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티 사말라티 개인전 : Beyond the wind

공근혜갤러리

2020년 2월 13일 ~ 2020년 3월 22일

핀란드를 대표하는 사진 작가 펜티 사말라티의 두 번째 한국 개인전 “Beyond the wind” 가 2월 23일부터 3월 22일까지 삼청동 공근혜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펜티 사말라티의 주혹 같은 대표작 20여 점과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소개되는 30여 점의 근작들이 함께 전시된다.

이번 전시작 가운데 서울은 2016년 작가가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던 당시 촬영한 작품으로 이후 뉴욕, 파리, 핀란드 등 에서 먼저 소개되었다. 이 작품은 공근혜갤러리 바로 옆에 위치한 청와대 담장을 따라 자란 소나무와 석양을 배경으로 날아가는 까치를 촬영한 것이다. 놀라운 점은 까치가 날아가는 찰나의 순간, 필름 카메라의 감도, 셔터, 조리개의 완벽한 조절로 새의 날개 디테일까지 담아내었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서울의 풍경이지만 펜티 사말라티의 눈과 손을 거쳐 나온 이 작품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아날로그 흑백 사진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는 걸작이다. 사진의 거장 카르티에르 브레송이 생전에 펜티 사말라티를 극찬했던 이유를 잘 보여준다.

전시장에 걸리는 작품이 존재하려면 사진은 인화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기존의 인화 본을 복제하라는 요청을 받지 않는 한 작가의 손을 거쳐 나온 각각의 에디션들은 독창적이다” 라고 펜티 사말라티는 이야기한다. 올해 70세가 된 작가 는 전통 흑백 사진의 장인이 라는 별칭에 맞게 헬싱키에 있는 본인의 암실에서 아주 정교한 과정을 거쳐 직접 인화작업을 한다. “암실 인화 작업은 사진을 촬영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나는 아직까지도 화학 약품 냄새로 가득한 작고 어두운 암실로 은퇴할 때 가장 행복하다 라고 말한다. 20센치 안 밖의 작은 인화지 위에 흑과 백 사이에서 존재하는 수많은 회색의 계조들을 매우 풍부하게 하나 하나 작은 디테일 까지 놓치지않고 살려 낸다. 그의 사진에서 느껴지는 깊은 색조와 질감은 작가의 인내와 장인정신을 여실히 잘 보여준다.

사말라티의 작품들은 인간 보다는 동물들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동화 속 주인공이자 사람들을 대변하는 듯한 역할을 한다. “집 주변에서부터 지구 끝까지 존재하는 매우 일반적인 종류의 새들과 동물들을 보고 싶어합니다. 그들은 사랑스럽고 쉽고, 관찰하기에 재미 있습니다. 종종 제 풍경 사진에서 적은 양의 공간만을 차지하지만 매우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라고 작가는 말한다. 그의 사진들은 동물들을 통해 비춰지는 세상의 아름다움과 훈훈하고 정겨운 감수성을 포착한 초자연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그는 동물들끼리, 혹은 동물과 사람 사이에 의사 소통이 이루어 지고 있음을 사진을 통해 시각적 효과만으로 무음의 소통을 상상하게 만든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장면들이 연출된 게 아닌 순간 포착 을 위한 수 많은 시간과 예술가의 직감을 총 동원한 기다림의 결과 라는 것이다 .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 가운데, 여러 마리의 고양이가 배 위에 걸려 있는 생선들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이 사진은 마치 생선의 부스러기라도 떨어지기를 원하는 간절한 그들의 바램이 느껴져서 인지 웃음을 짓게 만든다. 이처럼 사말라티의 사진들은 위로라고 볼 수 있다. 우리의 시선을 가져가 보듬어 따듯한 마음으로 돌려주며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게 한다. 물질적인 욕망보다 자연과 하나된 인간으로 행복을 느끼며 평생을 살아온 작가의 성품이 그대로 묻어나는 것 같다. 마치 추위 그 너머의 바람을 따라 따듯함을 전달하고자 하듯이……

오늘날 미술시장에서 선호하는 대형 컬러 사진이 아닌 25x30cm 밖에 안 되는 작은 사이즈의 수작업만 고집하는 사말라티의 흑백 사진들은 그의 명성과는 대조적으로 가격도 100만원에서 300만원 안팎이다. 그는 자신의 작품 가격이 올라가는 것을 거부하며, 에디션을 제한 시키지도 않는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기를 원한다. 그는 “시장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아이코닉” 효과를 내는 것은 예술가를 유명 인사로 만들고 그의 은행 잔고를 불려주지만, 결국은 자기 패러디로 이어지는 많은 경우를 보았다.” 고 말한다.

한 인터뷰에서 사진을 그의 직업이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 수정을 요청하며, 사진은 내 취미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 아마추어 신분을 주장하면서, 자신이 계속 위험을 감수해야 할 자유를 누린다. 유럽과 미국의 갤러리들이 그의 전시를 유치하기도 힘들지만 작품이 팔려도 늘 “여행 중” 인 작가와 연락이 닿지 않아 애를 먹는다. 공근혜갤러리 역시 2016년 첫 개인전을 유치하는데도 몇 년을 기다려야 하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 동안 많은 한국 팬들의 기다림 끝에, 4년 만에 사말라티의 두 번째 개인전을 유치하게 되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노장의 건강 악화로 한국 방문이 어렵게 되었다. 작가는 현재 따뜻한 유럽 남부에서 휴식을 취하고 계신다.

작년 2019년 7월, 부산 시립미술관에서 열린 핀란드 웨이브 전에 그의 작품이 소개된 바 있다.


작가소개

펜티 사말라티 Pentti Sammallahti

1950년 핀란드 헬싱키 출신인 펜티 사말라티는 전통 흑백사진과 은염 인화의 장인으로 잘 알려진 작가다. 그의 작품은 21세기 사진 출판업계에 큰 영향을 끼쳤으며, 현재 스칸디나비아 출신 사진가들에게서 가장 존경 받는 인물이다.

그의 어머니는 라플란드에서 사진 작가였지만 불행히도 결혼 할 때 직업을 포기했으며 그의 아버지는 예술가의 교육을 받았지만, 금세공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그는 어려서부터 사진과 예술에 둘러 싸여 자랐다. 작가는 카메라를 처음 선물 받은 8살을 시작으로, 열한 살에 첫 번째 사진을 찍었고 사진작가의 신분으로 폭넓은 여행을 해온 그의 여정은 고향인 스칸디나비아부터, 시베리아를 통해 구 소련, 일본, 인도, 네팔, 모로코  터키를 거쳐 유럽 전역과 영국 그리고 남아프리카에까지 이르렀다. 이러한 여행경험은 1992년, The Russian Way 라는 방대하고 가장 사랑 받는 시리즈를 탄생시켰다. 1991년부터 몇 년에 걸쳐 완성된 러시아 북서쪽, 백해지역에 위치한 슬로브키에서 촬영한 작품들 로 많이 등장하는 개와 새를 중점으로 개들이 있는 길로 정했다.

그는 1971년에 첫 개인전을 열었으며 이후 사말라티의 명성과 무대는 세계로 퍼지기 시작했다. 1975년, 1979년, 1992년, 2009년등 네 차례에 걸쳐 핀란드 국립사진상을 수상했다. 이는 그를 핀란드 현대사진예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등극시켰다. 2012년 14살 때부터 30년 동안 찍은 작품들을 회고하는 사진집 <Here, Far Away> 를 영어, 불어, 독어, 이태리어, 스페인어 등 미국과 유럽 여러 나라에서 동시에 출간하였다.


출처: 공근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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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작가

  • Pentti Sammallah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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