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atter of Awareness

2/W

2017년 10월 14일 ~ 2017년 12월 24일

“마땅히 있어야 할 것이 빠져서 없거나 모자람”

결여는 근본적으로 욕망과 연결되어 있고, 이는 곧 반대로 모든 욕망은 결여로부터 생겨난다. 우리의 일상적인 대화에서 마땅히 있어야 할 것의 부재에 따른 아쉬움과 그것을 갈망하는 목소리는 어디를 향해 있을까? 

이번 전시에서는 동시대를 살아갈 때 마땅히 있어야 함에도 부재한 두 가지 요소를 고찰해본다. 첫째로는 사회 안에서 각 주체가 맺어가는 관계를, 둘째로는 내면의 흐름을 직관적으로 짚어가는 여정을 통해 진정으로 필요한 욕망을 갖게 되는 트리거(trigger)를 제시한다.

‘Reveal’에는 고경호, 왕선정, 우한나x조응철 작가의 회화, 설치, 설치 사운드 작품을 선보인다. ‘Trace’에는 김겨울, 최이다 작가의 회화, 비디오 작품이 전시된다. 그리고 전시와 관객을 이어주는 매개체로 ‘Project Room: Share’를 진행한다. 

2/W의 전시공간은 원래 고시원으로 사용되었던 공간이다. 이러한 건물 특성상 각 방은 모두 크기와 구조가 다르다. 따라서 각 작가에게는 벽과 문이 달린 온전한 방이 주어졌고, 6인의 개인전이 하나의 그룹전으로 모이는 형태를 띤다. 이러한 공간적 특성을 살려 이번 기획의 질문에 대한 답 역시 크게 두 가지의 꼭지로 나누어 ‘결여’라는 커다란 주제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느슨하게 이어나간다.


Reveal

누구에게나 일생을 거쳐 형성한 다양한 얼굴이 있다. 그 얼굴은 단순한 표정과 같은 표면이 아니라 개인의 태도, 생각, 언어 등을 상황에 맞게 선택하고 조절하는 ‘가면’이다. 페르소나라고 불리는 이 가면은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유래했으며 지금까지도 다양한 분야에 인용되고 있다. 심리학적 측면에서는 구스타프 융의 이론에 따라 인간이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사용하는 천 개의 가면을 지칭한다.

인간이란 본래 사회적인 동물이기에 개별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공동체 속에서 때에 따라 적절한 가면을 씀으로써 타자와의 관계를 만들고 이어간다. 하지만 개인이 진정으로 느끼고 생각하는 모습을 감추고 개인과 사회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 가면을 지속해서 씀으로서 개인이 주체를 상실해버리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어쩌면 현시대의 수많은 자기계발서와 매스컴에서 오르내리는 ‘어른이 되는 방법’과 ‘인문학 수업’ 등은 결여된 자아를 욕망하는 현세대의 모습을 반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페르소나는 허구가 아니다. 우리 삶에서 긴 시간 동안 실체가 없는 동시에 너무나도 뚜렷하게 실재해온 현상이다. 계급, 젠더, 인종 등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카테고리에는 각기 기대되는 정형화된 역할이나 태도가 존재한다. 결국, 가면에서 벗어날 수 없는 개인은 무대에서 선택의 여지 없이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는 퍼포머로 살아간다 

‘Reveal’은 고경호, 우한나x조응철, 왕선정 네 명의 작가들이 동시대의 시각으로 바라본 페르소나를 풀어낸다

고경호는 자신의 내면과 페르소나 사이의 괴리감에서 느낀 감정을 회화로 표출한다. <허튼 초상>(2017) 시리즈에서는 타인과 관계를 맺어가며 느꼈던 감정을 특정한 대상이 없는 뭉개진 얼굴의 초상화로 표출한다. 그리고 <누구나의 의자>(2017) 시리즈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버리지 못하고 간직해온 옷들을 자르고 바느질로 이어 관객이 직접 앉을 수 있는 설치물을 만든다. 의자 모양을 한 이 작품 한가운데 바느질된 머리카락은 끝내 손을 놓지 못해 물질에 둘러 쌓여버린 작가 개인의 욕망을 상징한다. 자신의 겉모습을 형성했던 옷을 자르고 재조합하는 것은  작가가 형성해온 페르소나를 인정하는 동시에 비판한다. 

왕선정은 강렬한 색감과 성경의 인물을 담은 <에덴극>(2017) 시리즈 네 점과 천에 작업한 <거기>(2017)를 전시한다. 작가는 성경에서 신이나 마리아, 어린 양 등 가장 상징적인 역할을 맡은 인물을 차용하고, 이들의 전통적인 역할을 벗겨냄으로써 무대의 역할극을 수행하는 인물들로 연출한다. 성경을 비판한다기보다는, 통속적으로 많은 사람이 성경 속 인물의 역할을 알고 있기에 이를 상징적인 의미로 사용한다. 등장인물로는 전지전능하며 사랑으로 모든 걸 감싸 안아야 할 신은 오히려 가부장적인 모습이며, 성모 마리아는 수동적이고 표정 없는 어머니로, 어린 양은 그 사이에서 안전한 보금자리를 찾지 못하고 불안에 떨고 있는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연출된다. 신화적인 인물들은 우리 사회에서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인간의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거기>(2017)에서는 인물보다는 풍경에 집중하여 검은 천에 이전부터 꾸준히 사용하던 붉은색과 푸른색에 집중하여 작업했다.

우한나와 조응철은 이번 전시를 위해 협업하여 만든 음악과, 관객이 직접 앉아서 음악을 느낄 수 있는 ‘Instrumental Bench’로 구성된 미니 오페라 <PLOT>(2017)을 선보인다. 설치미술가와 작곡가가 함께 작업한 이 작품은 약 15분간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로 구성되어 반복 재생된다. 전시 공간의 크기와 풍경을 고려하여 제작한 ‘Instrumental Bench’는 하나의 스피커인 동시에 음악의 진동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도구로 작용한다. 마치 준비된 무대처럼 보이는 이 공간에 입장하는 관객은 작품을 경험하는 동시에 작가가 짜놓은 이야기의 틀 속에서 자신만의 결말로 향해간다. 일상이 반복되는 삶에서 페르소나를 쓰고 살아갈 수 밖에 없지만, 우리의 삶의 구조와 닮아있는 이 작품에서 우리는 잠깐이라도 페르소나를 벗고 온전한 주인공이 되어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Trace

전시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작가의 능동적인 참여와 어떠한 가치나 의미를 찾으려는 관객의 수용적 체험의 과정으로 완성된다. ‘Trace’에서는 하나의 명확한 결론이 있는 작품이 아닌, 끊임없는 사유와 이야기의 사슬을 통해 각자의 질문을 대하는 작가들의 태도가 반영된 작품을 선보이고, 이를 통해 온전한 사유의 장을 모색한다.

참여 작가들은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였거나 완벽한 서술 가능함에 근거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수집하거나 혹은 경험하였던 파편들을 모아 가변적이고 임시적인 만남을 형성한다. 작품의 이미지, 움직임, 대상 등의 조우 사이의 여백은 언제 무엇이 개입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잠재적인 구조를 가지고 뻗어 나간다. 생각의 흐름이 겹겹이 투영되고, 그 사이에 틈이 존재하는 작품은 관객이 여러 방향으로 해석하고 느낄 수 있어 보다 작품에 능동적으로 개입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자유를 담고 있다. 주어진 질문, 주어진 답이 넘쳐나는 현시대에 작품 안팎에서, 그리고 삶 속에서 자신의 질문을 찾고 답을 이어나가는 과정의 연속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김겨울은 고정된 캔버스 안에서 작가가 경험한 찰나의 순간을 모아 끊임없이 자유롭게 변화하고 소멸하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옅은 물감의 레이어가 만드는 미묘한 빛의 차이와 방향성이 없는 선은 캔버스라는 고정된 프레임 안에서 움직이는 세상을 담으려는 듯이 존재한다. 그 안에서 조우하는 것들은 끊어질 듯 절대 끊어지지 않고, 정지된 듯 자유롭고, 비워진 듯 가득 차 있다. 작가의 작업은 표류하는 돌과 박제된 새에서 삶을 투영한 <표류기>(2015)와 <박제된 새>(2015)에서 시의 띄어쓰기에서 출발한 드로잉과 회화 작업, 그리고 지금까지 평면에서 표현해왔던 선을 실제 공간으로 옮겨 공간성과 명확성을 부여한 세라믹 작업으로 이어진다.

최이다는 질문 만들어내고 그것을 또 다른 질문으로 맞서는 작업을 한다. 그리고 그 질문을 찾아가는 방식은 하나의 정해진 획일적인 방법론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것들을 흩트리고 그 파편들을 다시 주워 담으면서 흔적을 찾아가는 작업을 한다. 그리하여 비디오라는 매체를 통해 하나의 네러티브로 작은 조각 하나까지 이어가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신작 <피치블렌드>(2017)와 <오늘들 (Todays)>(2015)를 함께 선보인다. <피치블렌드>는 우리에게 위인이라고 알려진 마리아 스크워도프스카(퀴리 부인)이 주말을 제외한 모든 날을 공휴일로 기념하는 도라 왕국을 도와달라는 광고 메일을 받으면서 시작된다. 작가는 위인이나 기념일처럼 과거를 영원히 기념하고 기억하려는 장치를 곳곳에 숨기고, 특정한 역사와 사회적 시선을 시간의 흐름 속에 박제하려는 행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Project Space: Share 

‘Project Space: Share’는 전시 참여 작가 및 기획자가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교류했던 소작업물이나 작품세계를 형성하는 데 있어 영향을 준 책, 시집, 음악, 사진 등을 한데 모아놓은 소규모 아카이브룸이다. 완성된 결과물로 보여지는 전시 및 작품과 관객 사이의 간극을 좁혀주는 징검다리로서 기획 글이나 작가 노트 등 결과물에 대한 글 이상의 것들을 관객과 공유한다. 관객 역시 주어진 것들을 보고/읽고/들으면서 메모, 방명록, 등 여러 방법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타인과 나누며 서로의 내면을 간접적으로 체험한다. 아카이브룸을 통해 관객과 작가, 기획자는 서로 간의 지적, 정서적 교류 혹은 교감이 가능하다.


‘Trace’와 ‘Project Space: Share’는 2층에서, ‘Reveal’은 4층에서 전시한다.


오프닝 리셉션

2017년 10월 14일 토요일 오후 4~6시


기획: 박혜린, 이나정

포스터 디자인: 배재호

출처 : 위켄드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참여 작가

  • 왕선정
  • 우한나
  • 최이다
  • 조응철
  • 고경호
  • 김겨울

현재 진행중인 전시

니키타 게일: 99개의 꿈 Nikita Gale: 99 DREAMS
니키타 게일: 99개의 꿈 Nikita Gale: 99 DREAMS

2025년 11월 5일 ~ 2026년 1월 4일

리너스 반 데 벨데 개인전: 큰 메아리 Rinus Van de Velde: Loud Echoes
리너스 반 데 벨데 개인전: 큰 메아리 Rinus Van de Velde: Loud Echoes

2025년 11월 19일 ~ 2025년 12월 24일

2025년 지역 작가 프로젝트: 아트랩 플러스
2025년 지역 작가 프로젝트: 아트랩 플러스

2025년 12월 2일 ~ 2025년 12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