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THEW RONAY: A CANKER IN THE LEAF

페로탕 삼청

2022년 11월 24일 ~ 2023년 1월 14일

페로탕 서울은 매튜 로네이의 첫 한국 개인전 «A Canker in the Leaf»를 개최한다. 본 전시에서 로네이는 자신의 시그니처 소재인 참피나무를 수조각하고 염색하여 제작한 다채로운 색상의 신작 7점을 선보인다.

로네이가 새롭게 선보이는 조각 작품들은 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밀레이(Edna St. Vincent Millay, 1892-1950)의 시에 대한 고찰 등 다양한 반추의 단계를 통해 탄생했으며, 그중에는 금번 전시의 제목이기도 한 “A Canker in the Leaf”라는 구절도 포함된다. 작가는 이 숙고의 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삶이 선사하는 즐거움이라는 보상 중 하나는 기호와 자연을 통해 연상되는 것들을 머릿속에 떠올려 보는 것이다. 감정, 기분, 혈당, 심지어 사물을 보는 순서에 이르기까지, 임의로 발생하는 것들로 규정되는 이 연상 과정에서는 모든 것이 가변적이고 유동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연상이란 새로운 생각을 끝없이 가능케 하는 무제한적 행위인 것이다. 하나의 자극이 또 다른 자극과 결합하여 연상되는 것들 간의 연결성을 드러낸다. 작은 열대 식물이 어떤 특정한 냄새와 관련된 깊은 불안감을 함께 떠올리게 하듯, 시의 한 구절이 조각 작품처럼 느껴질 수 있고, 이는 또다시 음악 작품같이 느껴질 수 있다.

자극에 대한 반응은 임의적인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 맞거나 틀리거나 둘 중 하나다. 딱 맞는 열쇠를 열쇠 구멍에 손쉽게 꽂을 때의 희열을 안다면 열쇠 구멍과 맞지 않는 열쇠를 욱여 넣을 때의 불편함을 부인할 수 없다. 어떤 것이 맞는지는 보고, 맛보고, 읽어보면 알 수 있다. 반복적으로, 또 판단없이 머릿속에서 연결고리를 그려가다 보면 가장 이질적인 것들 간에도 연관성이 생길 수 있고, 이를 통해 이전에 알지 못했던 것이 드러난다.

사람들은 오랫동안 언어를 통해 연상된 것들을 구체화해왔고, 애완동물의 이름, 속기, 플레이스 홀더(place holder) 등 그저 단순한 필요에 의해 언어적 연상을 할 때도 있다. 이를 가리켜 연상 학습이라 한다. 연상되는 것이 없어 막연한 상태로 생각을 곱씹다 보면 다음으로 넘어가기 위해 조금 더 긴 형식이 필요할 때도 있다. 상관관계는 우리가 주장하는 바를 뒷받침하는 데 도움이 되는데, 광범위하게 시작해서 받아들이게 되는 내용에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결국에는 확증 편향을 허용하게 한다. 연상을 하는 행위는 아슬아슬하기도 하고 쓸모없을 수도 있지만, 경제적 의미를 갖지 않기에 값을 매길 수 없다.

“모든 예술 작품은 작품 제작과 작품의 이해라는 두 과정 사이에 위치한다. 작품을 만들며 이해가 이루어지기도, 또 이해를 통해 작품이 만들어지기도 하므로 두 과정은 대칭을 이룰 수 있다.”
– 가이 데이븐포트(Guy Davenport)

나의 경우, 고민을 거쳐 형성된 내용은 연구로 이어지고, 내 관심사의 방향을 결정한다. 시간이 지나며 이는 쇠퇴하고 새로운 것으로 대체된다. 아래는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한 7개 조각을 보며 연상한 것들을 목록으로 정리한 것이다. 순서는 전시 공간의 작품 배치를 따른다. 

첫 번째 단계는 작품을 만들며 몇 시간 동안 그 작품을 지켜보는 것과 정식 제목을 붙이는 것으로 이루어졌다. 두 번째 단계는 첫 번째 단계에서 오랜 연상 과정을 가진 후 진행됐다. 마지막으로, 이 오브제들의 세계에 깊이 몰입한 후 각 작품이 주는 느낌을 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밀레이의 다양한 시에서 인용한 시구를 활용해 한 줄로 표현했는데, 결과물은 억지로 꿰 맞춘 것 같으면서도 왠지 모르게 알맞은 표현이다.

- 두 연인 (사이버네이트)
- 흔들리는 고환/해로운 것 (색 빠짐 현상)
- 현명한 노인 (피지/머리카락/죽은 세포)
- 종양의 지도/타워 (궤양)
- 고갈의 풍경 (스모그?)
- 폐기물이 넘쳐나는 공장 (폐기물)
- 깊은 틈새 (유황)

* 건강 검진 (로미오/줄리엣)
* 뇌의 증발(승계)
* 감옥 (격리)
* 시스템 (지도)
* 편안한 고민 (전원적인)
* 냄새/장악 (주유소)
* 둘로 쪼개다 (꿈)

+ 그 밑에 누워 있는 나는 누구인가?
+ 치즈 속 구더기
+ 돌을 뒤덮은 이끼를 인식하다
+ 식물에 생긴 궤양
+ 해 질 녘 그 곳에서 당신을 찾았다
+ 우리가 다가서는 이 창백한 도시 안에서
+ 당신과 함께 땅속으로

작품들의 정식 제목은 전시 공간 오른쪽부터 순서대로 다음과 같다.

Two Halves, 2022
Gonambulator, 2022
An Elder, 2022
The Tower, 2022
Exhaust, 2022
Factory, 2022
Crevice, 2022

– 매튜 로네이


본 전시는 미국 텍사스주(州) 댈러스에 위치한 내셔 조각센터(Nasher Sculpture Center)에서 진행 중인 로네이의 개인전과 동시에 개최된다. 내셔조각센터 전시에서는 길이가 7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작품인 The Crack, the Swell, an Earth, an Ode (2022)를 선보인다.

참여작가: 매튜 로네이 MATTHEW RONAY

출처: 페로탕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현재 진행중인 전시

모두에게(겐) 각자의 불행이

2024년 3월 19일 ~ 2024년 4월 1일

ZHANG YINGNAN: MELTING

2024년 3월 9일 ~ 2024년 4월 12일

빅브라더 블록체인 Big Brother BlockChain

2024년 3월 21일 ~ 2024년 8월 18일

고근호 개인전: 이리저리 This Way and That

2024년 3월 21일 ~ 2024년 4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