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G 상상마당의 문화예술비평 전문과정 SCA의 두 번째 기획 전시 ‘아가미 호흡법’이 오는 9월 12일부터 18일까지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요기가 표현갤러리에서 열린다. 문화예술비평 전문과정 SCA는 KT&G 상상마당이 경향 아티클과 함께 신인 문화예술 비평가 발굴을 목표로 두고 비평이론과 문화예술 텍스트 분석을 바탕으로 비평에 필요한 실제를 다뤄온 교육과정이다.
전시의 주제 ‘아가미 호흡법’은 동시대 청춘들의 현실인식에서 출발했다. 답답한 상황 속에서 버티기를 계속해야 할 우리와 같은 젊은이들이 조금은 다른 생각, 다른 감정으로 살아가길 권한다고 말하는 게 좋겠다. 먹고 사는 이야기, 생업과 관련된 이야기, 현실에 적응하는 이야기는 인간이라면 숨을 쉬는 문제와 같다. 허파로 숨쉬는 것을 인간이 먹고 자고 일하는 본연의 삶이라고 한다면, 아가미로 숨쉬는 것은 잃어버린 본연의 즐거움을 찾는, 혹은 현실 속에서도 자신만의 방식대로 다르게 살고 싶어하는 인간의 호흡법이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로, 답답한 사회의 모습이 주는 피로에 대항해 아가미로 호흡하는 법을 잘 익힌 사람들은 이제 답답한 물 속과 같은 현실에서도 나름의 호흡으로 답답함보다는 즐거움을 더 좇으며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본 전시에서는 네 팀의 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다르게 호흡하기' 를 제안한다. 고산홍, 김재민이, 박윤주, 박성경+백단비 네 팀, 총 5명의 작가와 3명의 기획자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사회 속 개인이 나아갈 길은 무엇인지 자문하며, 이 시대 젊은이들의 개별적, 주체적인 삶의 방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전시 작품 외에도 참여 신진 비평가들이 작가들과 소통하고 전시를 준비하며 거쳐온 기획과정과 의도, 고민의 과정들이 재생된다. 관객들은 전시를 만들어오며 겪은 신진 비평가들의 고민과 갈등의 과정을 함께 경험함과 동시에 시각적으로는 그 고민의 결과물을 마주해 다양한 층위의 시간을 한 공간에서 체험한다.
오는 9월 12일 토요일 오후 6시 서교예술실험센터 1층 오프닝 행사와 함께 열리는 ‘작가와의 대화’는 ‘다르게 호흡하기’라는 주제로 홍경한 미술평론가의 진행으로 진행된다. 5명의 참여작가와 관객 간의 대화를 통해 ‘예술’을 통해 다르게 호흡하는 것을 어떻게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하는 시간으로 구성된다. 또한 9월 13일 일요일 오후 4시 KT&G 상상마당 아카데미에서 문화평론가 문강형준과 <호흡, 좀비, 구멍 – 숨 쉬는 주체로의 가능성 모색>이라는 타이틀로 지금 이 시기에 숨 쉬기 힘든 다양한 현실적 장치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우리는 호흡을 한다’ 어제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내일도 그럴 것이다. 나와 다르지 않은 우리가 호흡을 한다. 생명 유지의 상수적 조건이다. ‘숨 쉬듯이’라는 직유의 표현법처럼 숨은 인식의 개입 없이 쉬어지는 것이기에. 그러니 우리가 호흡을 한다는 진술은 뒤집을 수 없는 생의 진리다. 동시에 역설적으로 우리는 ‘호흡’이라는 것에 대해 알지 못하게 된다. 알지 못해도 그것은 실행되고, 작동되기에 우리는 인식하지 ‘않’는다. 예컨대 어느 누가 에어컨의 공기 냉각 원리를 생각하며 전원을 켜고, 누가 지하철을 타면서 전동차의 전원 공급 방식 따위를 생각하겠는가. 그런 호흡을 인식하는 순간은 그것을 가능케했던 환경이 변했을 때이다. ‘숨 쉬듯이’가 불가능한 순간은 호흡을 위한 필요충분 조건들이 사라졌을 때다. 산소가 부족하거나, 혹은 그것이 공기가 아닌 다른 용매에 더 이상 호흡이 가능하지 않을 때, 모순처럼 호흡이 떠오른다.
우리는 동시대 속에서 호흡의 불가능성을 인지했다. 원인은 무엇일까. 환경이 변한건가. 아니다. 변한 것은 없다. 그럼에도 물에 잠겨있는 듯 우리의 호흡이 불편하다. 가장 거칠고 큰 숨을 몰아쉬어야 하는 ‘청춘’의 시기에 도리어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다. 열에 아홉이 받는 정규교육과, 여덟이 가는 대학을 나왔다. 취직을 하더라도 ‘이제는 숨 좀 돌려야지’할 만한 시간이 올지 모르겠다. 신자유주의나 무한경쟁 따위의 얘기를 다시금 꺼내고 싶지는 않다. 청년 세대의 시각에서 출발했지만, 단순히 세대 담론으로 국한하지도 않고 싶다. 애시당초 우리의 환경이, 속한 사회가 호흡이 용이한 곳은 아니었다. 단지 호흡을 하고 있다는 착각이 호흡 곤란의 현실을 가리고 있을 뿐이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짐짓 모른체하며 호흡이 불가능한 물 속에서 숨을 참아내고 있다. 모두가 참아내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참을 수밖에 없는 세계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호흡을 해야 한다. 숨을 참는 것을 호흡이라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는 우리가 의식없이 내뱉고, 들이마시던 ‘숨 쉬기’를 해야 한다. 환경이 물 속과 같은 호흡 불가능한 환경이라면, 우리는 그에 걸맞는 호흡법을 찾아보고자 한다. 억지로 참아내던 지난 시기의 집단적 순응적 태도가 아닌, 각자가 말 그대로 살아 숨쉬는 객체로 존재하기 위한 가능성의 모색. 궁극적으로 이 전시를 통해 여전히 이 답답한 상황 속에서 버티기를 계속해야 할 우리와 같은 개체들이, 현실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끊임없는 모색하기를 권한다고 말하는 게 좋겠다. 먹고 사는 이야기, 생업과 관련된 이야기, 현실에 적응하는 이야기는 인간이라면 숨을 쉬는 문제와 같다. 허파로 숨쉬는 것을 인간이 먹고 자고 일하는 본연의 삶이라고 한다면, 그 본연의 호흡법이 힘든 지금의 상황 속에서 아가미로 숨쉬는 것은 파국의 시대를 준비하는 호흡이 아닐까. 현실의 인식에서 출발한 이 전시가 5인 작가의 주체적 호흡법을 확인하고, 관객들에게 개별적, 주체적인 방법 모색의 기회가 되길 조심스레 바라본다. 이제 숨 좀 쉬어보자.

Nase
김재민이, 단채널 영상, 00:04:50, 2015
니콜라이 고골의 소설 '코'에서 영감을 받은 김재민이 작가 의 작업은 재미있기도 하고 괴기스럽기도 하며, 낯설면서도 따뜻하다. 이번 작업에서 김재민이의 옷을 입은 스텐판 작가는 김재민이의 일상을 대신 수행, 체험한다. 극장에서 일하고 할머니들과 사물놀이를 배우고 낡은 여인숙을 정리하며 작업자의 일상을 충실히 연기하고 낯선 언어로 낯선 경험을 읋조린다. 예술이란 테두리안에서 벌이를 하고 사람을 만나며 일어나는 내외적인 사건들. 작가의 삶은 몽유적으로 지속되고 예술은 가깝고도 먼 형태로 작업안에 남는다.

Pink to Brown
박윤주, 단채널 영상, 00:13:50, 2015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작업행위와 작가의 삶이 경계선 근처에서 왕복 운동을 하고 있다. 그 안에 분명 작품을 ‘어떤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지점이 존재하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그렇다면 그것은 시작부터 가능성이었을까, 아니면 불가능성처럼 보이는 것들이 어떤 지점에서 얻어낸 가능성이었을까. 박윤주는 <Pink to Brown>을 통해, 이러한 왕복 운동을 개인의 시점에서 되돌아본다.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작가의 소지품, 작업재료, 부속물, 부스러기, 쓰레기, 그리고 과거들은 그렇게 높은 곳에서 하나씩 아래로 떨어진다.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모여서 예술이 될 수 있을까? 내가 지금껏 해온 것들이 과연 예술인가?

요란한 순응
박성경+백단비, 단채널 영상, 00:01:45, 2015
연령학적으로도, 사회문화적으로도 20대는 언제나 가장 큰 에너지와 우상향의 기울기를 기대케 한다. 허나 파국의 문 턱에 있어서일까. 화양연화의 시기를 보내야 할 청년세대는 힘의 크기도 그 방향도 전부 하향을 가리킨다. 상승과 하강이 각각 긍정과 부정의 의미으로 대응되는 것을 떠올려보면 지금의 하향은 당연히 부정으로 해석된다.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워야 할 시기를 마주한적 없는 청춘들에게 지금의 사회는 낙화의 날씨부터 내민다. 허나 작가 박성경과 백단비는 이같이 관습적 의미로 해석되는 ‘내리막 청춘’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다.

눅눅하고 가느다란 지붕 끝에서, 손바닥을 뒤집어 두 바퀴를 구르는 순간
고산홍, 혼합매체, 가변크기, 2015
각자의 방, 혹은 휴게실로서 각 ‘주체’가 실현된 흔적이 남아있는 공간을 백스테이지라고 가정해보자. 과연 그런 공간이 존재하긴 하는 걸까. ‘사적 공간’으로 인식되는 공간의 형태가 이미 주어진 상황이라면, 그 공간이 이미 타자성을 내재하고 있다면 무대 후면과 바깥이란 불가능한 것 아닌가하는 의심을 품어본다. 그렇다면 어떻게 ‘백스테이지’는 가능할 수 있을까. 고산홍은 각자에게 있어야 할 백스테이지의 부재를 선언하고, 자신만의 작은 공간을 제작했다. 작가가 제시한 낯선 풍경이 그 안에서 주체적으로 감각하는 자신을 찾게 도와줄 백스테이지가 될 것이다.
전시 오프닝 & 작가와의 대화
주제: 작업을 통해 다르게 호흡하기
일정: 2015.9.12(토) 오후 5시 ~ 8시
장소: YOGIGA 표현 갤러리
진행: 홍경한 (미술평론가)- 참여작가: 고산홍 김재민이 박성경 백단비 박윤주
정원: 30명
* 5시 오프닝 파티에 이어 6시부터 작가와의 대화가 진행됩니다.
※ 전시 오프닝 & 작가와의 대화 프로그램의 경우 별도의 신청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 가능합니다.
세미나
제목: 호흡, 좀비, 구멍 – 숨쉬는 주체로의 가능성 모색
일정 : 2015년 9월 13일(일) 오후 4시 ~ 6시
장소 : KT&G 상상마당 3층 아카데미
발제 : 문강형준 (문화평론가)
패널 : SCA 2기 비평가 2인 (이인복, 전솔비)
정원 : 50명
출처 - KT&G 상상마당 http://goo.gl/ffKx2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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