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생길 반 고비에
올바른 길을 잃고서 난
어두운 숲에 처했었네.”
- 지옥 1.1-3, 『신곡』, 단테 알리기에리 -
이윤희는 고대와 중세의 서사시와 동서양의 신화, 문양 등에서 추출한 수많은 이미지를 조합하며 스토리를 불어넣는데, 주로 불안과 욕망을 치유하고 안식처로 향하는 소녀의 여정이라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주제로 한 작업을 해왔다. 신작을 중심으로 부조 및 입체 작품을 총망라할 이번 전시는 특히 단테의 ‘신곡’을 모티브로 하여 재구성된 몽환적이고도 신비로운 이야기를 탄탄한 흐름으로 풀어나간다. 그녀의 작품은 결코 노스탤지아적 감상이나 멜랑콜리를 지향하지 않는다. 신곡은 ‘꼬메디아(Comedia)’ 즉 ‘희극’라는 원래의 제목이 시사하는 바, ‘절망에서 시작되어 희망으로 끝나는 이야기’다. 베아트리체는 한 개인이자 이를 넘어서는 이상이다. 우연히 만난 베아트리체의 짧은 한 번의 인사가 준 감동은 단테에게 평생 채워지지 않는 욕망을 남겼고, 위대한 문학을 낳게 되는 모티브가 되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삶에 대한 깊은 성찰과 함께 한층 성숙해진 작가의 역량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 소개
홍익대학교 도예/유리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쳤다. 흙을 재료로 하는 작업은 원형과 몰드 제작, 슬립캐스팅, 여러 번에 걸친 가마작업과 드로잉을 거치는 등 세심하고도 지난한 작업과정이 요구된다. 이윤희 작가는 이러한 과정을 집요하게 묵묵히 수행하며 자신 만의 속도로 차분하게 작업을 해오고 있다.
La Divina Commedia, 29x33x15cm, porcelain, 2016
pilgrim, porcelain,23x25x43cm,2013
출처 - 갤러리J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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