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PHOTOGRAPHY

갤러리브레송

2019년 7월 2일 ~ 2019년 8월 29일

플라톤의 동굴에서부터 포스트모더니즘에 이르기까지 인류는 전통적으로 플라톤이 제시했던 ‘모방’을 예술의 본질로 생각하였다. 그리고 예술을 통하여 끊임없이 진실을 모방하고 표현하고자 노력하였지만, 그 모방의 근원은 현실이었다. 물론 시대별로 그 당대의 요구나 필요에 따라 다양한 표현양식으로 표출되었지만, 그 모든 것이 진실에 대한 열망과 노력이었다. 이러한 현실과 진실을 표현하고자 하는 열망의 연결선 상에 사진의 출현이 있었다. 수전 손택 (Susan Sontag)은 <on photography>에서 사진은 ‘실재를 베낀 그 무엇’ 이고 플라톤의 동굴에 있던 사람들이 동굴 밖의 새로운 환경을 알아가게 되는 것처럼 사진의 등장은 사람들의 인식변화를 가져왔고 경험하지 못한 것, 가보지 못한 공간을 소유하게 했다고 기술했다. 

사실 손택이 사진을 ‘실재를 베낀 그 무엇’이라고 묘사한 70년대까지도 사진은 다른 장르의 예술에 비해 실체를 있는 그대로 포착하는 매체라는 생각이 팽배해 있었다. 따라서 실체를 있는 그대로 포착하기 위해 사진은 실재와 현실의 바라봄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었다. 그 후 디지털 패러다임으로 전환되면서 사진은 더 이상 현실의 재현과 기록에 머무르지 않고 작가의 생각과 상상을 표현해내는 매체로 인식되고 있다. 즉, 사진은 현실과 상상력 사이를 진폭, 비상하는 매체로 변모하면서 역동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현실을 단순히 베끼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시각적으로 볼 수 없던 감각적 대상 또한 현실 안에 새롭게 표현되고 있고 단순히 시각적인 바라봄이 아니라 사물과 현상의 본질로 들어가는 행위로서의 ‘본다’라는 철학적 개념이 사진에도 적용되기 시작하였다.

이런 사진의 변화 속에서 한국 사진계에도 사진을 표현 매체로 사용하여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가는 작가들이 많다. 하지만 아직은 이들에 대한 관심과 다각도의 논의가 활발하지 않은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이 기획의 제목을 <on photography>로 정하고 디지털시대의 변화된 사진의 본질에 대한 통찰을 주제로 삼았다. 또한 이를 통해 손택이 플라톤의 동굴 속 쇠사슬에 묶여 있던 우리의 상황을 변모시켰다고 진술한 ‘사진의 시선’,‘사진의 바라봄’ 대해 질문을 던지려 한다. 

더불어 동시대 사진작가들의 매체 인식과 표현 방식 간의 차이를 살펴보고 한국 사진의 현재 상황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하여 논함으로써 사진에 대해 보다 깊고 넓은 이해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갖고자 한다.


section 1 

Invisible World, The Superior Beauty
보이지 않는 세계가 아름답다
참여작가: 김영수, 인효진, 박세진
기간: 7.2 ~ 7.13

사진가는 바라보는 행위를 통해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사진에 표현하고 관객은 그 이미지를 보고 자신만의 의미로 재구성해낸다. 
그렇다면 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며, 보이는 것은 정확히 무엇인가? 
김영수, 박세진, 인효진 작가는 여러 가지 시도를 통해 가시적인 것과 비가시적인 것을 포착하고 관객에게 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보고 있는 것의 본질은 무엇인지 질문한다. 가시적 실체를 해체하고 흔적들을 제거해가다 보면 지극히 추상화되고, 형태가 사라짐으로써 우리의 정신은 실재 자체와 만나게 된다. 즉, 구체적 실체의 부분을 하나,둘 제거해가면 단순한 관념만 남게 되고 형태가 사라진다. 
형태안에 은폐되었던 근원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그래서 추상은 본질에 가깝고, 본질에 더 가깝기에 아름답다. 
우리가 본 것은 무엇이고, 제대로 보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인효진, Hot Punk Project'Missoni Pink'


김영수, K-0427


박세진, Red scratch


section 2

You Know Nothing
당신은 아무것도 모른다
참여작가: 김규식, 라인석, 오성민
기간: 7.16~ 7.27

어떻게 보이는가? 왜 그렇게 보이는가? 김규식, 라인석, 오성민은 사진 매체의 대표적 특징인 평면성과 구성, 빛에 관심을 가지고 직접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다.  
김규식은 형상 자체가 아닌 오히려 그 사물을 존재하게 하는 매개로서의 빛에 초점을 맞추어 작업을 한다. 구체적 대상 없이 암실 속에서 빛으로 형상을 만들거나 빛이 투과되는 영역과 시간을 조절해 사진을 만든다. 오성민은 내면에 각인 되어진 삶의 상처와 기억들의 잔재를 필경사가 철필로 글자를 새기듯 현상된 필름 위에 커터 칼로 미세한 스크래치를 낸다. 라인석 작가는 출력지에 미세한 결을 만든 후 그 위에 이미지를 전사하는 방식으로 현실과 가상의 흔적을 만들고 평면의 틀을 깨는 시도를 한다. 
김규식, 라인석, 오성민 작가의 특징은 그들이 가진 사진 매체에 대한 궁금증을, 시도를 작업 안에 심어놓는다는 것이다. 그들의 작업을 보다 보면 사진이란 무엇인가, 빛은 무엇인가, 사진의 특성인 평면성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결국 디지털 시대에 이런 사진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그들의 작업을 통하여 디지털 시대 사진의 본질과 의미에 대해 재고하고, 이미지 자동생성 개념으로서의 사진의 속성과 확장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를 갖고자 한다.


김규식, Line to plane


라인석, 롯데월드타워로부터_눈


오성민,#033


section 3

Where Do I Live?
나는 어디에 사는가?
참여작가 : 고정남, 이영욱, 손미숙, 이승주
기간 : 8.1~8.12

도시는 사람이 거주하는 장소이면서 인간의 경제, 정치, 사회적 활동무대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장소라는 의미에서 도시는 단순히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사람이 몸담고 사는 실존의 의미이며 개인의 시간과 경험이 개입되는 역사이다. 그렇기에 삶의 공간인 도시는 많은 기억과 시간을 저장하고 있고 그러한 삶의 흔적의 장소를 재기록한 사진은 과거의 기억을 전달할 뿐 아니라 공간의 정체성을 그리고 그 장소 속 공동체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고정남, 이승주, 이영욱, 손미숙 작가는 이런 장소성에 관심을 갖고 개인의 의식에 뿌리박힌 장소를 기록한다. 그들만의 시선으로, 각자와 관계를 맺은 도시의 기억을 불러낸다. 그들의 작업속 공간은 낯선 것 같으면서도 항상 그곳에 있었던 듯 친근하고 차감고 냉정한 듯한데도 어쩐지 그립고, 무심하면서도 정겹다. 이들의 작업을 함께 보면서 도시 속에서 삶을 영위하는 우리의 정체성을 되묻고 사진과 현대 사회의 관계 맺기에 주목하게 된다.


고정남, 스무살_광주 # 03


이영욱, A의 집


이승주, Common Scape, Common People


손이숙, 부채가 있는 방


section 4

There Is No Spoon
숟가락은 없다
참여작가: 이수철, 조현택, 전정은
기간: 8.19~8.29

영화 매트릭스의 ‘숟가락은 없다’라는 대사는 우리의 인식에 대한 질문이다. 매트릭스 주인공 네오는 자신의 숟가락을 구부리는 방법을 궁금해한다. 하지만 그곳은 가상세계인 매트릭스 안이고 숟가락은 없다. 프로그램의 입력으로 숟가락이 있다고 생각하는 인식의 함정에 빠진 것이다.
이미지 시대에 우리의 화두 중 하나 역시 가상과 현실, 과거와 현재, 원본과 복제에 대한 인식이다. 사진은 그 본질부터 현실이 아니라 현실의 재현된 이미지이고, 원본이기보다는 복제이며, 본질이기보다는 가상이다. 관객들은 현실이 아니라 현실의 이미지를 본다. 원본과 복제의 문제는 디지털 시대의 중요한 화두 중 하나다. 관객은 사진 속 피사체가 있는 그 곳, 혹은 사진을 찍는 그 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진을 보고 있는 지금 여기에 있다. 사진이 찍히는 순간은 언제나 지나간 저곳의 현실이며, 사진은 지금의 현실이 아니라 그때의 현실을 복제한 이미지이다. 그래서 현실은 언제나 나와는 무관한 것이 되어버리고 나를 소외시킨다. 
이수철, 조현택, 전정은 작가의 사진 작업 안에는 현재와 과거, 현실과 가상이 함께하고 끊임없이 이미지와 인식 사이에서 관객을 갈등하게 한다. 우리는 인식은 하지만 결코 증명할 수는 없다. ‘숟가락을 휘게 하려는 생각은 하지 말자. 진실만을 인식하자. 숟가락이 없다는 진실’만을 말이다. 그 어디에도 숟가락은 없는 것이다.


이수철, 모리빌딩에서의 풍경-1


전정은,Strangely Familiar #_04


조현택, 55번방-광주시 광산구 덕림동 699-7


출처: 갤러리브레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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