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가변크기
2019년 10월 10일 ~ 2019년 10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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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대체 뭘 까?’ 미술작품을 보면서 자주 하게 되는 생각이다. 작품의 모든 부분 들에서 의미를 찾으려 하는 일은 이제 “쿨”하지 않은 것이 되었기 때문에, 나는 물감이 겹겹이, 덕지덕지 굳은 그림의 표면을 가까이서 자세히본다. 붓이 지나간 자리에서 일어난 일들을 상상해 보기 위함이다. 작품이 받아들인 힘의 흔적들과, 물리적인 사건들이 일어났던 크고 작은 장소들을 눈으로 만져 본다.
그림이 아닌 사진을 볼 때면, 정전기가 일어나 먼지가 붙을 것처럼 평평하고 매끈한 표면을 자세히 들여다보게된다. 잉크젯 프린트인지, 레이저 프린트인지, 구식 실버 프린트인지 유추해 본다. 그것이 컴퓨터 그래픽 도형들을 프린트한 것이라면 JPEG를 인쇄한 것인지, 벡터 이미지를 인쇄한 것인지 가까이서 살펴본다. 인화되었거나인쇄된 표면의 질감은 그 표면에 그려진 이미지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작품과 물리적으로 마주하며 새삼 깨닫는 사실은, 이 작품들이 각자의 중력을 받으며 3차원 공간을 점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벽이나 천장에 걸려있거나 어딘가에 놓인 작품은 중력과 마찰력에 의해 마치 정지한 것처럼 보인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고전 비디오 게임인 둠 2처럼, 어떠한 각도에서 보던 간에 앞모습만 있는 평면들이 나를따라다니는 세계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다양한 시간과 시점에서 작품을 보게 된다.
나는 방 안을 떠다니는 카메라가 되어 작가가 만든 이 삼차원의 물체가 어떻게 우리가 사는 세계와 접속했는지를 생각해보기로 했다.
⇱ 박성민이 점토를 붙여 만든 사람 형상의 조각은 그가 평소 흙을 만지던 습관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잠 든 노트북을 깨우려 마우스를 흔드는 무의식적인 동작처럼, 손이 기억하는 대로 흙을 주물러 깨우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사람의 형상을 만들겠다는 목적과 손재주의 영역이 다투었기 때문에 결과물은 조금 더 전쟁터 같다. 박성민에게 손으로 흙으로 형상을 만드는 일은 무엇일까? 사람의 손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오작동과 지연의 연속이다. 이는 로봇 팔의 동작과 비슷하다. 전기 신호로 근육을 움직이고, 감각기관들은 그에 대한 피드백을 토대로 다음 행동을 결정한다.
⇡ 김한샘은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컴퓨터를 켰을 것이다. 컴퓨터는 손의 입력을 데이터로, 이를 그래픽으로 변환해 모니터에 출력하는 과정을 비밀스럽고 꽤 정확하게 처리한다. 작가는 이리저리 마우스로 그림을 움직이고 색을 입혀 보았을 것이다. 액자의 모양대로 판을 자르는 공정을 위해 김한샘은 무한에 가깝게 늘어나는 2차원의 도면을 만든다. 화면을 보고 결과물을 상상하는 과정에서 지연이 생기고, 도면이 입력된 기계는 비물질에 가까운데이터를 물질의 세계로 잘라낸다.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은 액자(같은 것)와 평면 프린트로 나뉘었다가, 합쳐진다. 사실 그 둘은 처음부터 한 몸이다. 두 개가 분리되어 인식되는 것은 시선의 이동에 따른 사고의 지연에서 발생한다.
⤉ 김정활의 그래픽 디자인 시트는 이 전시의 제목을 가장 직접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동시에 사실 제목 그 자체이다. 제목은 디자인의 단서가 되었고, 디자인은 다시 제목의 유일한 단서가 되었다. 잠든(죽은) 사람의 모습과 몇개의 도형들이 밀대로 밀려 유리에 붙었다. 유리는 액체임과 동시에, 가장 편리하고 보편적으로 투명성을 유지하는 고체 역할을 한다. 그 위에 붙은 시트는 천천히 흘러내리고 있지만 너무나도 미세해서 알아차릴 수 없고, 정말로 도형인 것처럼 붙어있다.
미술 작품은 그것을 만드는 작가와 어떻게 접속할까? 또 그 미술품은 어떻게 세계와 접속할까? 동굴 벽화를 그리다 옆에 있는 석순이 대체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 상상했을 사람들을 생각해 본다.
글: 이길재
출처: 공간 가변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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