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회 KT&G 상상마당 한국사진가 지원 프로그램(KT&G SKOPF) - 한경은 : 몸의 귀환 Kyungeun Han : Return of the Body

KT&G 상상마당 홍대 갤러리

2017년 8월 24일 ~ 2017년 9월 23일

KT&G 상상마당은 오는 8월 24일부터 9월 23일까지 제 9회 한국사진가 지원 프로그램(KT&G Sangsangmadang Korean Photographer's Fellowship / 이하 KT&G SKOPF) 올해의 최종작가 한경은의 <몸의 귀환>展을 서울 KT&G 상상마당 갤러리에서 개최한다.   

KT&G SKOPF는 새로운 가능성을 갖고 있는 한국사진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KT&G 상상마당의 대표적인 예술가 지원 프로그램이다. KT&G SKOPF는 2008년부터 노순택, 김태동, 정지현, 노기훈 등 34명의 한국 사진가를 지원하고 함께 성장해왔으며, 이들 중 다수의 작가들이 국내외 사진상 수상과 해외 포토 페스티벌 초청으로 두각을 드러내며 동시대 한국 사진계를 이끌어가고 있다.

한경은 작가는 지난 2016년 6월 9th KT&G SKOPF 올해의 작가로 선발되어 약 7개월간 멘토링과 지원을 받았다. 지난 12월 진행된 공개 포트폴리오 리뷰와 심사위원 심사를 통해 올해의 작가 3인 중 최종 작가로 선발되었다.

이번 <몸의 귀환>展의 전시 작품은 한경은 작가가 2015년부터 촬영한 ‘Invisible Vision’ 시리즈로 M과 K로 명명된 두 사람의 나체 사진 25여 점이다. 작가는 작업노트를 통해 이번 작업이 “조각나거나 왜곡된 기억을 재생시켜 현실을 비추는 과정”이며 “옷을 벗는 행위는 추상적인 내면이 실재하는 몸에 접근하기 위한 장치로 페르소나를 벗고 원초적인 몸과 관계하기 위함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9th KT&G SKOPF의 심사위원장인 정현은 한경은의 사진을 “M과 K라는 두 사람의 이야기로 한 사람이 겪은 문제를 하나의 상황극으로 전환하여 두 인물의 고민과 갈등, 그리고 치유의 가능성을 상징적이고 표현적 방식으로 촬영한 프로젝트”로 설명하며 “한경은은 흔한 다큐멘터리 방식의 사진이 아니라 오히려 연극적 수행성 또는 사회적 연기(social acting)에 가까운 방식으로 사진매체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주목 할 만하다”고 심사문을 통해 평했다.

한경은 작가는 9th KT&G SKOPF 올해의 작가인 박희자와 함께 오는 10월 부산 고은사진미술관에서 열리는 ‘사진미래色 2017’ 전시에 참가할 예정이다.


작업 노트

몸의 귀환 <Invisible Vision>

9th KT&G SKOPF 올해의 최종작가 한경은

K는 비극적이고 불행한 것들에 매혹 당한다. 그것들은 예민하고 얇고 속이 비친다. 연하고 엷고 약한 것들은 바삭댄다. 그래서 크고 묵직하고 단단한 것들보다 소리가 많이 난다. 그 허하고 공한 기척으로 살아있음을 증명한다. 힘센 사람의 한 번 기침에도 부서지거나 바스러질 수 있는 취약함. 그런데 밟히거나 문드러질 때는 큰 것들보다 겁이 없다. 뒤척이는 소리 한번 내고 이별하거나 흔적도 없이 꺼져버릴 수 있다. 

가 M을 처음 봤을 때 비극적이고 불행한 것들에 매혹 당하듯 그에게 끌렸다. 무언가에 매혹 당한다는 것은 동일시를 전제로 한다. K가 M을 동일시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들은 비슷한 몸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해할 수 없는 다른 몸의 역사를 지니고 있었고, 또 너무도 닮은 몸의 비참함을 공유했다. M은 남자가 되고 싶었던 사람이고, K는 성기가 돌출된 남자의 몸이 매력적이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이었다. M은 가슴 달린 자신의 몸이 낯설었고, K는 가슴 달린 자신의 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M은 오갈 데 없는 고아 같았고, K는 발가벗고 있는 바람난 과부 같았다. 

그들은 타고난 몸으로 살고, 이성의 몸을 좋아하라는 ‘법’에 순응하지 못(안)했다. 너무도 당연시 여겨지는 법이지만, 그래도 법을 어긴 자는 죄인이 된다. 죄인은 죄책감과 수치심으로 잠식된다. 그들은 법대로가 아닌 욕망대로 살기를 원했다. 그러한 욕망은 댓가를 치뤄야 한다. 개인적 안정과 사회적 승인을 무르고 영혼의 불안과 소외의 처형을 받기로 했다. K와 M은 공통점이 또 하나 있다. 둘은 기억의 그물이 성글다. 무의식의 전략이다. 전략은 고통스런 기억을 삭제해주는 대신 몸에 수치심을 새겨두는 것이다. 부정적 사건이 다뤄지는 방법 중 망각은 가장 억압적이다. 걸려들었다. 무의식이 전략을 휘둘렀다는 것은 목적이 있다는 뜻이다. 목적은 생존이다. 변연계와 대뇌피질을 교란시켜 고통스러운 정서와 갈등을 완화하며 자기구조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래서 설령 돌연변이로 취급되더라도 그 방법은 그리 유해하지 않았다. 삶은 매 순간 최선의 길을 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시기의 최선으로 그들은 ‘몸 바라보기’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망각의 호사도 누려봤으니 이쯤에서 구멍난 기억과 낯설은 몸뚱이를 만나볼 때다. 그것 외에 다른 목적은 없었다. 떠나봐야만 머물렀던 자리가 덤덤히 보이듯, 뭉개고 앉아 있어서 보이지 않았던 엉덩이 밑을 보려던 것뿐이다. 여행 중에 맞닥뜨리는 생소하고 변덕스런 공기에 신기해하고 유쾌해지듯이, 때로는 지루하거나 위험한 순간을 통과하면서 자기만의 동굴로 침잠하거나 서로의 곤혹을 위로하듯이, 그들의 여행도 그랬다. K와 M은 여행길에 많이도 떠들어댔다. 왜곡되거나 상처받은 기억을 배설하는 토봉지가 되어 주었다. 그렇게 얘기하고 울고 웃다가 마음결이 닿는 곳에서는 말하기를 멈추었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기억이 실재하는 몸에 접근할 수 있도록(혹은 몸을 통해 기억에 접근하거나) 옷을 벗었다. 그리고 사진을 찍었다. 원초적인 몸의 신호를 읽고 몸과 대화를 나눴다. 언어는 말이 안된다. 원래부터 해석 불가한 말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그저 몸이 하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      

여행의 본질이 귀환이듯이 그들의 여행도 끝이 났다. 서로에 대한 동일시의 꺼풀이 벗겨지면서 자신의 몸을 비루하고 굴욕적으로 바라보던 시선도 거두어졌다. M은 더 이상 자신의 몸이 낯설지 않다고 말하며, K는 자신의 몸이 그냥 그렇다고 생각한다. K는 이제 집으로 돌아와서 무엇이 남고 무엇이 버려졌나를 떠올린다. 딱히 버려진 것도, 이렇다 할 남은 것도 없다. 다만 가끔은 벌거벗고 휘청거릴 때 통쾌하고 자유로웠다는 것, 적절한 한 때 신나게 잘 놀았다는 것, 그리고 다시 그들은 자기만의 일상을 살아내고 있다. 우리가 뭘 했냐는 듯이, 우리가 어쨌냐는 듯이. 

K는 바란다. 세상에 슬퍼서 아름다운 존재들은 무엇이 될 필요가 없으며 어떻게 되지 않아도 괜찮지만, 그래도 비극과 불행의 냄새가 조금은 풍기기를. 진동하는 냄새는 대상을 외면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풍김은 그것이 거기 있다고 알아차리게 하니까 말이다. 나에게 주도권이 없는 고통을 껴안는 일은 행복해져야 가능한 것이 아니라, 고통의 존엄을 보존하고 고통에 대한 감수성을 잃지 않는 일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K는 자신이 예민하고 얇고 가벼운 존재여도 괜찮다고 한다. 그리고 여리고 약하고 속이 비치는 존재들과 계속 내통하고 싶어한다. 그것은 아픔을 같이 한다기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타인을 껴안는 긍정의 야합이다. 우연적인 것들과, 무의미하다고 여겨지는 것들과, ‘비정상’이라고 불려지는 것들을 버무려 놀아재끼는 일이다.


오프닝: 2017년 8월 25일(금) 18:00

주최/주관: KT&G 상상마당

후원: 고은사진미술관


출처 : KT&G 상상마당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참여 작가

  • 한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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