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선재센터는 2024년 7월 9일부터 8월 4일까지 1층 더그라운드에서 전시《피곤한 야자수》를 개최한다. 아트선재센터는 지속 가능한 삶의 조건을 확장하기 위해 기후변화와 생태환경에 관심을 갖고 미술관의 실천 가능성을 모색해 왔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아트선재센터의 지난 노력과, “횡단, 시간, 가능성”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 아래, 지구의 위기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2024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마련되었다.
《피곤한 야자수》는 야자수에 관한 전시가 아닌 야자수에 내포된 여러 상징적 이미지를 차용하는 전시이다. 정치권력 구조에 따른 서식지 침해와 이주 문제, 그리고 인공물을 통한 자연의 유용 등 인간의 욕망이 기후변화에 미친 영향과 그로 인해 파생된 현상을 정치적·사회적·역사적 맥락 안에서 탐구한다. 야자수처럼 고도의 상징성을 가진 식물은 여러 층위에서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다. 예컨대 건물이나 도시를 식물로 장식해 의도적으로 무언가를 은폐하거나 친환경적인 이미지로 위장한다. 이번 전시에서 야자수는 인류 역사에서 식물이 겪어야 했던 인간의 식민주의적 태도와 시선, 서식지에 대한 끊임없는 남용에 지친 대상으로 등장한다. 인간은 식물을 과학적으로 분류하고 수단화해 착취하였으며, 수 세기 동안 식물의 서식지를 임의로 옮겼다. 이처럼 식물은 인간의 식민주의 관행에 대한 상징물이자 증인이다. 인간이 부정하더라도 식물은 이러한 역사를 알고 있다.
전시는 또한 자연을 건조 환경에 인위적으로 재현함으로써 자연이 지닌 심미적인 가치만 누리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조명한다. 도시화와 기술의 발전, 그리고 실제 생태계의 다양성을 무시한 채 자연을 일상생활에 통합하려는 시도는 경제 성장과 자원 추출을 우선시하는 정치권력 구조에 기인하며, 자원의 과잉 개발과 생태계 파괴를 초래한다. 기후 변화는 야자수의 자연 서식지를 점차 위협하고 있으며, 반복되는 자연재해는 야자수와 인류의 미래를 예감하게 한다.
《피곤한 야자수》에 소개되는 작업은 고단하고 괴로운 상황에 처한 식물을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다. 아무리 깊은 잠을 자도 피곤한 사회를 상징적으로 반영한 이번 전시는 식물을 둘러싼 여러 사회 현상을 다루는 여덟 작가의 작업을 통해 식물을 상징적인 경계 침입자이자 이주 주체로 의인화해 조명하면서,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한다.
오스트리아 연방 정부가 후원하고, 모로코의 르큐브-독립예술공간과 함께 주최한 이번 전시는 2019년 오스트리아 파벨하우스와 2022년 르큐브-독립예술공간에서 각각 열린 전시 《 Palm trees and perennials(야자수와 다년생식물)》, 《LES PALMIERS FATIGUÉS(피곤한 야자수)》의 세 번째 에디션이다. 아트선재센터는 기존 전시에 참여했던 작가 6인과 국내 작가 신미정, 장종완을 초대해 야자수의 상징적인 의미를 여러 관점으로 확장해 선보인다.
참여작가
레굴라 데트빌러, 장종완, 사이프 쿠스마트, 이디스 파이어, 빅토르 크루스 & 후고 포르티요, 신미정, 카트린 스트뢰벨, 로스비타 바인그릴
기획
엘리자베스 피스케르니크(르큐브-독립예술공간 설립자, 디렉터), 마르쿠스 바이차허(포룸 슈타트파르크 큐레이터)
협력
조희현(아트선재센터 전시팀장)
진행
남서원(아트선재센터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주최
아트선재센터, 르큐브-독립예술공간
후원
주한 오스트리아 대사관, 오스트리아 연방 유럽국제사무부(외무부), 오스트리아 연방 예술문화공공행정체육부
출처: 아트선재센터

2025년 10월 28일 ~ 2026년 1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