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국에 갓 도착한 이방인은 파리처럼 시급하게 몸 담을 곳을 찾아 헤맨다. 무리를 찾아 말을 걸고 새로운 사회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 한다. 그러나 방역하는 세상에서는 온전히 선명하게 사람의 얼굴을 볼 수 없다―――그 얼굴이 사람의 실체를 보여주지 않더라도―――대화 중에 보는 흰색 물체로 반쯤 가려진 얼굴에서는 미세한 감정을 헤아릴 수 없어 정보가 줄어든다. 혹은 사회의 수많은 예의범절 때문에 자신의 생각을 말로 전달하는 방법을 잊어버렸는지도 모른다. 어떻게 보면 표현의 자유가 매우 제한되었다. 어떻게 표현하며 어떻게 내가 원하는 대로 드러낼까? 무력하거나 두렵거나 또는 갓 합류한 이 사회와 연결되기를 기대하면서 자신의 모습을 잃었는지도 모르겠다.
-작가 노트 중 발췌
참여작가: Bigasung
출처: 유영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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