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윤 개인전: 형태가 아닌 현상

OCI미술관

2025년 6월 12일 ~ 2025년 7월 26일

OCI미술관(관장: 이지현)은 함께 해온 작가와의 인연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기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마련한 전시지원 프로그램 2025 OCI어게인 : 귀한인연 선정 작가인 황지윤의 개인전 《형태가 아닌 현상》를 6월 12일부터 7월 26일까지 OCI미술관 3층 전시장에서 선보인다.

어둠 속 가로수가 바람에 흔들린 것뿐인데 낯선 이의 모습으로 오인하여 가슴 철렁하는 경험을 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어젯밤 시청한 스릴러 영화 탓이다. 이렇듯 늘 같았던 풍경이 새삼 달라 보일 때가 있다. 세상은 개인이 처한 상황이나 심리 상태에 따라 다르게 보이기 마련이다. 이것이 황지윤이 그리는 풍경이다.

황지윤은 경험에 기인한 풍경을 그린다. 같은 장소의 같은 나무, 같은 꽃, 같은 열매일지라도 주변을 구성하는 수많은 영향에 의해 그 장소의 모습은 실로 다양하게 존재한다. 작가는 주로 작업실 밖 풍경을 작업의 소재로 삼아 왔다. 그는 있는 그대로의 풍경을 화폭에 옮기는 것이 아닌, 그날의 날씨 혹은 경험이나 기분에 의해 달리 보이는 풍경을 포획한다. 색채 선정에도, 직접 현장에서 당시에 보이는 색감을 눈으로 대조하며 물감을 주조한다. 물감을 들고 그대로 작업실로 돌아와, 작가의 눈에 남은 풍경의 잔상에 의존하여 화면으로 옮겨낸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개인적 경험이 더욱 적극적으로 작업에 반영된다. 황지윤은 최근 회화 작업을 보관하고 있던 자택에 스프링클러가 오작동하는 사고를 겪었다. 그 탓에 대부분의 작업이 침수되었고 이후 생겨난 트라우마는 모든 삶을 지배하였다. 아주 작은 소리에도 예민해지고, 극도로 불안한 심리 상태는 멀리서 보면 그저 아름다운 꽃봉오리들마저 유령과 같은 얼굴을 떠올리게 하였다. 이러한 체험적 내용을 9m의 대형 걸개그림에 고스란히 담았다. 그림도, 인생도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인가 보다.

피해 보상을 위한 과정에서 상대측 변호사에게 이런 물음도 받았다. "어차피 유화는 물에 강하지 않나요?" 작가는 논리가 무너진 물음에 작업으로 답한다. 전시실 한편에 자리 잡은 베일 천 위로 유화 물감 덩어리가 둥둥 떠다닌다. 잔잔한 물결처럼 흔들리는 천과 물감이 만들어낸 그림자는 벽면에 걸린 회화와 겹치며 전시실 전체로 퍼져 나간다. 관객은 물감의 '형태'가 아닌, 물감이 만들어낸 '현상'을 직면한다. 전시는 7월 26일까지.

참여작가: 황지윤

출처: OCI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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