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ogen Cunningham: Stillness 이모젠 커닝햄 사진전

닻미술관

2025년 3월 22일 ~ 2025년 7월 27일

닻미술관은 2025년 첫 전시로 《Stillness 이모젠 커닝햄 사진전》를 선보입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20세기 현대 사진 미학을 대표하는 미국의 여성 사진가, 이모젠 커닝햄(Imogen Cunningham)의 다채로운 작품을 조명합니다. 커닝햄은 주체적인 여성으로서 사진가의 길을 개척하고, 세 아들의 어머니이자 사진을 가르치는 스승으로서 자신의 삶을 사진에 그대로 담아낸 예술가였습니다. 그녀에게 촬영은 순간을 포착하는 직관적 실천이었으며, 깊은 흑백의 계조로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는 작업이었습니다. 그녀의 작품 속 고요한 울림이 일상의 기적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하고, 새로운 시선과 영감을 전달할 것입니다. 

기획의 글

눈이 내린 풍경은 고요합니다.

사진 속 풍경은 분주한 삶의 표면을 걷어낸 듯 말이 없습니다. 한 장 한 장 그녀가 마주했던 생생한 현실 속에서 분주하던 셔터 소리를 떠올려 봅니다. 예술과 삶이 하나였던 자유로운 영혼, 그 시절 원조 보헤미안인 그녀에게 사진은 일상의 꿈같은 것입니다. 이모젠 커닝햄은 주체적인 여성으로 당당히 사는 법과 사진가로 살아가는 길을 스스로 만들고, 세 아들의 어머니로, 사진을 가르치는 스승으로, 무엇보다 자신의 삶을 담아내는 예술가로서 홀로 빛나던 큰 별입니다.

깊은 흑백의 계조에 담긴 그녀의 이야기가 투명한 울림으로 이곳을 채웁니다. 때론 그림처럼, 꿈처럼, 무엇보다 선명한 사진의 묘사력과 재현을 믿었던 그녀에게 촬영이란 또렷한 인식의 실천이자, 직관적 반응입니다. 한순간도 같지 않은 시간을 멈추는 작업에는 흔들림 없는 중심의 힘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바라봄’을 통해 존재를 확인하며, 그녀는 이러한 ‘존재의 의식’으로 ‘사진’을 선택한 사람입니다.

‘사진寫眞’에는 사물의 진실을 담는다는 뜻이 들어 있습니다. 세상의 외관을 담으면서 동시에 그 외관을 벗기고 본질에 닿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사진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일은 또 다른 나를 만나는 여정입니다. 대상과 나의 경계, 이름과 형태가 지워지고 용도가 사라진 후, 그 고요함 속에 선명하게 남겨지는 것이 있습니다. 그녀를 매혹시킨 정원의 식물들, 음악이 흐르는 계단, 고유한 존재의 표정과 움직임… 각각의 피사체 속에서 유독 눈에 들어오는 작가의 자화상. 세월에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확인하는 그 눈은 렌즈의 작은 구멍, 그 속의 아득한 검은 우주를 응시하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 다시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2025년 닻미술관은 ‘일상에서 발화하는 고요하고 투명한 사진 이야기’로 한 해를 시작합니다. 아직 남아 있는 흰 눈이 사라지면, 이 정원에는 다시 봄이 찾아올 것입니다. 크거나 작은 일상의 신화는 무거운 현실의 땅에 뿌려진 희망의 씨앗입니다. 예술은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영원을 말하고 있습니다. 흰 눈은 모든 살아있는 자들과 이미 떠난 자들 위에 고요히 내려앉습니다. 문득 사진 속 빛나던 일상의 순간이 우리에게 말을 겁니다. 이제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모든 것은 지나갈 것이라고. 일인 분의 삶, 그 안에서 오늘 하루의 빛을 잃지 않기를. 어둠 속 두 손을 모은 목련 봉오리에 담긴 생의 기도가 지금 이곳에 있습니다.

기획의 글 주상연

작가 소개

이모젠 커닝햄(Imogen Cunningham, 1883~1976)은 20세기 현대 사진 미학에서 주요한 역할을 한 미국의 대표적인 여성 작가이다. 그는 당시 미국 서부 사진을 이끌었던 F64 그룹의 창립멤버로 활동했다. 이모젠 커닝햄의 사진은 흑백 프린트의 우아한 톤과 순수한 조형미를 더해 사진으로 구현할 수 있는 차별화된 예술성을 보여준다. 아흔 살이 넘은 나이까지 카메라를 놓지 않은 그는 사진 예술에 대한 고유한 세계관을 구축하며, 현재까지도 세계 사진사에서 중요한 작가로 연구되고 있다. 이모젠 커닝햄의 작품은 미국 현대미술관, 구겐하임 미술관, 게티미술관 등 세계의 주요 미술관에 다수 소장되어 있다.

후원: 2025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지원사업

출처: 닻미술관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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