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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시경 개인전 : Exit Exit

공간형

2019년 11월 8일 ~ 2019년 11월 28일

성시경 개인전 : Exit Exit 1
전시전경, SHIFT
전시전경, SHIFT
전시전경, SHIFT
전시전경, SHI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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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전경, 공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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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호크니는 마틴 게이포드와의 인터뷰에서, 1950년대 말 추상회화의 경향과 프란시스 베이컨의 반추상적 태도를 회상하며 다음과 같은 당시의 의문을 떠올린다. “추상을 어떻게 밀고 나갈 수 있을까?” 잭슨 폴락의 죽음, 프랭크 스텔라의 등장 등, 미국 모더니즘과 평면성의 신화가 종점으로 치닫던 역사적 맥락을 고려하면, 시의적절한 의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 시절의 의문이라기보다 현재의 확신인 듯, 그는 추상이 더 이상 어디로도 나아갈 수 없다고 단호히 말한다.1 이것은 다분히 포스트모던 회화의 레토릭 중 하나이므로 동시대의 추상회화에 공히 적용될 수 있는 사실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현대회화의 비평적 가능성을 모색하는 추상화가들에게, 회화의 질적 규준 혹은 회화 담론의 중력이 사라진 오늘날의 텅 빈 캔버스란, 마치 보르헤스의 소설처럼, ‘가장 완벽한 미로로서의 사막’같은 것일지도 모른다.2 그렇다면 갈림길도, 방향의 지표도 없는 이 드넓은 미로의 한복판 위에 선 젊은 추상화가들은 어떻게 출구를 향해 나아갈 것인가?

성시경은 캔버스를 위시한 사각의 프레임이 내부의 조형과 맺는 종속적 상호 관계를 의식하고 이를 회화의 조형적 조건으로 삼는다3. 그리기의 과정에서 마스킹을 통해 화면 내부에 임의의 영역을 구획하고, 그 형태나 스케일로부터 추상적 화면의 실마리를 찾은 뒤, 점진적으로 범위를 확장시키거나 또 다른 영역과의 관계를 만들어 나감으로써 다중적인 낙차를 형성한다. 여기서 실마리를 찾는다는 것은, 분할된 칸의 제약이 만들어내는 파편적인 자율성 안에서 스치는 감각적 사고의 편린들을 붓질로 포획하는 것인데, 그렇게 포착된 형태는 프레임으로 인해 그 자체로 해상도가 낮은 회화-이미지가 된다. 이러한 귀결로 인해 때때로 특정한 회화사적 레퍼런스나 관습적인 화면 처리 방식들이 무의식적으로 등장하게 되고, 작가는 그러한 이미지들과의 관계설정을 통해 낙차의 양태를 조형하는 셈이다.

한편 이러한 방법론은 프레임 외부로 뻗어 나가려는 조형적 흐름이 다시 캔버스의 경계에 의해 내부로 되돌려지면서 만들어지는 환원적 효과에 따옴표를 치는 것이기도 한데, 바깥으로 나가려는 지향성과 이를 흡수하려는 내부화의 상호 작용은 미로가 지닌 건축적 성격과 유사하다.4 따옴표 쳐진 유사-미로의 내부에 갇힌 붓질은 그 활력과는 별개로 정적인 이미지가 되고, 그로 인해 응축된 속력은 시간축의 진행 방향에 따라 낙차를 넘나드는 붓질의 동력으로 전환되거나, 쌓여진 시간의 뒷면으로 침잠하게 된다. 따라서 성시경의 작업 과정에서 붓질의 속도와 이미지는 때때로 미묘한 시차를 형성하며, 이는 붓의 움직임이 마음의 궤적과 어긋나거나 맞물릴 때 발생하는 성찰의 기제와 포개어진다.

회화의 조건을 재차 상기하게 되는 기본적인 규칙을 세워두고 제약 안에서의 성찰을 통해 추상적 조형을 탐구하는 성시경은, 자꾸만 뒤로 물러선 뒤 또다시 나아가야만 하는 모든 화가들의 미로와 같은 여정을 프레이밍한다. 그의 첫 개인전인 <EXIT EXIT>는 같은 층에 기역자 꼴로 위치한 두 전시공간에서 열리지만, 서로 다른 두 개의 출구를 제시하는 전시는 아니다. SHIFT에서는 2016년부터 일관된 방식으로 진행되어 온 연작의 진행과정을, 공간 형에서는 방법론을 변주하여 적용시킨 예외적 작업들을 나누어 전시하였다. 이 전시를 통해 작가가 세워둔 규칙의 특정성과 관객들이 느낄 수 있는 보편성을 하나의 궤적으로 연결 지어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 박정우(기획)

1 마틴 게이퍼드, 『다시 그림이다 : 데이비드 호크니와의 대화』, 주은정 옮김, 서울:designhouse, 2012, 44쪽
2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알렙』, 황병하 옮김, 서울:민음사, 1998, 188-189쪽
3 작가노트 참조
4 강민성, “건축놀이 : 미로, 피복, 텍토닉”, (경기대:석사학위논문), 2002, 10쪽


성시경, Ridge, 2017, Oil on canvas, 112.1x 145.5cm


성시경, Falls, 2018, Oil on canvas, 130.3 x 130.3cm


성시경, Slide, 2019, Oil on canvas, 112.2 x 324cm


성시경, Yellow Bomb, 2018, Oil on canvas, 145.5 x 224cm

일시: 2019년 11월 8일 - 11월 28일, 오후 1시 - 오후 7시 (매주 수요일 휴관)
장소: SHIFT / 공간 형(서울 중구 을지로 105 이화빌딩 3층)

오프닝: 11월 8일 금요일 오후 6시-8시

기획: 박정우
그래픽디자인: 이은비

사진: 양이언

후원: 서울문화재단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공간형

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 105, 이화빌딩 301호

www.instagram.com/artspace_hyeong

운영시간

월요일 휴관

화요일 13:00 - 19:00

수요일 13:00 - 19:00

목요일 13:00 - 19:00

금요일 13:00 - 19:00

토요일 13:00 - 19:00

일요일 13:00 - 19:00

휴관: 월요일

모든 프로그램은 주최측의 사정으로 변경될 수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참여 작가

성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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