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담
2017년 12월 1일 ~ 2017년 12월 10일
최혜인, 심장_흡수 Heart_absorption , 캔버스에 과슈, 아크릴 Gouache acrylic on canvas , 162x130cm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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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과 흡수, 그리고 공존
최혜인은 주로 야채, 곡식 등 음식 재료를 소재로 생명성을 탐구해왔다. 여느 작가들처럼 아름다운 꽃이나 수목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늘 밥상에 올라올 만한 먹거리이며, 흔해서 오히려 기억에서 열외 될 그런 것들이다. 작가에게 이러한 식용 식물은 우리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아낌없이 내주고 자신은 조용히 소멸해 가는, 마치 어머니 같은 존재다.
부드러운 야채와 단단한 곡식은 비록 성질이 다르지만 모두‘씨앗’에서 비롯된 생명들이다. 빛, 바람, 흙과 물을 품은 씨앗은 시간을 기다려 싹을 틔운다. 이번 전시에서는 휴면기 상태처럼 발아 시기가 유보된 씨앗, 해빙기처럼 분출하는 씨앗과 적절한 때를 기다려 헐거워진 흙 속에서 발아하는 여러 씨앗들이 등장한다. 씨앗은 덩어리 형태로, 홀로, 각각의 자리에서 스미는 물을 품고 생장한다. 씨앗의 생장은 변함없는 태양과 달리 변화무쌍한 달의 속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달은 불안정해 보이지만 나름의 주기가 있고 이 주기로 생명을 품는다. 특히 달의 인력은 동물의 생식과 식물의 발아에 큰 영향을 끼친다. 최혜인의 작품에 달과 곡식이 많이 등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거대한 나무의 시작도 아주 작은 씨앗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개미 같은 작은 곤충이 이토록 거대한 나무의 새싹을 없앨 수도 있다. 생명이 생명을 먹는 먹이 사슬 속에 돌고 도는 생태계의 신비가 있다. 숲에서는 어떤 생물도 혼자만 살려 하지 않고 삶과 죽음이 언제나 공존한다. 나무는 죽은 조직을 품고 새싹을 틔운다. 한 나무에도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셈이다.
삶과 죽음은 그물망처럼 얽혀 있고 이때 생명은 단순히‘있음’이 아니라‘살아 있음’의 의미이다. 우리는 지속해서 먹으며 생을 이어간다. 일상에서 접하는 평범한 야채와 곡식들은 가녀리고 약해 보이지만 동시에 강인하고, 에너지를 흡수하여 번식하고 순환한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곳에서 나온 이들이 다시 우리의 삶과 죽음을 결정짓는 매개체가 된다. 모두 얽히고 설켜 있다. 공존의 장(場)이다.
생명을 유지하는데 있어 흡수는 필수적이며 역설적으로 결핍도 필요하다. 결핍이 없다면 결코 흡수는 일어나지 않는다. 생명체는 결핍 속에서 이를 메울 영양분을 ‘흡수’하며 오늘도 삶을 이어 나간다. 육체의 구체적인 섭취를 통한 흡수만이 삶을 영속시키지는 않는다. 육체와 정신의 조화가 적절히 이뤄져야 비로소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흡수는 정신적인 의미에서도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만 몸과 마음이 풍성한 삶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공존하는 삶 속에서, 땅에서 수확된 생명의 먹거리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다. 한 여름의 왕성한, 분출하는 생명성이 아니라 조용하면서도 치열한 식물의 생명성이다. 이 전시를 통해 겨울의 결핍 속에서도 온기를 ‘흡수’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출처 : 갤러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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