 화가가 윤곽선을 따라 그리는 회화의 세계에서 빛에 의해 자발적으로 새겨지는 ‘자연의 연필’이 발명되었다. 카메라 옵스큐라 속에는 자연의 다른 세계가 구현되어 있고 빛의 음영에 따라 감광 반응하는 원리이다. 그 결과는 우리가 보는 세계의 반전된 네거티브Negative, 음화陰畫의 세계이다. 카메라 루시다는 출발부터 굴절된 상을 바라보는 방식이었으므로 포지티브Positive의 세계인 셈이다. 카메라 루시다는 광학장치이긴 하지만 감광장치 없이 윤곽선을 따라 그리는 도구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사진이라고 부르기에 무리가 있다. 

카메라 옵스큐라에 새겨지는 필름이라고 하는 감광물질로 기록하는 것을 비로소 사진의 시작으로 보는 것이다. 우리가 보는 모든 이미지, 망원경 속의 별, 현미경 속의 세포 등은 모두 필름으로 기록되었고, 사진은 보이는 것을 기록하여 소유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채워주었다. 

지금은 카메라에 찍힌 것을 믿는 시대가 되었고, 영화는 다양한 목적과 의도로 제작되고 있다. 네거티브는 세계를 소유하고 싶은 욕망의 원본이고 욕망의 음화라고 할 수 있다. 필름을 매개로 하였기 때문에 필름에는 네거티브로 기록되었고, 이를 다시 감광하여 포지티브의 상을 얻어낼 수 있었다. 이러한 중간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숙명적으로 원본을 복제해야만 존재하는 특수성을 가진다. 따라서 플라톤적 사고로 보자면 사진은 이데아의 세계의 복제인 현실세계가 있고, 이를 촬영한다는 것은 카메라 옵스큐라로 현실세계를 복제하는 것이다. 카메라 옵스큐라 안의 세계를 다시 필름으로 복제하고 복제한 필름을 반전하여 복제한 것이 사진인 셈이다.

최근 10여 년 사이에 디지털카메라와 컴퓨터의 보급으로 새로운 사진의 세계가 생겼다. 디지털카메라 안에는 필름을 대신하는 디지털 센서가 자리한다. 빛의 작용으로 상을 기록한다는 점에서 기능적으로는 같다. 반면 빛을 광화학 반응으로 기록하던 것을 광전자 반응 신호로 기록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필름의 세계에서는 네거티브의 존재감이 두드러지지만 디지털카메라 안에서는 빛의 속도로 네거티브의 반전된 상이 포지티브의 상으로 전환된다. 우리가 촬영과 동시에 카메라 안에서 촬영된 모습을 곧바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빠른 전자신호처리 속도가 가져다준 선물이다. 그렇다고 해서 네거티브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매우 빠르게 지나가기 때문에 우리가 느끼지 못할 뿐이다. 디지털카메라에도 원본이 존재하고 복제라는 과정을 거친다. 디지털 사진에서 네거티브 원본의 존재는 마치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지금은 네거티브의 의미가 사진과 영화에서 사용되는 언어에서 정치적 용어로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다시 롤랑 바르트가 생각났다. 디지털카메라에서는 촬영된 모습을 바로 볼 수 있으니 포지티브의 세계이다. 그의 저서 《카메라 루시다》는 ‘밝은 방’이라는 뜻이다. 1980년에 그는 지금을 예언한 것인가? / 작가노트


주도양, The Negative I, Gum Bichromate_ Handmade Pinhole Camera_790x1120mm_2016


주도양, The Negative X, Gum Bichromate_ Handmade Pinhole Camera_790x1120mm_2016


주도양, The Negative IX, Gum Bichromate_ Handmade Pinhole Camera_790x1120mm_2016



주도양, The Negative XII, Gum Bichromate_ Handmade Pinhole Camera_790x1120mm_2016


출처 - 갤러리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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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작가

  • 주도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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