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미래작가상 : 김범학, 박동균, 현승우

캐논갤러리

2018년 5월 3일 ~ 2018년 5월 27일

김범학 작업노트
혼의 풍경
역사 속에는 무수한 죽음이 있다. 그리고 그 죽음은 서서히 잊힌다.
우리는 한민족 간 이념 갈등을 겪었고 그 여파가 아직 끝나지 않은 채 남아 현재까지 남과 북으로 나뉘어있다. 내가 사는 이곳 어딘가에는 당시의 사건들로 인해 죽은 사람들이 묻힌 땅이 있다.
멀지 않은 과거, 동족상잔의 비극, 다른 이름으로 불리지만 하나의 이야기인 제주4·3 , 여수 순천 사건, 지리산의 빨치산. 나는 우연한 계기로 제주에서 살았다. 그곳에서 살아가며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동안 내가 책 속에서 배운 제주의 역사와 실제 제주도민들이 기억하는 사건에 대한 온도차를 극명하게 느꼈다. 제주 4·3 은 끝나 사라진 것이 아니라 화해되지 못한 채 남아 사건에 대한 침묵의 강요라는 새로운 형태로 나와 같은 또래에게까지 녹아있었다.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갈등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었다. 나는 제주 4·3이나 여순 사건이 발발한 이후에 태어났다. 나는 그 시대를 겪어보지 못했고 배움 또한 짧아 예전에 일어난 일에 대해 옳고 그름 따위를 판단할 자격이 없다. 그러나 ‘이념과 사상이 무엇이기에 총, 칼에 의한 죽음이 당연시되는가?’라는 물음이 내 안에 맴돌았다.
이제 겨우 반백 년 남짓의 시간이 지났을 뿐이다. 사건이 일어났던 장소를 표기한 지표와 기록물들은 훼손됐거나 철거되어 그 흔적을 찾기 힘들고, 그때의 기억을 안고 살아가시던 분들은 한두 분씩 명을 달리하셨다. 이대로는 찾을 수도 없이 완전히 잊힐지 모른다 생각했다. 나는 잊혀서는 안 될 우리 역사 속 아픔의 장소를 걸으며 사진으로 담았다.
이 사진들은 내 무지에 대한 나름의 속죄이자 반성이다.

박동균 작업노트
약한연결
‘약한 연결’에서는 기술을 매개로 물질화된 사물과 그것이 이미지와 맺게 되는 연결에 대해서 탐색한다. 이 작업의 목적은 사물의 특수한 형태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이 사진의 절차를 거치면서 변화하는 물질성을 이미지로써 다시 바라보는 데에 있다. 여기서 물질성이란 기술의 메커니즘을 토대로 사물이 획득한 형태와 기능, 그리고 현실 세계에 자명하게 존재하지만 일상적 실천 안에서 좀처럼 물질로 인식되지 않는 사물의 비가시적인 속성을 말한다. 내가 기술적 대상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바로 이 비가시성 때문이다. 그들의 대부분은 사용의 맥락에서 어렵지 않게 파악될 수 있지만, 사물 그 자체의 관점에서 물질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나는 여기 포함된 일군의 사진-이미지들을 통해 앞서 말한 비가시성에 접근하고, 사물이 이미지와 맺는 약하지만 신중한 엮임에 대해 탐구하고자 한다. 이 약한 연결은 사물이 갖는 고유의 기능을 탈맥락화하고 명확히 알 수 없지만 눈 앞에 현전하는 사물의 물질성을 드러낸다. 내가 이번 작업에서 눈여겨보고자 하는 것은 기술이 사물과 만나는 접점에서 형성되는 물질성이 이미지로 포착되었을 때 발생하는 사물과 이미지 사이의 새로운 연결 고리이다.
이 연결은 이미지로 번역된 사물의 표면 위로 드러나며, 이미지라는 또 다른 차원의 물질을 통해 인지되는 대안적 현실을 위한 기술적 모델로 기능한다.
‘약한 연결’은 1) 주변에 편재하는 사물들을 관찰하고 기록한 이미지, 2) 몇몇 사물들을 작업실 안으로 들여와 즉흥적으로 연출하여 기록한 이미지, 그리고 3) 디지털 가상공간 안에서 사물을 재현하고 생성한 이미지로 구성된다. 기록, 연출, 시뮬레이션이라는 일련의 제작 방식은 사물과 이미지 사이의 연결을 느슨하게 만들고 그 벌어진 틈 안으로 감상자를 밀어 넣는다. 이러한 접근법은 작업 과정을 통해 헤아릴 수 있는 사물의 물질적 가능성을 함축적으로 드러내며, 이미지의 체계를 통해 구체화되는 사물의 미적 상태에 집중하도록 만든다.

현승우 작업노트
De-form-able
우리는 사회와 그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과 관계하면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간다. 그러나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고 복잡해서 때로는 자신을 잃어버린 채로, 자신이 누구인지 조차 모르며 살아간다. 우리는 정답처럼 규정된 모습으로 있기를 강요 받는다.
그러나 늘 틀에 박힌 모습에만 맞춰 살아갈 수는 없기에 마음 속에서는 또 다른 욕망이 싹트게 된다. 그리고 나의 모습이 아닌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는 상황에 놓여질 때, 이 때다 싶어 터져 나온 욕망은 그 동안의 자신의 모습이 아닌 전혀 다른 존재로 재구조화된다.
과연 한 사람을 하나의 완결성 있는 존재로, 하나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존재로 규정할 수 있을까? 나의 작업은 이러한 질문에 답하고 찾고 다시 답하는 과정이다.

출처 : 캐논갤러리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참여 작가

  • 김범학
  • 박동균
  • 현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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