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예술의 새로운 흐름을 모색하는 아시아 대표 창작공간들과 세계 미술 공간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국립아시아문화전당(전당장 직무대리 방선규, 이하 ACC)은 한국과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대만 등 아시아 19개국 38개 창작공간이 참여하는 ‘아시아 창작공간 네트워크’와, 북미를 제외한 세계 25개 미술공간들의 네트워크 ‘아트 콜레보레이토리’가 함께하는 <ACC 네트워크 플랫폼 전시 : 아시아-쿨라, 쿨라링>을 9월 1일부터 10월 20일까지 ACC 문화창조원 복합2전시관에서 개최한다.
ACC, 아시아 창작공간 간 교류와 협력 이뤄
‘아시아 창작공간 네트워크’는 ACC와 아시아 각국의 창작 공간 간 협력을 통해 관계망을 구축하는 국제교류사업의 하나로 2012년부터 시작됐다. 특히 올해는 아시아 창작 공간 뿐만 아니라 세계 미술공간들까지 참여의 폭이 확대됐으며 전시와 회의를 통해 근·현대 예술의 역사와 서술의 관점을 벗어나 아시아적 사고와 관점에서 예술을 살펴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쿨라-바자르, 쿨리아나, 가네샤 등 세 가지 주제의 전시
<ACC 네트워크 플랫폼 : 아시아-쿨라, 쿨라링>은 ‘쿨라-바자르 Kula-Bazaar’, ‘쿨리아나 Kuleana’, ‘가네샤 Ganesha’ 등 세 가지 주제로 전시가 이뤄진다. ‘쿨라’는 멜라네시아(태평양 남부, 오스트레일리아 동북쪽에 있는 섬을 통틀어 이르는 말) 트로브리안드제도 인근 원주민들 사이에서 이뤄지는 원정 형태의 거대한 교역제도를 말한다. 이에 이번 프로젝트를 ‘쿨라’에 빗대어 살펴봄으로써 아시아 창작공간들이 서로의 다양성을 교류하며 하나의 큰 흐름을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취지를 담고 있다.
‘쿨라-바자르 Kula-Bazaar’ 아시아 창작공간 네트워크 전시
이번 전시 가운데 하나인 ‘쿨라-바자르 Kula-Bazaar’는 아시아 창작공간들이 참여하는 전시로 시장(Bazaar) 이라는 특성을 살려 전시공간을 원형으로 배치하고 수평적인 관계와 각 참여공간의 균형을 돋보이게 기획했다. 이번 전시는 일본의 Arts Initiative Tokyo, 인도네시아의 포럼 랭탱(Forum Lenteng) 등 38개 공간이 참여하며 예술작품 전시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상품도 판매될 예정이다.
‘쿨레아나 Kuleana’아시아·유럽·남아메리카 19개국 25개 공동작업
이어 ‘쿨레아나–삼각형으로 우리의 삶을 걸어간다(Kuleana- Walking Our Lives in Triangles)’ 전시는 아시아를 비롯해 유럽, 남아메리카 19개국 25개 미술공간들이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약 4년간의 공동 작업을 한 결과물을 선보인다. ‘쿨레아나’란 ‘책임을 수반한 관계적 자율성’이란 뜻의 하와이의 언어이자 중요한 가치관 중 하나로, 이번 전시는 아트콜레보레이토리 네트워크의 워킹그룹이 기획했다. 아트콜레보레이토리 네트워크는 세계 25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네트워크로 2007년 네덜란드의 사회문화재단 둔 재단(DOEN)과 히보스(Hivos)에 의해 시작되었다.
‘가네샤 Ganesha’한국과 네팔 작가 공동 제작 작품 전시
‘군중의지배자’란 뜻의 가네샤(Ganesha)는 인도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신중의 하나. 이번 ‘가네샤’ 전시는 인도문화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 중의 하나인 가네샤를 통해 인도문화와 한국문화를 연결하고자 기획됐다. 네팔과 한국작가들의 협업을 통한 ‘가네샤’, ‘창원시장불’, ‘지동신’등 도상 작품 및 카트만두에서의 공동작업과 도상제작 과정 등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상 등으로 구성된다.
9.4, 회의 ‘함께 만드는 아시아의 미래’
<ACC 네트워크 플랫폼 : 아시아-쿨라, 쿨라링> 프로그램 중의 하나로 9월 4일 ACC 문화정보원 컨퍼런스홀에서는 ‘함께 만드는 아시아의 미래’를 주제로 한 회의가 열린다. 이번 회의에서는 ACC의 전시를 매개로 한 창작공간 네트워크의 방향성을 제안하고 전문가에 의한 국내외 창작공간 네트워크의 사례가 발표될 예정이다. 회의에는 아시아 창작공간 네트워크 전시와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한 50여명의 작가 및 전문가가 참여하게 된다.
<쿨라-바자르 Kula-Bazaar>
쿨라는 오늘날 아시아 문화교류의 방향을 새롭게 제시하는 하나의 개념이다. 원래 그것은 말리노프스키에 의해 알려졌는데, 멜라네시아 트로브리안드제도 근방의 원주민들간의 거대한 원정형태의 교역제도를 일컫는 말이다. 쿨라 제도는 수천 킬로미터의 여러 섬들 간의 교역이지만 우리가 생각하듯 원초적 경제교환 혹은 유용한 물물교환이 아니다. 무엇보다 그것은 의례적인 선물의 교환행위요, 지속적으로 이어져온 전통이며 제도이다. 즉 원주민 사회가 공유하는 일종의 선물경제의 일종이다.
오늘날 쿨라는 현대사회의 위기에 대한 아시아 문화의 어떤 실험적인 응답이 될 수 있다. 한편으로 그것은 부족들 간의 대립, 전투, 전쟁의 위기들로부터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발명된 상생의 제도로서, 오늘날의 심각한 위기문제들에 대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이 선물경제는 힘의 논리에 기초한 제국적인 지배-피지배가 아니라, 상호호혜성과 존중, 사회적인 의례에 기반하며, 선물을 주고받는 교환을 통해 성장하고 순환하는 문화예술적인 교류의 모델이 될 수 있다. 이렇듯 쿨라는 거시적인 정치/경제적이면서도 문화예술적인 메타모델의 역할을 제시한다.
<2016 아시아 창작 공간 네트워크 전시>는 이러한 방향에 기초에 설계되었고, 일종의 쿨라-존인 창작공간들을 상호 존중과 선물증여의 정신으로 연결하는 순환을 위한 초석을 만들고자 한다. 하지만 창작공간의 ‘네트워킹’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의 연결, 혹은 대표자들의 ‘협의체’구성을 뛰어넘는다. 왜냐하면 장소는 언제나 시간에 의해 활성화되며 그것도 축제나 제의처럼 특정하고 비범한 시간에 그렇기 때문이다. 사회적이고 집단적인 쿨라-존 자체가 교역하는 당사자들의 신심어린 준비와 풍부하고도 다양한 문화 예술적 과정을 통해 조직된다는 점에 비추어보더라도, 네트워킹은 복잡하면서 살아있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쿨라-바자르> 전시는 이러한 생생함을 포착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이제 실질적인 미래에 대한 전망, 교류에 대한 방향과 철학이 절실한 시점이다. 2016 아시아창작공간네트워크 사업인<쿨라-바자르>를 통해, 이에 대한 장기적 문화교류, 문화 대원정인 쿨라를 시작하고자 한다.
전시구성
바자르는 거리를 따라 상점과 공방 등이 자유로운 형태로 들어선 일종의 재래식 시장으로, 좁은 통로와 밀집된 방을 보면서 착안됐다. 바자르는 크게 다음의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1) Network signs
시장에는 상인이 파는 품목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상징물이 으레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간판의 역사는 곧 시장의 역사와도 같다. 그래서 창작공간 네트워크 멤버쉽과 기타 공간의 간판을 모아서 전시하고자 한다. 아시아 지역의 생생한 언어와 상징체계를 그물망처럼 엮어서 시각화한다는 의도를 가진다. 기존 공간 간판을 기본으로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간판의 형태에 대해서 상당히 열려있는 편이다. 이 프로젝트에 있어서 간판의 매체와 형태는 다양할수록 좋다.
(2) Kula Bazaar
쿨라 바자르는 일종의 아시아 문화 공동시장으로, 아시아의 예술, 문화, 경제 등의 교환 행위를 가로지르는 키워드다. 분야별로 나뉘어 있는 삶의 각 영역을 아시아적 상상력을 통해 복잡계 시스템으로 엮어보려는 의도를 가진다. 각 창작 공간은 바자의 상인처럼 전시에 임한다. 공간의 특성을 잘 드러내는 예술작품, 도서, 기념품, 아트상품, 기성품, 포스터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가져와 매대 위에 올린다. 물건을 거래하는 방식은 자유에 맡긴다. 쿨라 바자르를 통해 기존 예술의 관념으로 정의될 수 없는 폭넓은 문화 행위가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쿨레아나–삼각형으로우리의삶을걸어간다Kuleana- Walking Our Lives in Triangles>
‘삼각형으로 우리의 삶을 걸어간다 Kuleana- Walking Our Lives in Triangles’라는 부제를 갖고 있는 <쿨레아나>전시는 책임을 수반한 ‘자율성’을 뜻하는 하와이 언어인 ‘쿨레아나’를 통해 책임과 헌신을 기반으로 하는 창작공간들 사이의 관계적 자율성에 초점을 맞춘다. 아트콜레보레이토리 월킹그룹의 공동기획으로 진행되는 <쿨레아나>전시는 2013년부터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아트 콜레보레이토리 네트워크의 자기조직화 과정에 대한 전시이다.
오늘날 미술, 창작 공간과 이들에 네트워크에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일까? 특히 아시아라는 비정형적인 맥락에서 지향해야 할 가치는 기존의 미술작품, 오브젝트 중심의 가치관과 구별되어야 할 것이다. 아트 콜레보레이토리는 각 공간들이 관객에게 선보이는 예술 작품/ 문화 프로젝트 뿐 아니라, 작품을 제작, 프로젝트를 개발하여 관객과 공유하는 과정과 맥락, 방법 등의 비가시적 차원의 예술/문화 생산에 주목한다. 그러한 차원에는 중시되는 이슈는 평등과 공통성, 그리고 “삶”의 문제이다. 규율, 위계, 경쟁 중심의 현 사회정치 시스템 내에 삶의 가치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 데, 과연 예술/문화적 경험이 이 가치를 수호하고 증진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가, 라고 이들은 묻는다. 그러기 위해서라면서책임을 수반한, 관계적 자율성 – 쿨레아나 - 이 핵심적 가치로 한 자기 조직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삼각형’을 ‘쿨레아나’ 와 자기조직화를 가능하게 하는 기본 메카니즘의 상징으로 제시한다.
전시구성
전시는 네트워크의 일원이 공동 작업한 결과물로서 일종의 총체예술로 보아질 수 있다. 구성요소는 <Fun(d)raising> (조각, 소리, 인터액션), <빙하를 뒤집기> (조각, 영상), <동그란 삼각형> (애니메이션, 영상) 세 개의 꼭지점을 만들어 내는 설치 작품과, 군도로 표현된 네트워크 지도, <우리의 삶을 걷기>라는 네트워크에 중요한 개념들을 신을 수 있는 양말에 인쇄한 의상작품, 그리고 산/정원 형식으로 구현된 공동연구 장소 등 으로, 원과 삼각형을 기본 요소한 다이어그램과 표현적 형상, 정보와 신화가 중첩 교차하는 전시 형식을 지향한다.
<2016 Cafe In Asia – 광주 가네샤>
가네샤(Ganesha) '군중의 지배자'란 뜻이다. 시바와 파르바티 사이에 태어난 아들인데 지혜를 성취시키는 신으로 숭배된다. 가네샤는 시바를 섬기는 가나(Gana)들의 우두머리로서 가나 즉, 군중을 지배하는 신이다. 이 신을 믿는 신앙이 인도에서 생긴 것은 대략 6∼7세기 전후로 생각된다. 힌두교 가나파탸파(Gānapatya 派)의 주신(主神)이다. 인도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신 중의 하나인 가네샤는 인도 문화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이 도상을 통해 인도 문화와 한국 문화를 연결하고 이를 토대로 아시아 문화를 연결하고자 한다.
전시 세부 내용
2014 ‘Cafe In Asia’ 작업으로 네팔 카트만두에서 제작한 ‘가네샤’ 도상의 2016 광주 버전 작업이며, 네팔과 인근 국가의 힌두인들이 가장 신성시 하는 ‘가네샤’도상을 네팔작가들과 대한민국 작가들이 함께 제작한다.
① 신화 – 가네샤 도상 1점 : 코끼리얼굴에 긴 코가 있고, 이빨은 하나이며, 팔은 넷이요, 툭 내민 배에 뱀으로 띠를 두르고, 쥐를 타고 있는 가네샤 조상을 통해 신화에 대한 의미를 재해석한다.
② 삶과 희망 – 다큐멘터리 영상 : 가네샤 도상을 비롯한 다양한 신들의 제작과정을 담은 영상 다큐멘터리를 통해 과거의 신화를 현대의 테크놀로지로 결합한 작품을 통해 시간을 거쳐 진행되어 온 삶과 희망에 대한 의미를 전달한다.
참여공간
국내 14개 공간
오뉴월(서울), 공간413(서울), 기고자(서울), 무정주(서울), 리트머스(안산), 스페이스 배(부산), 책과 생활(광주), 스페이스 장(대전), 제주 아트창고(제주), 군산여인숙(군산), 아트포럼 리(부천), 비아트 협동조합(부산), 시방아트(청주), 비하우스(부산)
국외 18개국 24개 공간
Casco(네덜란드), Mcube Gallery(네팔), ST. Paul st gallery(뉴질랜드), Absolute Art Space(대만), ASC(대만), Waley Art Space(대만), Lost Generations(말레이시아), Finders(말레이시아), 포라파라 스페이스(AASN)(방글라데시), 제로 스테이션(베트남), Raw Material Company(세네갈), The Artists Village(싱가폴), 클락 하우스 이니셔티브(AASN)(인도), Forum Lenteng(인도네시아), Ilubiung Project(인도네시아), Arts Initiative Tokyo(일본), 중국화실(중국화실), SA SA BASAC(AASN)(캄보디아), 아트 그룹 705(AASN)(키르기즈스탄), Tentacles Gallery(태국), Disclab(필리핀), The Office of Culture and Design(필리핀), Agriculture NOW!(홍콩), At Wit’s End(홍콩)
출처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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