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n Between

오에이오에이

2025년 11월 21일 ~ 2025년 12월 27일

죽음은 모든 생의 종착지이자, 삶의 가장 본질적인 한 부분이다. 누구에게나 예고 없이 찾아오고, 도처에 존재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거의 의식하지 않은 채 매일을 살아간다. 그러나 삶의 가장 깊은 곳에는 언제나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Life in Between》은 이 불가피한 그림자를 외면하지 않고, 오히려 그 틈새 속에서 ‘살아 있음’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문규화, 정재열, 함성주 세 작가는 각자의 경험과 감각을 통해, 죽음이 결코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삶의 한 과정이며, 남겨진 이들의 감정 속에서 여전히 살아 움직이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개인적 상실의 체험, 사라짐의 흔적을 감각으로 환기하는 설치, 생과 사의 순환을 사유하는 조각과 회화—이 전시는 그 세 방향의 시선이 교차하며, 삶과 죽음 사이의 경계가 얼마나 얇고도 다층적인지를 드러낸다.

이번 전시는 한 점의 회화에서 시작되었다. 문규화의 <마지막 인사>(2020)는 개인적 상실의 경험에서 출발한다. 단면도처럼 지하와 지상을 동시에 보여주는 화면 안에, 도식적으로 그려진 땅속의 관, 돌과 흙, 그리고 단순화된 인물들이 흔들리는 풀처럼 속절없이 묘사되어 있다. 작가는 이 구조를 통해 삶과 죽음이 하나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문규화는 할머니의 장례에서 땅을 파고, 돌을 고르고, 한 명씩 인사를 드리고, 흙을 뿌리는 모든 순간을 눈에 담았다. 이후의 화면에서는 감정들이 쏟아졌다. 상실의 감정은 강한 원색의 뜨거운 햇빛과 쏟아지는 비로 형상화된다. 폭력적으로 내리쬐는 햇빛은 감당하기 힘든 감정을, 비는 쏟아지는 슬픔을 은유한다. 작가는 상실의 경험을 통해 감정을 직면하고 다루는 태도를 익히고, 감정이 날씨처럼 지나갈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이번 전시에서 문규화의 작품은 죽음을 사건으로 바라보는 건조한 시선과, 휘몰아치는 감정 속에서 중심을 잡으려는 시도를 함께 담고 있다.

정재열의 장소특정적 설치는 전시 전체를 감싸며, 늘 곁에 있으나 좀처럼 의식되지 않는 죽음의 존재를 ‘감각’하게 한다. 그는 손가락 틈으로 빠져나가는 것들을 붙잡듯 투명한 장갑 위의 단어들, 떠나보낸 반려견의 골분이 담긴 볼펜, 줄기만 남은 나뭇잎 등의 작품을 통해 잊혀지는 것들을 조심스럽게 기념한다. 전시장의 낮아진 천장은 땅에 묻히는 듯한 감각을 전하고, 책장 구조물은 작품이 한 번에 읽히지 않도록 시선을 차단한다. 그의 작품들은 우리에게 천천히 움직이라고, 조심스럽게 감정을 마주하라고 말하는 듯하다. 정재열의 설치는 그렇게 세 작가의 세계를 연결하는 다리이자, 죽음의 감각에서 사유로 건너가는 전시의 축이 된다.

함성주의 작품은 삶과 죽음의 경계가 얼마나 얇고 모호한지를 드러낸다. 그의 작품에서 죽음은 단절이 아니라, 연속과 순환의 개념 안에서 새로운 생명으로 재탄생한다. 풍뎅이 연작에서 핀에 꽂힌 풍뎅이 표본은 죽었으나 완전히 소멸하지 못한 채 보존되고, 흐르는 시간을 상징하는 시계는 특정한 시각에 멈춘 채, 죽음, 사건, 단절의 순간을 암시한다. 버려진 캔버스 틀을 깎아 만든 풍뎅이 번데기 조각은 정지된 듯한 번데기의 상태 속에 인내의 시간과 곧 이어질 도약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들은 모두 끝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다른 형태로 이어지고 있는 것들이다. 작가에게 작품은 자신의 연장이자 분신과 같다. 진즉 폐기되었을 나무틀을 깎아내어 연마하고, 광을 내며 장식을 더하는 것은 안쓰러운 것을 근사하게 다듬는 돌봄의 행위다. 죽어가는 것에 가치를 부여하고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이 과정은 예술 행위 자체가 애도이자 구원임을 보여준다.

죽음을 곁에 두고 산다는 것은 언젠가의 끝을 두려워하기보다 유한한 삶을 깊이 응시하고 자각하는 일이다. 그 자각 속에서 우리는 지금의 숨결, 이 순간의 감정, 누군가와의 관계를 더욱 온전히 느끼게 된다. 무너짐과 소멸의 무게를 회피하지 않고 받아들일 때, 삶은 오히려 단단해지고 다정해진다.

끝과 시작, 사라짐과 남음, 고요와 움직임이 맞닿은 그 틈에서 세 작가의 작업은 우리에게 죽음을 의식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 이번 전시가 죽음을 둘러싼 각자의 경험과 감정을 되돌아보며, 삶의 의미를 함께 묻고 나누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참여작가: 문규화, 정재열, 함성주

출처: 오에이오에이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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