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미래: 머금은 숨, 펼쳐진 길

고려대학교박물관

2024년 9월 10일 ~ 2024년 10월 26일

《하나의 미래: 머금은 숨, 펼쳐진 길》은 2021년부터 진행된 개성 만월대 순회전시의 마지막 전시이자 첫 현대 미술 협력전이다. 2007년 5월 15일, 개성 만월대에서 처음으로 남북의 고고학자들이 만났다. 긴장과 설렘 속에 시작한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 발굴조사는 2018년까지 지속된 상징적인 남북교류사업이다. 2020년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발굴 디지털 기록관’을 통해 발굴자료를 공개하고, 전시와 연구로 발굴 성과를 공유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분단의 시간 동안 만들어진 이미지를 수집하거나 만드는 작업을 통해서 분단을 감각해 온 콜렉티브 ‘분단이미지센터’가 함께한다. 반재하, 오로민경, 임가영이 작가로 참여하고, 김솔지가 큐레이팅을 맡으며, 분단 현실에 관심을 기울이는 주용성, 정남경 작가를 초대한다. 다섯 명의 작가는 지난 12년간 공동으로 실시한 고려 궁궐터 개성 만월대 남북공동 발굴조사의 연구·기록을 바탕으로, 만월대 발굴의 과정과 결과 사이의 틈새에서 감각적 해석을 시도한 신작을 선보인다. 

사진가 주용성은 파주와 용인에 자리한 가상의 고려시대 건축물을 촬영하고, 그 사진에 만월대 발굴조사의 기 록사진을 배치하는 한편, 군사분계선이 지나는 도로에서 만월대까지의 거리가 16km라는 점에 착안해, 해당 반경 내에서 민간인이 접근 가능한 접경지대 현실을 이미지로 포착한다. ‘지극히’ 현실적인 이미지를 여러 층위 로, 즉 기록사진, 접경지역 풍경사진, 허구적 건축사진으로 제시하며, 진실과 실재의 역학관계에 대해 질문한다.

분단 체제가 남한 사회에서 일으키는 작용에 주목해온 현대미술가 반재하는 남북공동 발굴조사에 참여했던 학자와 사진작가, 3D촬영기사 등을 인터뷰하고, 이들의 사적인 기억을 지도로 제작한다. 반재하가 제작하는 지도는 지도제작법에서 일반적으로 생략하고 간과하는 정보를 담아내며 개별적이고도 비정형적인 특성을 띤다. 또한 발굴 현장에서 접한 대동강 맥주와 노랫소리를 저마다의 기억에서 끌어내 시청각화하며, 기억의 오차를 넘어 이념과 체제 속에 존재하는 개인을 드러낸다. 

설치와 퍼포밍으로 사회적 개입을 탐색하는 임가영은 개성 만월대 기록관을 공간적으로 해석한 설치작업을 제작하고, 이 공간에서 관객 참여형 워크샵을 진행한다. 남북의 분단으로 발생한 역사적 단절과 빈틈을 만월대 디지털 아카이브를 물리적으로 현실화하는 작업을 통해서 디지털 자료의 접근방식을 탐구하고, 물리적이고 가상적인 이중의 감각을 연결시키며, 디지털 아카이브가 전시 공간에 겹쳐치는 새로운 현장을 만들어 낸다. 

존재하는 것들을 살피는 마음을 미디어아트로 풀어내는 오로민경은 전쟁과 분단의 시간 속에 사라진 사람들과 그 사람들과 함께 흩어진 기억을 작가 자신이 현재 움켜쥘 수 있는 조각들로 모으고, 이를 상실과 생명이 모 두 자리한 공간으로 꾸린다. 미래에서 현재로 보내는 편지를 매개로 다른 시간대를 연결하면서 작업의 요소들이 서로를 비추거나, 반응하도록 배치하는 연출로 긴 시간을 거치며 켜켜이 쌓인 층의 틈 사이로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 

개성에 거주할 꿈을 그림으로 그리는 정남경은 개성시 한옥마을에 자리한 집 한 채를 이미지로 설계한다. 만월 대에서 출토된 유물이 여럿 놓인 한옥은 현대적이면서도 전통적으로 지어져, 미래의 어느 집에서 지금을 바라 볼 수 있게 한다.

《하나의 미래: 머금은 숨, 펼쳐진 길》은 진행된 발굴조사와 재개될 발굴조사 ‘사이에’ 놓인 현재이자, 분단 현실 에서 고려 궁궐터 만월대 혹은 남북공동발굴 현장에 접속하는 ‘진입로’가 될 수 있을까? 전시는 한반도의 유구한 역사, 장기화된 남북분단의 지층 위에서 물리적 접근이 불가능한 역사적 순간과 북한의 지역에 대한 현재적 경험을 시도해본다. 〈만월대 연표〉는 고려 건국부터 근미래까지 약 11세기를 아우르며, 특정한 사건 중심으로 분절돼 인식되는 시간을 연속된 상호작용으로 잇는다. 2024년 가을, 기다란 시간의 축 위에서, 이곳에 만월대를 떠올려보거나 이곳에서 만월대에 닿아볼 수 있기를 바란다.

주최: 남북역사학자협의회, 고려대학교 박물관
주관: 그릿아트워크, 분단이미지센터
후원: 통일부, 국가유산청
참여작가: 반재하, 오로민경, 임가영, 정남경, 주용성

전시연계 관객 참여 워크샵 〈개성 만월대를 캐스팅하자!〉 
- 1회 2024년 9월 21일(토): 12-2시 (성인)
- 2회 2024년 9월 21일(토): 3-5시 (성인)
- 3회 2024년 10월 5일(토): 12-2시 (보호자 동반 초등학생)
- 4회 2024년 10월 5일(토): 3-5시 (성인)
- 인원: 10명 정원 (3회차만 초등학생 5명 및 보호자 각 1명, 총 10명)
- 신청방법: 신청 링크 https://forms.gle/ZogiCMeFfpHrxxmP6 에서 신청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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