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버
2026년 1월 29일 ~ 2026년 1월 30일
‘흔적’은 어떻게 우리에게 도착할 수 있을까- 바꿔 말하자면 존재는 어떤 통로를 거쳐 어떠한 껍질로 우리에게 남고,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 《체이싱 더 트레이스》는 이 질문에서 시작한다. 예술가들은 이미 사라진/질 것들, 온전한 형체를 잃고 부유하는 것들, 아주 작고 가는 것들이 오늘 이 시간, 이 장소를 차지하고 있다고 상상하거나 그렇다고 믿음으로써 현재의 차원 위에 그것을 드러내 왔다.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가 주지했듯이 흔적은 반드시 사후적인 것만은 아니며, 다른 시간의 차원이나 기호의 자취를 품은 채 부재를 나타내는 것이기도 했음을 이들은 알고 있는 것이다.
《Chasing the Traces》 는 이러한 질문과 가정을 두고 작가와 기획자,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등 다채로운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들과 함께하는 일시적 이벤트이며, 우리를 둘러싼 시공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축 사이에 끼어있는 잔여와 구성적 기억, 여운을 뒤좇으며 살펴보는 자리이다.
2026.1.29. (목) - 1.30. (금)
12:30-20:00
챔버 (성북구 동소문로 26-6)
기획: 최윤서
참여작가: 김지민, 서혜림, 이손, 이재, 유승아, 한우리
타임테이블
① 스크리닝
-한우리, 〈성냥〉(2024), 비디오로 전환된 16mm 필름, 컬러, 사운드, 13분 50초.
: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우리는 무엇을 보고 싶은가?”라는 물음에서 시작한 〈성냥〉(2024)은 최초의 SF 소설인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과 디드로의 〈맹인에 관한 서한〉을 레퍼런스로 삼아,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초래한 시각 중심주의를 비판적으로 되짚는다. 이 작업은 시각 중심적 기술이 요구하는 명료성과 비물질적 빛의 과잉 속에서, 오히려 사람들이 본질적으로 ‘보지 못하는’ 상태에 놓이게 되는 아이러니를 알레고리적으로 드러낸다. 이를 통해 〈성냥〉은 앞서나가는 기술이 약속하는 ‘보임’의 세계가 무엇을 가리고 있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가 끝내 보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한다.
-서혜림, 〈The Trace of Trace: 이주술〉(2026), 싱글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AI 보컬 합성), 5분 16초.
: 흔적을 남긴다는 일은 동물의 이주와도 닮아 있다. 작가는 을지로에서 비영리 독립공간을 운영하다 재개발로 퇴거당한 뒤, 온라인에서 만난 호주 작가들의 도움으로 시드니에 닿아 전시를 열며 새로운 시간들을 통과한다. 이 필름은 시드니에서 마주친 동물들과 만난 사람들의 푸티지를 내러티브 없이 제시한다. 크라카우어가 말한 것처럼 영화가 붙잡는 것은 해석 이전의 물질적 현실—빛, 표면, 움직임, 우연의 잔여들—이다. 이야기로 축약되지 않은, 흔적처럼 남겨진 이미지들은 서로 엮이고 묶이며 결국 탈출과 이주의 ‘해피 엔딩’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흔적처럼 드러낸다.
-이재 작가 신작 정보 추후 공개 예정
② 렉처
-유승아, 작은 대화: 〈편지봉투 냅킨 담뱃갑 영수증 찢어진 종이 귀퉁이〉 ❘ 1.29(목) 19:00-20:00
: 〈편지봉투 냅킨 담뱃갑 영수증 찢어진 종이 귀퉁이〉는 저를 매혹시킨 흔적과 자국을 말하는 자리입니다. 클라리시 리스펙토르는 종종 영감이 떠오르면 편지봉투, 영수증, 체크카드 뒷면, 심지어는 담뱃갑에 문장을 적었고, 엘렌 식수는 카페에서, 길을 걸으며, 무의식적으로 떠오르는 생각들을 종잇조각과 냅킨에 받아 적었습니다. 이것은 일상적인 흔적인 동시에 날카로운 자국입니다. 원초적 장면입니다.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 있습니다. 내밀한 순간들 가운데 뾰족하게 가시 돋쳐 나온 것들. 가늠할 수 없이 솟구치는 문장들, 이미지들. 나 자신에게서조차 낯설어지는 깨달음의 찰나들. 쓰는 자를 통해 스스로를 드러내는 문장과 이미지를 마주합니다. 날것으로 드러나는 신비에 관해 말합니다.
-서혜림, 〈미술로 엮고 묶고 탈출하기〉 ❘ 1.30 (금) 14:00-15:00
: 을지로 대안 공간 ‘가삼로지을’ 운영 경험과 이로 인해 겪은 ‘미술에서 할 수 있는 여러 사건’들을 발표합니다.
1) 가삼로지을 탄생과 결말 : 어떻게 느슨한 공동체가 어떤 계기로 언제 누구와 함께 만들어졌고 SNS 상에서 익명 작가와 관객들을 만나서 생명력을 얻으면서 결국 호주 시드니까지 가서 전시를 하게 됐는가, 다큐멘터리로 나와 세상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까지의 이야기
2) 미술로 만나서 엮여서 트라우마를 해결하기 : 독립 공동체들이 기존 제도권 공동체와 다른 점, 역할, 그리고 내 삶에서 해결한 점, 그리고 제도 안에서 필요한 지점까지
③ 퍼포먼스
-김지민, 〈이 샹들리에는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에 대한 번역은 존재한다.〉 ❘ 1.29(목) 12:30-18:30 (총 6시간 중 임의 진행, 진행 중 스크리닝 중단 없음)
: 오래된 건물에서 열릴 하루동안의 프로젝트를 위해 구상된 퍼포먼스로, 본 퍼포먼스에서 작가는 OHP 프로젝터로 가상의 샹들리에의 이미지를 건물에 전사합니다. 그리고 가상의 번역자로서 그 샹들리에에 대한 글을 쓰게 됩니다. 해당 글은 8-10개의 다른 언어로 번역되어 30분마다 작가가 직접 종이에 필사합니다. 여기에서 30분은 그리니치 표준 시간이 아닌, 작가가 감각하며 결정하게 될 시간의 흐름입니다. 관람자는 기약없이 방문하여 번역자이자 작가를 우연히 마주칠 수 있습니다.
-이손, 〈신이라는 클라우드〉 ❘ 1.30 (금) 16:00-17:00
: 신이라는 타자의 자리에 기술이 놓인 이후의 시간을 배경으로 한 약 30분간의 연설형 퍼포먼스입니다. 죽음, 부활, 영생과 같은 오래된 질문들이 (응답하지만 책임지지 않는) 미래의 시스템 속에서 어떻게 다시 호출될 수 있을지를 상상해 봅니다. 퍼포머이자 연사는 자신에게 익숙한 형식을 훔쳐와 흉내내고, 말하는 상태를 지속합니다. 이후의 30분간은 관람자들과 퍼포먼스에 관한 대화를 나눕니다.
신청하기: https://www.instagram.com/chamber26_6/
출처: 챔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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