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플레이리스트는 2024년 6월 21일(금)부터 2024년 7월 20일(토)까지 정직성, 진종환, 김연홍 3인전 《That Makes Me Dance: 나를 춤추게 하는》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다양한 세대와 스타일의 예술적 표현이 한 공간에 어우러지는 전시로 세 작가의 작품 총 29점을 관람할 수 있다.
작품이 나를 춤추게 할 수 있을까? ‘That Makes Me Dance’ 전시는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된다.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역동적인 붓질과 풍부한 색채를 통해 우리 감정 깊숙한 곳에 숨겨진 리듬을 깨운다. 작품 속에서 살아 숨쉬는 듯한 선과 색의 흐름은 우리를 감정의 소용돌이로 이끌어, 그 안에서 펼쳐지는 감정의 파도에 맞춰 나를 새롭게 발견하고 표현하게 하기도 한다. 작품이 주는 순수한 감정에 몸을 맡기면, 어느새 우리는 작품과 하나 되어 춤을 추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작품이 우리의 감정을 어떻게 자극하고, 그 감정이 어떻게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지를 탐구해 보고자 한다.
정직성(b.1976)은 회화의 윤리적, 영적 역할과 역량을 탐구하는 화가로, 서울과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그리고 제주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그는 서민 주거지역과 노동자의 일터 등을 소재로 추상 표현주의적 필법과 기하학적 추상, 모노크롬 형식을 차용한 알레고리적 메타회화를 작업한다. 최근에는 나전칠기 기법과 사군자 등 한국적 상징성을 재해석하여 회화의 외연을 넓히고 있다.
정직성의 작품은 강한 채도의 밑색을 칠해 지지체(캔버스)의 성격을 강화하고, 위에 얹는 붓질과의 균형과 리듬을 통해 작가가 겪는 생애의 느낌을 제유적으로 표현한다. 그는 주로 아사 캔버스천에 아크릴 물감과 유화 물감을 사용해 평붓으로 작업하며 이는 대상의 재현에 매몰되고 싶지 않아 선택한 방식이다. 캔버스 옆면에 물감 흘림을 그대로 남겨두어 일종의 소격효과를 통해 작품의 주관적 평면성을 강조하고, 작품 감상에 있어 창작자와 감상자의 상호 주관성을 존중하는 형식을 갖추고자 한다.
진종환(b.1991)은 자연 풍경 속에서 경험한 심상을 추상 회화로 표현하는 작가로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날의 계절이 담고 있는 시기를 관찰하며 시각 외의 여러 감각을 그만의 조형 언어로 화면에 나타낸다. 이를테면 점점 안개가 자욱해지며 숲의 내음이 가득 차는 순간이나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 등 자연적인 변화의 순간들은 그에게 감각으로 다가와 다양한 표현으로 창작할 수 있는 흥미로운 순간으로 남겨진다.
그는 캔버스에 유화 물감을 여러 겹 쌓아 표현하고자 하는 색감에 가까워질 때까지 시간을 두고 발색을 지켜보며 작업한다. 건조 시간이 더딘 유화 물감은 그가 감각하며 경험한 것을 오로지 색채와 붓질만으로 중첩시켜 여러 감각을 나타내기에 적합한 재료이다. 주로 후각적 요소는 물감을 뿌리는 방식으로, 청각적 요소는 선적인 요소로 표현하여 계절의 감각을 담아낸다.
김연홍(b.1994)은 익명의 공간이 현실 공간과 동등하게 여겨지는 현상을 탐구하며, 가상의 공간에서의 계절을 작품으로 표현한다.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는 웹에서 수집한 사진 이미지를 통해 상상된 자연을 체화한다. 마치 그 장소와 시간을 실제로 경험한 것처럼 화면과의 호흡을 통해 이를 작품에 반영한다. 모니터 속 이미지를 눈으로 감각하고, 그 위에 얇은 상상의 레이어를 더하여 새로운 가상의 세계를 캔버스에 그려낸다. 이는 그에게 세상을 이루는 세부 요소의 소중함과 표면적인 것 속에서 고유한 깊이를 발견하려는 시도이다.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을 사용하여 스며드는 기법으로 작업하는 작가는 흐린 경계 표현을 위해 물감이 마르기 전 빠르게 작업을 이어간다. 향기나 기온은 풍부한 색채로, 바람의 세기는 흐릿한 윤곽으로 표현하여 그 공간 안에서의 운동성과 시간성을 그려낸다.
참여 작가: 정직성, 진종환, 김연홍
전시 기획: 우지영
전시 운영: 조소영
전시 전경 촬영: 양이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