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콘텐츠로 바로가기

홍수현 개인전 : OPPOSITE

아웃사이트

2018년 4월 6일 ~ 2018년 5월 3일

홍수현 개인전 : OPPOSITE 1
<Opposite>, 2018, MDF, LED 조명, 케이블, 멀티탭, 776 x 200 cm
<Opposite>, 2018, MDF, LED 조명, 케이블, 멀티탭, 776 x 200 cm
<Opposite>, 2018, MDF, LED 조명, 케이블, 멀티탭, 776 x 200 cm
<Opposite>, 2018, MDF, LED 조명, 케이블, 멀티탭, 776 x 200 cm
<Opposite>, 2018, MDF, LED 조명, 케이블, 멀티탭, 776 x 200 cm
<Opposite>, 2018, MDF, LED 조명, 케이블, 멀티탭, 776 x 200 cm
<Opposite>, 2018, MDF, LED 조명, 케이블, 멀티탭, 776 x 200 cm

1 / 8

아웃사이트에서는 4월 6일부터 5월 3일까지 홍수현 개인전 《OPPOSITE》를 진행합니다. 
이번 전시는 독일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홍수현 작가의 작업을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하는 자리입니다. 

홍수현 작가는 공간에 관한 지속적인 질문을 빛과 구조물을 이용한 다양한 형태의 설치 작업으로 선보여 왔습니다. 작가에게 공간은 단순한 물리적 구조물 이상의 영역으로서 모든 사물의 존재와 관련된 세계이며, 작가는 이러한 세계에 대한 사유의 과정으로서 공간의 탐구와 실험을 시도해왔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환영의 구성을 실질적으로 담보하는 현실적 구조물(조명기구)을 공간에 설치함으로서 생겨나는 상상적 공간의 재현을 시도합니다. 


공간의 한 면을 따라 세워진, 약 2백여 개의 전구가 부착된 거대한 구조물은 가로막은 벽을 향해 강렬한 빛을 발산하고, 빛을 밝히는 조명장치 뒷면의 어지러운 민낯은 전시장 내부로 노출됩니다. 적나라하게 드러난 구조물의 뒷면은 보이지 않는 전면에 대한 상상을 자극하고, 시야를 파고드는 조명의 불빛은 물리적 공간 안에서 경계가 실재하지 않는 환영의 공간을 공감각적으로 인식하도록 만듭니다.


전시 서문

반대편

신작의 스케치를 보여주던 작가는 문득 광고판 이야기를 꺼냈다. 그녀는 독일에서 기차를 타고 가면서 보았던 거대한 광고판들에 관한 강렬한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기차가 달리는 방향으로 앉아 있으면 멀리 조그맣게 보이는 매혹적인 광고판들은 기차의 맹렬한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순식간에 거대해졌다가 시야에서 곧 사라져 버리는데 혹여나 하는 미련에 뒤를 돌아보면 구조와 부속만이 휑하게 드러난 광고판의 뒷면이 소실점을 향해 빠르게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더듬더듬 뭔가 아쉬운 듯이 말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그것은 당연한 효율의 논리이다. 한쪽 방향을 향해 시속 100km 이상으로 달리는 기차 속의 승객들을 위해 뒷면에도 광고판을 달아주는 정도의 정성은 특급 럭셔리 제품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방식이다. 적어도 그 기차의 일등석에 타는 것만으로는 그런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혹시 추가 요금을 낸다면 뒤를 돌아보지 못하게 목을 고정해주는 장치같은 것을 제공해 줄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니까 광고판의 뒷면이라는 것은 이제 그다지 대단한 비밀조차 아닌 것이다. 문득 어느 영화에서 들렸던 대사가 기억이 났다. “ 어이 이봐 사람들은 햄버거가 먹고 싶은 거지 소가 보고 싶은 게 아니라고.” 이제 사람들은 평생 소를 직접 만나지 않고도 햄버거를 계속 먹을 수 있는 편리한 세계에 살고 있다. 그들이 TV에서 만나는 소들은 대게 잘 지내고 있으며 문제가 생기면 정부에서 대책을 내어 그들을 보살피고 인도적으로 도축한다. 그러므로 그들이 소를 직접 만나야 할 이유는 희미해져 버렸다. 북극곰을 동정하는 사람 중 대부분이 실제로 북극곰을 만나보지 못했다는 사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무튼, 금속 구조물이 공간을 가로지르는 전시장에서 작가는 그러한 광고판의 기억을 떠올린 듯했다. 

회화를 전공했던 작가는 늘 공간에 관한 작업을 해왔다고 말했다. 그녀의 작업은 마치 회화의 공간, 그 환영의 무대에 대한 강한 반작용이기라도 한 것처럼 공간을 지탱하는 캔버스를 끊임없이 벗겨내고, 분리시키고, 뒤틀어버리는, 그러니까 앙상하고 초라하지만, 여전히 완고한 캔버스의 틀을 끊임없이 드러내는 그런 일들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들을 통해 그녀는 경계 내부의 서사와 경계 바깥의 서사를 경계 짓는 ‘환영적 공간의 실체적 구조 관계’를 끊임없이 실험하고 질문해온 것처럼 보였다. 사실 그 환영의 공간은 그녀에게 회화이자 미술이고, 제도이자 기호이며, 어느 날 기차를 타고 가며 보았던 수많은 광고판과 다름없는 어떤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공간의 한 면을 거의 완전히 막아선 거대한 목재 구조물에 설치된 약 2백 개의 전구들이 막힌 벽을 향해 빛을 내뿜고 있다. 불빛이 향하고 있는 그 막힌 물리 공간의 구조는 머리로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볼 수 없는 공간으로부터 끊임없이 새어 나오는 빛은 관객에게 그 이해 너머의 공간을 상상하게 만들 충분한 동기를 부여한다. 

그 경계 너머로 전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작가가 만든 이 기이하고 거대한 조명장치의 뒷면이다. 촘촘히 박힌 전구의 개수만큼이나 소켓에서 흘러나와 어지러이 흐트러진 전깃줄들, 그것들이 다발지어 모여있는 멀티탭들 그리고 구조물을 지탱하고 있는 배후의 지지대들이 사실 관객의 시야에 들어오는 대부분일 뿐이다. 새어 나오는 환한 빛 너머 노출된 수많은 전구와 소켓, 전선은 쉬지 않고 전기라는 욕망의 원자재를 빛이라는 욕망의 환영—어둠에 대한 공포에서 기인하는—으로 전환시키는 작업을 수행한다. 그것들은 그저 현실적으로 존재한다. 그리고 ‘미술’을 관람하려던 관객들은 보이지 않는 조명장치의 앞면을 상상하며 그 생산의 현장만을 서성거리게 될 뿐이다.  

벽과 구조물 사이의 약간의 공간을 제외한 모든 전시장에 펼쳐진 건조한 현실의 넓이는 사실 우리의 현실을 닮아있다. 그러므로 점점 더 엄습해오는 두려움이, 사실 우리가 가진 것은 이것뿐일지도 모른다는 그런 두려움이, 저 구조물 너머 환영의 실루엣을 더욱 넘실거리게 만든다. 그곳은 욕망하기 위해 현실을 살아가고 현실을 살기 위해 욕망하는 우리를 위한 영원한 구원의 공간이다.

글_김상진



홍수현, <untitled(Kammer), 2017, LED 조명, 가변크기


오프닝

2018년 4월 6일 (금) 오후 6시


작가 웹사이트: http://www.soohong.kr/

디자인: BOWYER

출처: 아웃사이트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아웃사이트

서울특별시 종로구 창경궁로35가길 12, GF

www.out-sight.net

운영시간

월요일 휴관

화요일 12:00 - 18:00

수요일 12:00 - 18:00

목요일 12:00 - 18:00

금요일 12:00 - 18:00

토요일 12:00 - 18:00

일요일 12:00 - 18:00

휴관: 월요일, 공휴일

모든 프로그램은 주최측의 사정으로 변경될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확인하시기바랍니다

참여 작가

홍수현
AD
홍수현 개인전 : OPPOSITE | 아트바바 ARTBA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