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e Breaking은 서로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차가운 분위기를 깨려는 즐거운 활동을 의미한다. 첫 모임, 첫 회의, 첫 발표 등 어떠한 처음의 상황에서 모두 한 번쯤 경험해봤을 것이다. 전시 ‘Ice Breakers’에는 그 중에서도 유독 어색함을 깨는데 진심인 ‘Ice Breaker’ 조각이 있다. 이들은 공간에 들어선 관객과 마주하며 적극적으로 분위기를 유도한다. 조각들은 누워있거나, 서있거나, 매달려 각자의 방식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며 낯선 만남을 주도한다. 조각을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아마도 낯설지만 좋은 인상을 주고 싶고, 나의 평소 분위기보다 더 밝아 보이려고 노력하는 상태, 어색하지만 티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과 비슷할 것이다. 두 작가의 작업도 그러하고, 그들의 재료도 그러하다. 신체의 형상을 띤 노지영, 최고래의 작업은 안국동에서 누군가와의 첫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첫 번째 키워드 '만남'은 관객이 작품과 처음 마주하는 순간을 지칭한다. 노지영, 최고래는 나무, 뜨개질 방식, 인체의 형상 등 드러난 모습은 다르지만 교집합이 분명 존재한다. 나무와 뜨개질, 투명한 천과 단단한 구조물 사이에서도 그들은 공통적으로 ‘낯설지만 친근한 존재’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공통점을 발견하는 과정이 바로 아이스브레이킹의 시작이다. 투명하고 얇은 최고래의 '두여자'는 공간을 큼직하게 두르며 설치된 조각이 바로 눈에 들어오지 않도록 옅은 막을 치고 있다. 흐릿하지만 얇은 재료는 처음 보는 상황에서 자신을 100프로 드러내지 않아 보이지 않는 경계가 존재하는 상태와 비슷하다. 마치 약간은 긴장한 듯한 사람의 내면과 외면을 닮은 작업들은 누군가의 바람에 의해 미세하게 떨리기도, 혹은 천 뒤에 숨어 지긋이 바라보며 스스로의 존재감을 어렴풋이 드러낸다. 이렇듯 사람을 닮은 작업들은 그럼에도 공간에 입장한 관객에게 부끄러우면서도 친해지고 싶어하는 '누군가'를 연상시킨다.

두 번째 키워드 '대화'는 작품 간, 작품과 관객 간 상호작용을 뜻한다. 여기서의 대화는 서로의 첫인상을 마주한 뒤의 조금은 격양된 대화를 지칭한다. 노지영, 최고래의 작품은 일방적인 전달대상이 아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주체다. 그중 두 작가의 조각과 회화가 결합된 마트카트는 관객이 밀어서 카트에 걸린 회화를 보도록 해 ‘작동 당하기’를 목표로 한다. 마치 쇼핑 카트를 밀듯이 작품을 움직이며, 최고래의 회화와 노지영의 카트가 교차하는 장면을 경험할 수 있다. 이는 수동적 감상이 아닌 ‘작동시키는 조각’으로, 관객이 직접 참여해야만 작품이 활성화되는 구조를 만든다. 이외에도 무표정을 띠고 어색하게 마주앉은 조각들은 아이스브레이킹 중인 상황처럼 비춰진다. 이들은 가벼운 쉬폰 천에 부딪히거나, 건드려지고, 같은 재료에서 나온 다른 형상을 공유하고 있다. 대화를 위한 설치 방식에서 두 작가의 재료적, 형태적 공통점이 두드러져, 물질을 다루는 방식에 대한 각자의 태도를 한 공간에서 교류하게 된다.

이번 전시 <아이스브레이커즈>는 관객이 동적이면서 신체 형상을 띤 조각에 이입할 수 있도록 아이스브레이킹의 자리를 마련했다. 즉, 이 전시 자체가 단순한 관람 이상의 특별한 첫만남이 되어, 자유롭게 공간을 가로지르는 작업과 첫 대화를 나눠보길 바란다.

작가: 노지영, 최고래
기획/글: 오지형
주최: 서울노인복지센터
주관: 탑골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