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랩소디 White Rhapsody

우란문화재단 우란1경

2020년 4월 1일 ~ 2020년 5월 27일

<화이트 랩소디>는 전통 공예의 중요한 특질 중 하나이며 민족적 표상이기도 했던 ‘백색’이 근대화, 산업화의 과정을 거치며 오늘날 시각문화 안에서 구현되고 소비되는 양상에 주목한다. 나아가 시각예술 역사 안에서 백색의 문화적 유산이 계승되고, 재편되어온 과정을 비평적 시선에서 살피고자 한다. 전시를 통해 ‘민족적 전통’을 둘러싼 사회문화적 담론을 제도화하고, 타자의 시선에 맞추어진 이상적 가치들을 내면화하는 과정에서 백색에 투영해 온 상징적 가치들과 탈각된 요소들 또한 균형 잡힌 시선으로 되돌아보기 위해서다.

<화이트 랩소디>를 구성하는 동시대 미술가들의 작업들은 오늘날 편재하는 일상의 백색 문화로부터 다양한 발견점과 함의를 드러낸다.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 5인의 신작 10여 점과 전시를 위한 사전 연구 과정에 활용된 자료 (직물, 근대산업, 문학, 이데올로기와 건축, 신체와 미백)들이 다층적으로 설계된 백색 공간 안에서 풍부한 백색의 심상과 풍경으로 펼쳐진다.

참여 작가인 김경태, 신현정, 여다함, 주세균, 최고은은 1970년대 말에서 1980년대 중반에 태어나 도시에서 자란 세대로, 각자의 예술적 연구에 기초한 미적 실천을 자유롭게 전개해 온 창작자들이다. 다섯 작가는 ‘백색’이라는 큰 주제를 개별적인 해석과 접근을 통해 상이한 감각의 백색의 표면을 도출해 내었다.

전통 도예의 기법을 방법론 삼아 개념적 오브제를 제작해온 주세균은 검은 바탕의 도자를 백자 표면으로 만들어가는 공예적 수행의 과정과 연출된 결과물을 효과적으로 제시한다. 지난 몇 년 간, 직물을 회화의 표면으로 실험해온 신현정은 자신의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오래된 옥양목과 전통 직물을 활용하여 새로운 형태의 직물-회화 구조물을 선보인다. 조형적 형태와 천의 질감, 빛과 그림자가 어우러져 이른바 촉지적 감각을 유도한다. 전작에서 뜨개질로 완성한 향로 형태의 비정형 오브제를 선보인 바 있는 여다함은 백색의 비정형성과 불투명성을 표현해 낼 수 있는 매체로써 흰 연기와 흩어지는 향에 주목한다.

고체 형태의 향에서 기화된 연기의 점액질적 특징을 그림자로 중개하여 시각화하는 것이다. 도시의 단면을 밀착된 시선으로 담아 온 김경태는 백색조명 즉, 인공의 흰 빛을 전달하는 입자와 질감을 특유의 추상적 이미지로 선보인다. 흰색에 관한 예민한 감각과 관찰을 바탕으로 일련의 조각작업을 전개해 온 최고은은 대량 생산된 백색가전의 형질과 구조, 공업재료의 적용, 색채의 변성을 조각적 포디움에 대입하여 번안해 낸다. 동시에 백색 공간 안에서의 백색 조각의 배치가 미묘한 긴장감을 발생시킨다.

전시를 통해 문화, 예술적 쟁점과 담론을 확장하고자 협력기획자로 조주리 큐레이터를 초청하였다. 이와 함께 사전 준비단계에서부터 소장연구자들의 협력리서치를 통해 전시 주제의 확장가능성을 폭넓게 탐구해왔다. 또한 미술사와 건축이론, 국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자문을 통해 전시의 맥락을 다각도에서 검토해왔다. 전시를 위한 사전 연구과정에서 도출된 백색과 관련된 직물, 문학, 근대산업, 이데올로기와 건축, 미백과 신체 등 5가지 연구 주제안과 이를 공유한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며, 연구물 작품 간의 일대일 대응 방식이 아닌 상호 교차, 확장되는 방식의 작품구성을 볼 수 있다. 이로써 다양한 문맥으로 읽어낼 수 있는 백색의 심상을 발견하고, 작품으로써 구체화시킨 작가들의 신선한 감각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

총괄기획: 장윤주(우란문화재단)
협력기획: 조주리
진행: 김제희(우란문화재단)
참여작가: 김경태, 신현정, 여다함, 주세균, 최고은
공간디자인: 정이삭(에이코랩)
홍보: 오운(o-un)
그래픽디자인: 박찬신
자문: 김보연(전통직물연구, 섬유예술박사수료), 목수현(미술사), 배형민(건축이론 및 기획), 이승원(국문학, 근대시각문화연구), 이진경(작가)
협력연구원: 김보배, 이야호, 이정은, 조주리, 최호랑

출처: 우란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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