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에서 작품으로: 서울대학교 미술관 소장품 기획전

서울대학교미술관

2015년 8월 12일 ~ 2015년 9월 20일



미술작품을 감상하기 위한 실마리는 작품이 다루는 주제에서부터 시대적인 배경, 작가의 생애까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번 서울대학교 미술관 소장품 기획전 <흔적에서 작품으로>에서는 작품을 완성시키기 위해 축적되는 물리적인 흔적과 이것이 집약되어 작품화 되는 과정에 주목하고자 합니다.


작가들은 다양한 실험과 시행착오를 거쳐 물감 및 질료의 독자적인 사용법과 효과를 얻어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재료들의 특징적인 일면에 이끌려 작품을 구상하기도 합니다. 화가가 캔버스에 긋는 한 ‘획’이나 조각가가 입체를 만들기 위해 구부리는 철사의 한 ‘마디’는 그들이 구현하고자 하는 완성된 작품에 접근하기 위한 창작의 기본단위입니다. 작가의 작품 세계와 제작의 단위, 과정은 따라서 상호의존적인 관계를 갖고 시각적 긴장감을 유지합니다. 미술의 재료는 특히 20세기 후반에 와서 활발한 확장을 보여왔는데, 기존의 물감, 먹, 석고나 청동 외에 플라스틱, 인조 보석, 비누, 장난감 블록까지도 예술품을 위한 기본단위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재료는 시대마다 변화하지만, 머리 속에 있는 이상적인 이미지를 보다 정확하게 시각화하려는 작가들의 집념과 의지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전시의 1부에서는 물감과 평면이라는 전통적인 매체 속에서 번짐, 튀김이나 갈라짐 등 캔버스와 물감 사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을 관찰할 수 있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물감이 바탕 표면과 만나 번지거나 스며들며 흡수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들과, 바탕 면에 얹혀진 물감의 표면이 딱딱하게 굳어가면서 갈라지는 기법을 이용하여 물감의 물성과 시간 사이의 관계를 강조하는 작품들이 전시됩니다. 한편 어떤 작가들에게 있어 하나의 붓 자국, 물감 자국은 회화 밖의 현실을 지시하는 환영이자 역사적 또는 심리적 참조대상이 됩니다.


2부에서는 종이와 같은 전통적인 재료부터 비누나 플라스틱 블록 등 점차 다양해지는 미술의 재료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작품들을 모았습니다. 종이를 녹이거나 베어내는 방식으로 이미지가 만들어지기도 하며 석고나 철사, 플라스틱 블록 등 각각 나름의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작가의 손길의 축적만이 작품을 완성시키는 수단임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작품도 있습니다. 어떤 작품들은 흙, 불, 빛, 화학용제 및 액화비누 등을 사용한 단계적인 제작의 과정을 통해서 현실화되며 알루미늄, 컴퓨터의 픽셀 등의 소재를 통해 작가의 예술작품에 대한 지적인 의식을 반영한 작품도 전시됩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재료에 대한 작가들의 창조적인 사유와 탐구에 초점을 맞추어, 작품들을 또 다른 각도와 시선으로 감상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출처 - 서울대학교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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