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지갤러리는 2023년 1월 6일부터 2월 11일까지 페리지 팀프로젝트 2022 《숏—폼(Short—Form)》전을 개최한다. 새해 첫번째 전시인 《숏—폼》 은 페리지 팀프로젝트 2022공모를 통해 매칭된 작가 전형산과 기획자 추성아의 협업으로 이루어졌다. 이번 팀프로젝트는 스스로의 감각을 의심하는 것에서 출발하여 노이즈라는 소리 객체의 구조화를 통해 “들려주기 위한 행위”와 “듣게 만들기”를 작업의 주요 맥락으로 가져왔던 작가 전형산의 작업을 기획자 추성아와 함께 유사 맥락 위에 다른 형식으로 발전시켜 보여주는데 주목한다.
전시 《숏—폼》은 사운드라는 재료가 사회적, 문화적 기제로서 새로운 기호체계로 변이되면서, 완결된 형태로 인식되기보다 부산물이 되어 버린 ‘소리 찌꺼기(sound crap)’의 매체적 속성에 주목한다. 형식이 부각된 컨텐츠 용어 ‘숏 폼(Short Form)’은 영상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이미지와 영상의 짧은 호흡으로 소비되는 것과 연관된다. 나아가,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비물질 공간에 유저들의 생산과 소비가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개인의 기호에 맞는 영상을 자동으로 제공해주는 인공지능 기능이 탑재되어 매우 짧은 길이의 형식 위에 압축 및 편집된 경험과 기억을 송출하고 있다. 이처럼 ‘숏 폼’의 속도감이 연상되는 형식에 주목하는 이번 전시는 SNS에서 소비되는 이미지보다 부산물로 함께 묶이기 시작한 소리에 주목하게 된다.
전시는 무작위로 넘어가는 인스타그램 릴즈(Reels) 화면이 여섯 개의 스마트폰에서 실시간으로 재생되도록 한다. 여섯 개의 스마트폰에 재생되는 동일한 계정에서 이용자들이 보편적으로 가장 많이 보는 무작위의 영상들이 각기 다른 시간차로 넘어간다. 그리고, 각각의 스마트폰에서 동시에 뒤섞이는 소리는 거대한 백색 간판 구조물로 송출되어 깜빡거리는 빛의 움직임과 연동된다. 2미터 남짓한 수직 수평의 백색 간판을 스피커로 개조한 작품 <Darkfield>(2022)에서는 ‘숏 폼’의 형식 위에 작동하는 뒤범벅된 사운드를 거대한 빛의 움직임을 담고 있는 물리적인 대상에 대입하여 앞세운다. 그리하여 작은 스마트폰 화면 위에 넘어가는 릴즈보다 송출되는 사운드의 리듬, 멜로디, 타격감에 맞춰 스피커에서 발산되는 빛의 움직임과 소리를 가장 먼저 감지하도록 한다. 이로써, 전시는 이미지 중심이었던 구조에서 고유의 목적을 지닌 이미지이기보다 사운드를 보조하기 위해 덧댄 비주얼로 전복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여기에 더해 관객이 참여하여 소리를 다양한 스펙의 이펙터로 믹싱할 수 있도록 제안하기로 한다. 관객에게 직접 믹싱을 하도록 유도하는 태도는, 디지털의 본질적 속성을 갖고 있는 리믹스가 릴즈의 이미지와 소리가 리믹싱 되어 나오는 컨텐츠의 속성을 흡수하기 위해서다.
결국 데이터 매시업의 다양한 형식은 전시에서 원본성에 대한 질문들이 믹스되어 파편적으로 뒤섞인다. 글쓰기의 대안으로 인공지능에 의해 예측되는 형식을 QR 코드로 인식하는 각각의 항목에 활용하는 것이 그 중 하나다. 추성아 기획자는 일부분 딥러닝 모델인 OpenAI.com에서 복잡한 것에 대한 순발력과 창의력에 뛰어난 text-davinci-003 모델과 사운드와 릴즈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대화와 단편적인 글쓰기 지시, 그리고 기초 질문을 던지는 방식을 글쓰기에 활용했다. 이 모델을 활용한 것은, 릴즈에서 작동하는 인공지능의 자동 완성 속성과 컴퓨터에서 시퀀스로 표현될 수 있는 코드와 이미지, 사운드에 적용되고 있는 모델들을 하나의 협업자로 인식한데서 기인한다. 전시장에서 QR코드를 통해 접할 수 있는 텍스트 <Brightfield: Command, Classification of text-davinci-003>(2022)는 분절되고 뭉개진 시퀀스처럼 전시에서 작동한다.
전시 《숏—폼》
전반은 온라인 어플리케이션 안에 게시된 유저들의 다양한 장소적, 행위적, 대상 등의 소재에 기인한 이미지와 사운드, 빛, 그리고 여기서 파생된 파편적인 텍스트들의 믹싱으로 구성된다. 사운드 표현의 극대화에 목적을 둔 《숏—폼》에서는 ‘믹싱’이 여러 참조점들을 바탕으로 가상의 표현 영역을 청각적 현실성으로 전환하는 동시에, 사운드를 시각적으로 왜곡, 확장하여 공간 안에서 텍스트와 함께 가상의 표현 영역이 확보되는 뒤바뀐 현상의 주범이 된다. (글: 추성아, 전시 기획글 중 발췌)
페리지 팀프로젝트 2022 참여자 소개
전형산
전형산은 ‘비음악적 소리’의 관심으로 사운드 노이즈의 잠재성에 관하여 연구 중이며, 이를 바탕으로 사운드 설치 작업과 사운드 퍼포먼스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작품활동을 진행해왔다. 《목소리의 극장》(성북예술창작터, 2021), 《잔향시간》(인사미술공간,2018), 《뜻밖의 소리》(반쥴-살레,2015), 《뉴노멀: 선험적 편린들》(더 미디엄,2015) 개인전과 백남준 10주기 추모식 《유토피안 레이저 TV스테이션》에 사운드 퍼포먼스, 2015년에는 아트센터 나비에서 로봇 설계 및 제작 연구, 제38회 중앙미술대전 작가로 선정되는 등 다수의 전시와 공연 그리고 국,내외 레지던시에 참여했다.
추성아
추성아는
기획자로 활동하면서 다수의 기획과 글쓰기를 해왔다. 2022년에 최태윤 개인전 《가든.로컬》(보안1942), 《네버 얼론》(쎈느), 윤향로 개인전 《태깅》(실린더/홀1), 김주리 개인전 《0개의 기둥》(TINC), 《더 프리퀄》(플랫폼엘), 《Ziggy Stardust》(N/A), 《COLD PITCH》(BB&M), 2021년에 《프라임 모뉴먼트》(N/A), 《백현진: 퍼블릭 은신(隱身)》(로얄엑스), 제8회 아마도기획상 《Shadowland》(아마도예술공간), 《스나크: 붙잡는 순간 사라지는 것들》(갤러리2), 2020년에 《휘슬러》(갤러리 ERD), 국동완 개인전 《나는 셋 아니 넷 아니 다섯》(플레이스막2), 그 외에 조혜진 개인전 《옆에서 본 모양: 참조의 기술》(d/p, 2019), 《사물들: 조각적 시도》(두산갤러리, 2017) 등 다수의 전시를 기획했다.
참여자: 전형산(작가)·추성아(기획)
출처: 페리지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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