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에는 언어로 설명되지 않는 이야기가 담긴다. 소설처럼 앞에서 뒤로 흐르지 않고, 영화처럼 장면을 이어 설명하지도 않는다. 대신 한 순간을 포착하면서도 암시하고, 하나의 화면 안에 여러 시점과 장소를 겹쳐 놓는다. 붓질의 속도와 질감만으로 감정을 전하고, 대상들의 생략과 강조를 통해 현실을 재구성한다. 화면 속 인물의 시선이 향하는 곳, 겹쳐진 붓질 아래 감춰진 형상, 의도적으로 비워둔 여백을 통해 보는 이의 경험과 상상을 불러낸다. 하나의 그림 앞에서 누군가는 기억을, 누군가는 예감을, 또 누군가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발견한다.
《8CHAPTERS》는 이처럼 회화 고유의 방식으로 서사를 구축하는 여덟 명의 작가를 모았다. 누군가는 시간을 겹겹이 쌓아 올리고, 누군가는 우연히 포착된 순간들을 나열하며, 또 누군가는 상징과 신화의 언어로 새로운 무대를 만든다. 여덟 개의 장(chapter)은 각각 독립된 이야기지만 한 공간에서 만나며 회화가 담을 수 있는 서사의 다양한 가능성을 펼쳐 보인다.
참여작가: 강준영, 고등어, 권순영, 김여진, 김혜리, 김호진, 박경진, 이수진
디자인: 김혜리
출처: 에브리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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