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문화회관의 기획「2015유리상자-아트스타」전시공모선정 작가展은 동시대 예술의 낯선 태도에 주목합니다. 올해 전시공모의 주제이기도 한 '현실Reality & 놀이Playing'은 우리시대 예술에 대한 공감을 비롯하여 ‘도시’와 ‘공공성’을 주목하는 예술가의 태도와 역할들을 지지하면서, 동시대 예술의 ‘스타’적 가치를 지원하는 의미입니다.
4면이 유리 벽면으로 구성되어 내부를 들여다보는 관람방식과 도심 속에 위치해있는 장소 특성으로 잘 알려진 아트스페이스「유리상자」는 어느 시간이나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시민의 예술 향유 기회를 넓히는 데 기여하고, 열정적이고 창의적인 예술가들에게는 특별한 창작지원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공공예술지원센터로서 더 나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하여 전국공모에 의해 선정된 참신하고 역량 있는 작가들의 작품 전시를 지속적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2015년 전시공모 선정작 중, 세 번째 전시인 「2015유리상자-아트스타」Ver.3展은 조각을 전공한 이창진(1979生)의 설치작품 “Water always find it's own level. 물은 항상 평(平)을 맞춘다.”입니다. 이 전시는 세계에 관한 작가의 관찰로부터, 발견하고 시각화해가는 작가의 장기 프로젝트 중의 어느 한 지점입니다. 작가는 세계를 작동시키는 기본적인 원리들이 어떻게 자신의 일상 속에서 은유와 유희로 작용하고, 그것이 예술의 일부로 획득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 흥미롭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유리상자 안에 하나의 수평선이 있습니다. 정확히는, 지상으로부터 1.17m를 기준으로 물 표면의 높이를 일치시킨 3.75×3.75m 크기의 수평면이라고 해야 합니다. 이 수평면은 위에서 내려다보면 정사각형 모양으로 한 변에 36개씩, 총1,296개의 투명 생수병을 임의 높이로 천정에 매달고, 기준 높이에 맞추어 생수병에 물을 채우면서 구축해 놓은 것입니다. 1.5ℓ 혹은 2ℓ 용량의 플라스틱 생수병에 채워진 물은 각 병마다 양을 달리함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수평선을 일치시켜 하나의 수평선을 이루고 있습니다. 1,296개의 수평선이 하나가 되는 낯선 풍경입니다. 게다가 푸른색에서 초록색으로 달라지는 수평선의 색상 변화와 외부 빛을 반사하는 투명 생수병의 재질은 심해의 수면 위에서 반짝이는 얼음 조각처럼 낯선 공간을 상상하게 합니다. 한편, 물체를 지구 중심으로 끌어당기는 중력重力은 병에 담긴 물의 수평선을 생성할 뿐만 아니라, 천정에서부터 물병을 매달아 팽팽해진 스테인리스 줄의 수직선도 만들어냅니다. 이것은 수평과 수직이 교차하며 퍼즐을 맞추는 가상의 풍경 같습니다.
이번 전시는 세계의 작동 원리를 탐구하려는 작가의 태도가 스며든 ‘낯선 풍경’을 사방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유리상자 공간 속에 시각화하려는 설계입니다. 이 설계는 양 끝을 들어 올린 투명 호스 속의 물이 수평선의 양 끝점을 찾아주는 자연 원리에 주목한 순간부터 출발하여, 투명한 용기에 담은 물의 수평 작용을 시각화하며, 다른 가능성들을 실험하고 확장해가는 것입니다. 작가에게 물은 생명의 시작, 자연과 세계의 근원을 상징하는 검색어인 듯하고, 작가는 투명한 물을 투명한 용기에 담아 형상화하는 방식으로 투명성의 애매한 경계 상태와 존재감을 입체적으로 형상화하는 작업에 주목합니다. 또한 투명한 물이 담긴 투명한 개체들의 집합으로 전체를 설계하는 설치 형태와 일정한 기준과 규칙의 설정에 준하여 각각의 물병에 수십 회의 물방울을 떨어뜨리는 8일간의 신체 활동을 수행해야하는 설치 방식은 새로운 언어를 획득하기 위한 작가만의 진지한 태도입니다.
세상의 모든 투명용기에 담긴 물의 수면을 하나의 일치된 수평면으로 만드는 탁월한 시각적 실험, 마치 수직의 중력에 대응하는 수평의 에너지를 조각 맞추며 세계 작동 원리와 인간 행위의 매력적인 관계를 탐구하고, 하나의 수평선으로 ‘연대’, ‘합의’의 관계를 시각화하는, 또는 그 이상의 ‘전체’ 혹은 ‘일치’와 통하려는 숭고한 의식을 떠올리게 하는 이 작업은 작가가 감지한 어느 한순간을 자신의 방식으로 조형하고 은유하여 해석하려는 낯선 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작가 자신의 놀이 행위에 예술적인 본질이 존재하는지를 자문하는 이번 전시로부터, 우리는 각자의 수평선이 가진 차이로 서로 다를 수 있지만, 세계를 인식하는 태도로서 하나의 수평선을 구축하며 현재적 상황에 긍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번안된 세계 인식의 놀이 속에서 삶에 관한 진眞·선善·미美의 유효성들을 추출하려는 이번 유리상자는 경계 없는 동시대 예술의 가치 확장을 응원하게 합니다. - 봉산문화회관 큐레이터 / 정종구 -

Installation View_수평(水平)-Water always find it's own level
페트병, 물 / 3.75x3.75m내외 설치/ 2015

Installation View_수평(水平)-Water always find it's own level
페트병, 물 / 3.75x3.75m내외 설치/ 2015
작가와 만남
2015. 7. 16(목) 오후 6시
시민참여 프로그램
제목 : 수평선 만들기
일정 : 2015. 8. 1(토) 오후 3시
장소 : 봉산문화회관 2층 아트스페이스
대상 : 누구나
준 비 물 : 깨끗한 빈 페트병 5-10개, 깔대기
참가문의 : 053) 661-3526
내용 : 페트병을 이용해 작가와 동일한 방법으로 작가의 작업을 경험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