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다큐멘터리 Plastic Documentary

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

2025년 11월 11일 ~ 2026년 3월 8일

“다큐멘터리는 현실에 대한 창조적 해석이다.”
“Documentary is the creative treatment of actuality.”
― 존 그리어슨(John Grierson, 1898–1972), 〈다큐멘터리의 제1원칙〉, 1933.

‘다큐멘터리(documentary)’라는 단어는 ‘document(기록)’에서 비롯된 것으로, 현재 다큐멘터리라는 장르는 단순히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재구성하여 사회적 통찰을 제시하는 하나의 태도와 형식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번 전시는 ‘플라스틱’이라는 재료를 매개로 현대사회를 바라보는 작가들의 창조적 해석을 조명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의 참여 작가들은 하나의 공통점을 갖는다. ‘지속 가능한 재료’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이때의 ‘지속 가능한’은 일반적으로 일컫는 미래를 위한 친환경적 실천이 아니라, 자연에 의해 물리적으로 분해되기 힘든 난분해성 재료인 플라스틱을 의미한다. 이 전시는 ‘자연으로부터 지속이 가능한, 너무 잘 만들어진 재료’ 즉 플라스틱에 대한 이야기이며, 그로부터 촉발되는 환경문제 앞에서 예술이 취할 수 있는 태도와 역할을 모색하는 데서 출발하였다.

산업혁명 이후 인구의 급증과 사회의 고도화로 자연물의 과도한 채집이 이루어지고 환경이 훼손되던 시기에, 플라스틱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연과 생태를 보호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대표적인 예로, 플라스틱은 코끼리의 상아를 대체하며 종(種)의 멸종 위기에서 한 발짝 벗어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플라스틱의 편리함과 낮은 생산비, 인구 증가와 소비문화의 확산, 강력한 내화학성과 난분해성, 그리고 인위적인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과 가스는 플라스틱의 ‘친환경 대체재’로서의 위상을 오히려 환경 파괴의 상징으로 전환시켰다. 수십 년간 플라스틱의 위험성은 수많은 연구와 캠페인을 통해 널리 알려져 왔지만, 여전히 우리는 스티로폼 보냉재를 사용하고, 점심시간마다 플라스틱 용기에 음식을 담아 이동하며, ‘환경을 지킬 것’이라 믿었던 리유저블 컵과 에코백조차 또 다른 소비와 폐기의 산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런 현실에 대응하여 과학자와 기술자는 생분해성 비닐 등 대체 재료를 개발하며 환경오염에 대응하는 직접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그들은 예술이 간접적으로 외치는 환경 담론보다 더 효율적으로 환경을 개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전시와 같은 비효율적인 예술적 실천이 여전히 의미를 지니는 이유는 예술이 과학과 기술의 방향이 윤리적·철학적 기반 위에 놓이도록 질문을 던지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예술은 시각을 매개로 가장 크게 목소리를 내는 방법을 찾아왔으며, 사회의 인식 변화를 촉발하는 감각적 언어로서 존재해 왔다.

2025년 대청호미술관 기획전 《플라스틱 다큐멘터리》에는 이병찬, 전창환, 한석현 세 작가가 참여하여 플라스틱, 환경오염, 그리고 현대 사회의 소비문화를 주요 키워드로 작품을 선보인다. 단순한 현실의 단면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가 하나의 서사로 엮여 의미를 형성하듯, 각 작가의 작업은 서로 연결되어 현재를 기록하는 시각적 매체이자, 플라스틱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을 비추는 또 하나의 ‘플라스틱 다큐멘터리’로 완성된다.

참여작가: 이병찬, 전창환, 한석현

출처: 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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