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
2022년 7월 5일 ~ 2022년 8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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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리 같이 춤을 추고 혁명을 해요.
1장: 혁명 알람
이미 일어나고 있는 혁명이 우리라는 것을 깨닫는 데서 혁명은 시작한다.
It doesn’t start with a call for revolution, but with the realization that we are the revolution that is already taking place.
폴 B. 프레시아도 <Counter-Sexual Menifesto>, 2018, 4쪽
딩동. 혁명이 도착하는 알람 소리. 반갑습니다. 오늘도 난 혁명을 합니다. 왼쪽으로 온몸을 기울여 둥글게 말아 일으키던 평소와 달리 침대 전체에 팔과 다리를 있는 힘껏 뻗은 상태로 쭈욱 기지개를 켭니다. 그리고 외치죠. 오늘도 난 춤을 춘다, 고로 혁명!
《If I can’t dance, I don’t want to be a part of your revolution》은 네덜란드에 위치한 퍼포먼스를 연구하고 제작하는 기관입니다. 이 기관의 이름을 어쩌다 처음 본 순간, 단박에 이끌려 소식지를 신청했습니다. 그렇게 2주에 한 번 혹은 3주에 한 번씩 저에게 메일이 도착할 때면 내용을 살피는 대신 저는 이 기관의 이름을 소리 내 외치는 것으로 저만의 작은 의식을 가졌습니다.
이프 아이 캔트 댄스 아이 돈트 원 투 비 어 파트 오브 유어 뤠볼루션.
기지개가 곧 아침의 춤이 되듯, 성대의 진동만으로 마치 혁명에 가닿는 듯한 즐거움을 느꼈죠. 마치 예전에 보았던 어린 마음속 영웅들의 주문이나 외침처럼. ‘정의와 사랑의 이름으로 널 용서하지 않겠다!’
2장: 두더지 게임
오락실 한쪽에 늘 놓여 있던 두더지를 혹시 기억하시나요? 동전 500원을 내면 두더지가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망치를 든 자는 서둘러 그 두더지를 때리는 게임이에요. 머리를 맞은 두더지가 구멍 안으로 사라지자마자 다른 구멍에서 약을 올리듯 다른 두더지가 머리를 내밀고 망치를 든 자는 모든 에너지를 곤두세워 두더지를 때려요. 그럼 또 다른 곳에서 어김없이 두더지가 올라오는 데 이 반복은 500원이 허락한 시간이 다 끝날 때 까지 쭉 이어져요.
띠요오옹. 푹. 띠요오옹. 푹. 띠요오옹.
끈질지게 고개를 내미는 두더지들과 500원으로 망치를 쥔 자. 그래서 전 상상합니다. 두더지의 진동으로 견고한 것만 같던 망치가 부서져 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순간을 말이죠.
3장: 전시 소개
자, 그럼 전시 무대로 자리를 옮겨 볼까요? 전시 《If I can’t dance, I don’t want to be a part of your revolution》의 참여자를 불러보아요.
시인이자 광대인 알렉스와 포르노 연구자이면서 댄서인 앵은 뉴욕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입니다. 이번 전시에서 그 둘은 푸씨라는 단어를 두고 2년여에 걸쳐서 나눈 <p project>라는 제목의 편지를 우리와 나누어요. 미션은 단 하나. 푸씨를 말함으로써 우리의 푸씨를 진동케 하는 것. 짐짓 생산의 의무에 짓눌린 푸씨에 유쾌한 언어유희가 감미된 서신을 우리에게 보내며 시인 알렉스와 댄서 앵의 대화는 우리에게 푸씨가 누려야 할 기쁨의 감각을 선물해줍니다. 전시에는 앵의 <넌-바이너리 푸씨> 영상 또한 나란히 소개되어요. 위에서 둘이 나눈 푸씨 대화의 발단이 된 작업인데요. 앵은 권력과 자본에 눈이 먼 자들의 폭력이 만들어낸 베트남 전쟁사가 어떻게 자신의 몸을 관통하였는지에 대한 혁명 이야기를 한 편의 팝 음악 뮤직비디오로 만들어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춤추는 공동체에 관심을 가지는 령은은 이번 전시에서 <암호명 부곡하와이>의 영상 설치 작업과 퍼포먼스를 선보여요. 낯선이들과 달리는 버스의 좁은 복도에서 함께 추는 관광버스 춤은 단체 여행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는 관광객들이 같이 춤을 추면서 춤의 공동체가 되어가는 과정을 들여다 보며 우리에게 질문 하나를 던집니다. “우리는 왜 다 함께 모여서 춤을 추는 걸까요?” 그러고선 관광객을 계획된 일정에 맞춰 통솔하고 준비한 루트에 따라 움직이게 하는 패키지 관광의 형식을 고스란히 전시장으로 옮겨 와 우리에게 참여하기를 제안합니다. 손에 만보기를 쥐어주면서 말이죠. 이 도구를 다 함께 격렬히 흔들다 보면 우리의 몸 또한 어느새 그 공간에 스민 타인의 격한 진동을 듬뿍 흡수함과 동시에 춤을 추는 행위가 선사하는 땀의 대가를 얻게 될 거예요.
연화는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만들면서 스스로의 무대를 과감하게 넓혀 가요. 그의 작업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의 몸이 감각하는 기존의 세상이 끊임없이 의심받는 즐거운 흥분이 감돌아요. 이번 전시에서 그는 우리를 드넓은 물로 안내합니다. 혁명에 도전하는 방법으로 세일링을 제안하면서 말이죠. 세일링은 물 위에 떠 있는 배, 바람에 응답하기 위하여 그 배에 연결된 수많은 줄, 그 줄을 움직이는 두 팔과 단단히 서 있는 두 다리의 미세한 동작이 하나의 유기적인 덩어리가 되어 이루어져요. 땅 위의 세상에서는 각자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 같던 몸의 부분 부분이 물과 바람과 배와 줄의 변덕에 단 1분1초도 허투루 반응할 수 없게끔 만드는 세일링을 접하며 전체 안에서 고른 호흡을 유지하는 힘을 익히는 것이지요. 뿐만 아니에요. 손가락의 마디와 손톱의 근육만으로 줄을 묶고 푸는 것이 가능함을 알려주는 세일링 기술을 통해 우리의 숨겨진 능력 또한 발견할 수 있답니다.
람한은 판타지라는 세계에 담긴 모호함과 흐릿한 기억의 성질을 탐구하는 디지털 페인터에요. 그의 이미지는 얼핏 보기엔 한없이 밝고 경쾌한 빛을 품고 있는 것처럼 보여요. 하지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그 속에서는 흐물거리고 끈적이면서도 각각의 존재를 놓지 않는 날선 움직임이 파드득거리는 흔적을 잔뜩 발견할 수 있답니다. 그래서 한 화면을 응시하는 우리의 감각 또한 끊임없이 교란되기도 하고요. 이번 전시에서 람한은 제페토 크리에이터인 이은과 함께 진짜도 아닌 가짜도 아닌 메타버스 세상 속에 잠입해 결투의 장을 그려 넣습니다. 그리고 울퉁불퉁한 경계선 위에 존재하는 반인간 전사는 3억 명 제페토민들이 미처 알아차리기 전에 혁명의 도구들을 슬며시 흩뿌립니다. 빛에 현혹된 순간 주어지는 날카로움들을 말이죠.
그리고 또 하나! 《If I can’t dance, I don’t want to be a part of your revolution》에는 방문객이 직접 만지며 갖고 놀 수 있는 책이 놓여 있어요. 마카다미아 오!와 소영이 함께 우리를 위해 만들어주었고 플로라가 멋진 글을 써 주었죠. 직접 종이를 찢고 매듭을 묶고 상상하고 그리면서 각자가 바라는 혁명의 춤이 등장하는 순간을 마주하게 될 거예요. 진욱은 이 책에 걸맞은 안성맞춤 테이블과 의자를 만들어주었어요.
4장: 마무리
한때는 예술을 휘감은 고급진 단어들과 거대한 이야기들로 세상에 말을 거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어요. 그렇지만 끊임없이 저에게 울림을 주는 이들의 시선은 분명 제 몸을 한껏 꺾어야 보이는 더 낮고 더 낮은 것에 늘 닿아 있더라고요. 세일러문의 주문과 두더지의 머리 같은 것들에 말이에요.
《If I can’t dance, I don’t want to be a part of your revolution》는 혁명의 기쁨이 입으로 들어가(알렉스) 진동하는 몸을 통과해(권령은) 손가락의 마디 위에서 춤을 추다(허연화) 빛으로 무장한 괴물에 잠입한 채(람한, 이은) 똥구멍으로 가뿐히 나오는(앵 보), 우리 모두가 함께 제안하는 혁명적 시도입니다.
결국 우리는 마찰을 통해 창조적인 움직임을 얻습니다. 발과 발이 바닥을 밀고 손과 손이 마주하며 세상 속 여러 형태의 춤을 만드는 것처럼요. 그래서 저는 우리가 지금 발 딛고 서 있는 이 땅이 실은 잘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 끊임없는 마찰을 견디며 만들어낸 자잘한 혁명의 춤 위에 세워진 것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이 전시에 함께해 준 다섯 명의 작가들과 그들의 작업, 그리고 모든 협업자들을 통해 말이죠.
목의 진동이 곧 외침이 되고 외침이 곧 행위가 되며 행위가 곧 실천이 되고 변화, 그 다음 혁명이 도래할 때에는 두더지처럼 500원을 손에 쥔 누군가의 망치질에도 절대 굴하지 않는 그 집요하고도 반복적인 의지가 수반됨을 잊지 마세요.
그러니까 우리 같이 춤을 추고 혁명을 해요.
기획자 드림.
참여작가: 권령은, 람한, 허연화, 알렉스 타타르스키 & 앵 보
기획: 용선미
그래픽 디자인: 마카다미아 오!
책 편집: 정소영
글: 용선미, 정소영 ,플로라 L. 브랜들
공간 설치: 정진욱
미디어 설치: 올미디어
사진 및 영상 촬영: 홍철기 (스튜디오 수직수평)
번역: 김지선, 황원호
홍보 및 진행: 서헤다
주최: d/p
주관: 새서울기획, 소환사
후원: 우리들의낙원상가, 한국메세나협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서울문화재단
출처: d/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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