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과 도망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어떤 상황이나 구속에서 빠져나오는 일’과 ‘피하거나 쫒겨 달아나는 일’의 차이는 중요한가? 이 물음은 작가회의에서 가장 분란했던 주제였다. 한국에서 살아가는 여성의 숙명은 두 단어의 낙차를 가늠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도망은 탈출의 한 형태이다. 어떤 상황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달아나는 일이다. 위험에서 달아나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가는 일은 로맨틱하지만 가끔은 억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그 위험한 곳이 내가 태어난 사회라면 더욱 그렇다.
도망치지 않고도 탈출할 방법은 없을까? 게임 <Portal>[1]에서는 플레이어가 포탈[2]-건으로 끊임없이 입구와 출구를 만든다. 포탈은 방 밖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포탈은 방 안의 문제들, 예컨대 엄청나게 높은 벽이나, 이쪽을 정확히 추적하는 기관총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다. 플레이어는 현재 위치한 공간의 문제를 인식하고 상황을 바꿀 수 있는 해결책, 즉 포탈을 사용해 위험에서 빠져나오게 된다.
협소한 울타리를 마련해 안주하는 건 비굴하고, 밖으로 도망가 버리기엔 입맛이 쓰다면, 여기에 여러 입구와 출구를 만들 수밖에 없다. 『PORTAL』은 비릿한 현실의 모서리에 문을 만들고 통과하며 자신의 뒤꽁무니를 노려본다. 이곳에서 출발해 이곳으로 도착하는 포탈을 뒷걸음질쳐 들어가며, 도망치고 싶었던 순간들이나 괴리감에 점철된 가족, 그리고 깨어지기 쉬운 인간성을 포착하는 것이다.(중략) 글: 송해민
[1] 밸브코퍼레이션(Valve Corporation)에서 2007년 출시된 1인칭 퍼즐 플랫포머 게임.
[2] 외국어 표기법에 따르면 ‘portal’의 알맞은 표기는 ‘포털’이지만, 참여 작가들의 의사에 따라 여기서는 ‘포탈’로 표기한다.
전시일정
8월 8일(수): 오후 6시 ~ 오후 8시
8월 9일(목): 오전 11시 ~ 오후 7시
8월 10일(금): 오전 11시 ~ 다음날 오전 9시 (밤샘 전시)
8월 11일(토): 오전 11시 ~ 오후 2시 / 오후 6시 ~ 오후 7시
8월 12일(일): 오전 11시 ~ 오후 7시
8월 13일(월): 오전 11시 ~ 오후 5시
입장료: 텀블벅 후원시 3,000원 https://www.tumblbug.com/unnimited2
참여작가: 안이소, 비인간 유튜버 토츄, 송해민, 허현정, 고혜주, 선영, 김도아, 민경, 최윤선
주최: 언니미티드
출처: 언니미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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