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우 개인전 : 대포 08 Han Sungwoo : Port 08

별관

2019년 3월 8일 ~ 2019년 3월 28일

[별관 기획: 정공법]은 기교한 꾀나 모략을 쓰지 아니하고 정정당당히 공격하는 방법이라는 사전적 의미의 뜻을 담아, 작업을 해나가는 데 있어서 회피하거나 돌아가는 태도가 아닌 작가 자신(만)의 방법 또는 내용을 모색하여 정면으로 맞서고자 하는 작가 중심적 기획이다. 이 기획은 대학(원)을 졸업하기 전 젊은 작가의 출발점에 서서 가고자함에 순수한 열정을 쏟기도 한다, 때론 포기했던 작업자로써의 삶을 다시금 도전하기도 한다. 혹은 이미 활동 영역에서의 주 매체가 아닌 또 다른 표현과 방법을 고려하는 등 주제나 소재를 포함한, 어떠한 형태로든 작업을 해쳐나가기 위한 작가들의 노력에 집중하며, 묵묵히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길에 작은 연결다리가 되기를 희망한다. 

기획 정공법 은 지난 첫 번째 전시에서 ‘조각적 범위’ 에 대해 이야기를 다뤘다면, ⟪대포08⟫은 한성우 작가와 함께 ‘그리다’에 집중해본다. 드로잉(Drawing)과 페인팅(Painting)의 경계에서,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와 같은 질문은 둘째치고서라도, 작가에게 있어서 가장 근원적인 의미의 ‘그린다는 것? 그려진다는 것?’ 자체에 대한 물음으로부터 시작해볼까 한다.

한성우의 작업을 보며 무엇을 그렸는가? 왜 그렸는가? 어떻게 그렸는가? 등과 같은 공격적인(?) 질문들을 떠올릴 때가 있었다. 이러한 일반적이고 직설절인 질문들은 사실 대체로 많은 작가들에게 적용되는 물음임에도 불구하고 한성우의 작업에서 유독 더 궁금할 때가 있었다. -있었다 와 같은 과거형으로 말하고 있는 이유는 현재는 더 이상 그렇지 않기 때문인데, 이유인즉슨 작가가 가지는 그림에 대한 ‘행위적 태도’ 때문일 것이다. 어떠한 대상을 그리지만 그 대상이 그리고자함의 목적은 아니다. 그린 이유에 대한 동기는 존재하지만 확고한 내용을 전달하기 위함이 아니다. 기억의 재현이라 한다 해도 기억의 투영이 그림에 온전히 적용되지는 않는다.

“쌓아 올리며 더해가겠지만 가득 채우지는 않을 것이며 / 지워내며 덜어내겠지만 텅 비우지는 않을 것이며 / 장소를 다룰 것이지만 어떠한 장소에 대한 것을 다루지는 않을 것이며 / 반복적인 행위를 지속하고 반복적인 이미지를 그려나가겠지만 같은 행위를 지속하고 같은 이미지를 그려나가지는 않을 것이다.” - 작가 노트 中 -

이와 같은 작가의 태도를 그리고 작업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질문을 하기보다 ‘받아들여지는’ 단계를 경험한다. 이는 보편적인 감정과도 같은 요소들이 함께 동반되는데, 작가의 경험이나 감정을 뛰어넘어 나와의 거리 상태를 뜻하기도 한다. 대게는 네러티브(Narrative)가 부족할 수 있는 평면작업에서, 실제로 많은 작업들이 이 거리감에서 관객과의 간극을 드러내고는 한다. 자신의 경험과 감정의 상태가 보는 이로 하여금 좁혀지지 않거나, 오역(이 될 수조차 없는)되어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태에 놓이곤 한다. 하지만 작가의 작업에서 이와 같은 ‘받아들임’ 의 단계가 가능해지는 순간을 구조주의 철학자이자 비평가인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의 개념을 (주어인 ‘사진’ 대신 ‘작업’ 으로 대입하여)  빗대어 볼까 한다. 그의 작업을 볼 때 사회적으로 공유되고 상징화 된 공통의 정보(느낌)을 갖는 것, 즉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정서를 말하는 스투디움(Studium)이 미약한 시작점일지 모른다. 이내 곧 똑같은 작업을 보더라도 자신의 개인적인 감정/경험을 통해 순간적인 깨달음이나 의식을 관통하여 우연적으로 발생하는 푼크툼(Punctum)으로써 앞선 다음 단계의 실현이 이뤄진다. 

⟪대포08⟫전시는 작가가 자·타의 적으로 규정 된 스스로의 관념을 파괴하고 해체, 재배열의 과정을 보여준다. 즉 소거법의 방법으로 그 과정의 사이사이에서 남은 부속물과 같은 상태를 다룬다. 문득 그의 작업의 내용과 글의 끝맺음에 있어서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의 단어와 문장들로 인용하고 싶어졌다. 술을 즐기는 나에게 있어서 ‘술 냄새’ 가 난다는 것은 꽤나 큰 의미가 있는 감상이다. 특히 어떤 음악의 목소리가, 가사가, 연주가 그러하다. 더불어 대체로 어떤 와 닿는 글을 읽거나, 영화(영상)를 보거나 등 예술을 마주할 때 나지막하게 읊조리는 말이다. 명백한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한성우의 작업에서는 위스키 향(맛)이 난다. 아니 정확히는 위스키스러운 향과 다크초콜릿 같은 촉감의 맛. 코끝에 나는 진한 향이 목을 타고 넘어가면서 입안 전체와 가슴에 퍼지는 느낌 같은 것인데, 상당히 두텁고 묵직한 촉각적 감각이다. 물감이 마르기 전에 거칠게 지워지거나 덧 입혀지는, 스퀴즈로 밀어내고, 물감을 뿌리거나 긁어내면서 발생하는 우연적인 요소들을 화면에 개입시킨다는 작가의 말처럼 전체적인 ‘꾸덕꾸덕’ 함이 이와 맞닿아 있다. 이와 동시에 나는 ‘그리다’ 의 ~을 그리다(Draw)와 그리다(miss)를 떠올린다. 무엇을 혹은 누구를 그리워하는지 명확한 대상을 알지 못한 체 감정의 상태를 느끼게 한다. 그 감정의 끝자락에 서서 작업을 마주하고, 응축 된 높은 강도(작업 그 자체 혹은 개인의 감정의 깊이) 속에서 나는, 그리고 관람자는 무엇을 ‘그리고’ 있는지 묻고 싶어진다. / 안부(아티스트 런 스페이스 [별관] 기획자)

참여작가: 한성우
글, 기획: 안부

출처: 별관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참여 작가

  • 한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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