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테이토 큐레이터: 종이쪽 연구회 제3회 정기모임

소현문

2024년 8월 3일 ~ 2024년 9월 8일

당신을 감자라 부를 때가 필요했다. 

종이쪽 연구회는 2024년 서울리딩룸을지로 오브에서 모임을, 00의 00소현문에서 정기 전시를 연다. 각 프로그램은 예술생태계에서 관측 가능한 전형적인 사건에 (불)일치하는 조건 사이로 상호 연계성을 모색하는 집단 지성의 천진한 편린이자 그 움직임이다. 흩어진 조각, 수집된 종이쪽을 특정한 주제에 따라 부단히 또 느슨하게 엮어내는 종이쪽 연구회는 '흥미로움'이 발아하는 공동작업을 이어간다. 

종이쪽 연구회의 정기 모임(workshop)은 임의로 정한 약속 시간에 종이쪽 연구회가 사전 모집한 사람(들)과 함께 아무 주제로 대화하며 종이쪽을 연구하한다. 그간 연구회가 수집한 종이쪽은 리플릿, 팜플릿, 브로슈어, 카다로그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며 일정한 사용법을 지키는 관습에 편승하거나, 마침내 자유로운 바람을 타고 과거와 작별함으로 누군가를 기다린다. 이곳에서 내일에게 고개 드는 대화는 서로 다른 시선 둘 이상이 교차하는 자리에 상대가 세운 가설을 함께 검증한다. 언어의 향연 가운데 회차별로 사전에 섭외된 모임 진행자는 모든 참여자가 발화하는 기회를 촉진하고, '흥미로운 사건'으로서의 대화를 장려한다. 종이쪽 전시(exhibition)는 앞선 모임 활동에 이어 여러 사람이 남긴 흔적과 흔적을 잇는 또 다른 연구 모임으로, '전시 이후 전시'를 예비한다. 이는 무심하거나 유심한 차림새로 이미지를 옮기는 각자의 언어에 깃든 희망을 찾는 일이다. 희망은 그렇게 슬며시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서울리딩룸 모임 《까마귀와 공작새》는 박재용 연구원이 2022, 2024년 베니스 미술 비엔날레와 2023년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에서 수집한 종이쪽, 책자, 음반 여럿을 일시적으로 공개한다. 읽고 말하는 토론 모임 2회와 듣고 말하는 음악 감상 모임 1회 사이,  방문자는 그것을 열람하거나 디지털 목록으로 정리하는 작업에 참여할 수 있다. 타지에 모인 언어가 또 다른 타지로 옮겨와 무언가를 (재)생산하는 시간 가운데 형형색색 깃털을 몸에 꽂는 까마귀 무리의 울음을 살핀다. 서울리딩룸 아래층의 카페 동감에서는 화요일, 목요일, 일요일 정해진 시간에 각 비엔날레 당시 베니스 비엔날레를 계기로 만들어진 음반을 들어볼 수 있다.

을지로 오브 모임 《고품격 화병에 꽂는 손모가지》는 김해찬 연구원 단 한 사람이 종이쪽 연구회 제2회 정기모임 이후 제3회 정기모임까지 국내 미술전시에서 직접 수집한 종이쪽 1,700 여 장을 집중적으로 살핀다. 제1기 또는 제2기 연구원이 제 3회 정기모임의 세부 회차별 진행자를 맡아 운영한다. 참여자는 종이쪽 여럿을 이전보다 단순하거나 복잡하게 조직할 수 있다. 그 위에 글이나 그림을 남길 수도 있고, 그 자체를 구기거나 찟을 수 있다. 그저 바라보기만 할 수도 있고 많은 것을 남길 수도 있다. 이는 임시/임의 아지트(을지로 오브)에서 때로 '꽃꽂이'를 완성하지만 때때로 '화병'을 깨는 움직임이다.

00의 00 전시 《뻐꾹뻐꾹 우는 새는》은 지난 종이쪽 연구회 전시 《종이쪽도 다시 보자》(0 갤러리, 2021)와 《콜링 컬링》(d/p, 2022)에서 종이쪽 연구원 33명(제1, 2기)과 익명의 참여자들이 종이쪽에 남긴 연구 흔적을 조명하는 한편, 실제 전시와 가상 전시 종이쪽이 섞인 종이 더미를 같은 공간에 전시한다. 이곳 방문자는 그것을 감상할 뿐 아니라 자신이 가져온 임의의 종이쪽을 이곳 '둥지'에 더하는 '뻐꾸기 놀이'로 전시 모양을 계속 갱신하는 제작자 역할을 맡는다.

소현문 전시 《세상에서 제일 작은 큐레이터 상》은 종이쪽 연구회 제3회 정기모임 참여자 51명이 을지로 오브에서 진행한 활동물을 조명한다. 종이쪽 연구회는 종이쪽 원본 1,700여 장를 온전히 전시하기보다 참여자 각각이 고민하며 남긴 흔적을 주목하며, 그 모든 것을 전시공간에 중첩한다. 즉, 종이쪽 원본이 1차 레이어로, 참여자가 남긴 흔적이 2차 레이어로, 그들로 전시를 구성하는 큐레이팅이 3차 레이어로 한 곳에서 교차한다. 이번 전시에서 특별한 서문은 수집된 종이쪽으로부터 인용한 문장 21개를 나열함으로, 자기 참조적 방법을 따르는 동시에, 같은 시대를 겪는 다른 현장에서의 동료에게 일종의 헌사를 보낸다.

누군가 이곳에서 어제와 내일을 응시하며 자신과 동료를 반추하는 사이 쪽과 쪽을 겹치고 펼치는 모임과 전시는 오늘날 여타 모임의 별빛을 비추는 대양의 고요한 수면이다. 떠도는 배를 따라 영원하지 않을 노래를 부르고 파도를 그리는 항해자로서, 이곳에 모인 당신은 곁과 함께 저 멀리 나아갈 꿈을 속삭인다. (2024-07-28일 수정)

#1 
【서울리딩룸】
《까마귀와 공작새 : '22―24 베니스 종이쪽 탐험/말하기 모임》
8. 3.(토) 14:00-16:00(박재용)
8. 24.(토) 19:00-21:00(박재용)

베니스 비엔날레 바이닐 음악 감상회 
(서울리딩룸) 8. 21.(수) 19:00-20:00
(동감) 8.4―9.8. 화요일/목요일/일요일 14:00/16:00

#2
【을지로 오브】
《고품격 화병에 꽂는 손모가지 : '23―24 국내 미술전시 종이쪽 연구 모임》
8.5.(월) 16:00-19:00(꽉쥔손)
8.6.(화) 16:00-19:00(김기홍), 19:00-22:00(이유진)
8.7.(수) 11:00-14:00(김유수, 윤태균) 16:00-19:00(강정아)
8.8.(목) 19:00-22:00(김태휘)
8.9.(금) 16:00-19:00(이보름)
8.10.(토) 16:00-19:00(김해찬)

#3
【소현문】
《세상에서 제일 작은 큐레이터 상 : '23―24 국내 미술전시 종이쪽 전시》
강승희, 강정아, 강정아, 고경혜, 고예원, 구지언, 김기홍, 김도하, 김동우, 김맑음, 김민, 김세훈, 김셰연, 김유수, 김태휘, 김해찬, 김현영, 김혜연, 김홍린, 꽉쥔손, 미미, 박세진, 박재용, 백필균, 서동민, 신수민, 안나, 원소영, 오웅진, 유혜진, 윤충근, 윤태균, 이보름, 이유진, 이윤서, 이주환, 이태근, 이현진, 장영웅, 전승용, 정다겸, 정희수, 조성재, 지하운, 차선민, 최은총, 하혜영, 한문희, 허준율, 홍원기, 홍은지
8.15.(목) ― 9. 8.(일)
12:00~19:00, 매주 수요일 휴관

《소현서재 - 종이쪽 연구회 초청 발제》 
8.18.(일) 17:00-19:00  책 『비의도적 삶』(윤태균 발제)
8.25.(일) 17:00-19:00  책 『디자인 정치학』(윤충근 발제)
9.1.(일) 17:00-19:00 책 『어떤 그림 : 존 버거와 이브 버거의 편』(그레텔 발제) 
9.8.(일) 17:00-19:00 책 『영화도둑일기』(정희수 발제)

#4
【00의00】
《뻐꾹뻐꾹 우는 새는 : '10―22 종이쪽 전시》
8. 16 ― 25.(금,토,일) 12:00-19:00

서울리딩룸: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28길 5, 2층
카페 동감: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28길 5, 1층
을지로 오브: 서울 중구 을지로4가 32, 3층
소현문: 경기 수원시 팔달구 월드컵로357번길 11-20
00의 00: 서울 성북구 성북로2길 8, 지하 1층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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