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노트
무의미 호흡 Pointless breath
새로운 것은 항상 나타나며 지금의 것은 점차 묻히고 잊혀 사라져간다. 이 과정은 가치의 무한한 재생산으로 볼 수 있고 나는 이 단면을 파헤치려 한다. 계속해서 만들어지는 새로운 것은 그 뒤에 있는 이전 것들을 덮고 폐기해버린다. 이러한 경향성은 너무나 많은 반복이 이루어져서 이제는 일회용 기억이라는 지경에 다다른 듯하다.
새로운 것은 언제나 신선하다. 부식되고 익숙해진 과거의 것 위에 덮여 흥미로운 것만 남긴다. 이 과정은 언제나 새롭고 전에 없던 특별한 것으로 느껴지지만 사실 각각의 층 아래에는 수많은 반복들이 존재하고 있다. 층층이 쌓인 모든 레이어들의 총집합이 곧 대상인 것일까 아니면 겉에 보이는 표면만이 대상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외피가 설명하는 것을 전부 믿어도 되는 것일까. 정확하지 않은 형용사들만이 대상 주위를 맴돌 뿐이다.
나는 겉과 속을 분리하여 온전한 대상을 파악한다. 겉으로만 보이는 이미지와 그 속의 레이어들이 뭉쳐진 이미지들이 동시에 나타났을 때, 두 가지 이미지를 연결 지으려는 순간이 온다. 계속되는 두 개의 이미지는 어느 것을 따라야 할지 알 수 없는 혼란을 불러온다.
표면 아래에 있는 수없이 복잡한 레이어들은 서로 구조적으로 섞여있다. 기억 속에서 희미해진 이 존재들은 부정확한 기억으로 변형되고, 서로가 서로를 지탱해주는 구조가 되어 얽히고 쌓여간다. 숨겨진 이들이 밖으로 드러났을 때 발생하는 부분적 기시감들이 모인 풍경은 한편에 자리한 잠자는 기억을 불러온다.
출처: 갤러리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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