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수평선이 보였다. 흐린 천공(天公) 아래쪽 사방으로 황량한 바다의 거대한 수면이 주욱 뻗어 있었다. 그런데 아무런 경계가 없는 텅 빈 공간에서는 우리는 시간을 재는 감각을 상실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측량할 수 없는 상태에서 몽롱한 의식 속으로 빠져 있게 되는 것이다. -「베니스에서의 죽음(1912)」, 토마스 만 저
한번쯤은 밤바다를 보러 즉흥적으로 떠나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바다를 보러 가는 인간의 심리에는 카타르시스적 바람이 담겨져 있다. 이 전시는 위에 인용한 토마스 만의 소설 「베니스에서의 죽음」의 도입부에서 묘사하고 있는바와 같이 하늘과 바다로 양분되는 색면 추상회화와 같은 평면적인 광경을 응시하며 그 풍경 아래에 개인적, 사회적인 어떤 감정을 공감하고, 용해되는 지점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시도에서 출발한다.
난지전시실은 원형 구조로 되어 있다. 이는 기존에 폐수처리시설 중 침전로였다. 이 원형구조는 「베니스에서의 죽음」에서 묘사되고 있는 것과 같이 우리가 바다 위에 있는 상황을 가정했을 때, 광활한 수평선이 하늘과 바다를 가르는 아무런 경계가 없는 풍경을 가능케 하는 공간이다. 원형의 공간에서는 어느 곳을 보아도 같은 관경으로 둘러싸이기 때문이다. 이런 공감각적인 상황은 이차원의 평면적인 장면을 공감각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시간’, ‘공간’의 개념을 뛰어넘는 다차원적인 유토피아적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전시 <밤바다 Nightseeing>는 나와 타자가 소통하고 공간과 공간이 연계되는 상호적인 프로젝트에 대한 시도이다. / 박여주
장민승(atmosphere), 김책(drum) + 1
출처 -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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