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토
2003년 12월 12일 ~ 2004년 2월 8일
오귀스트 로댕(Auguste Rodin, 1840~1917)은 19세기 후반 서구 아카데미의 전통 조각에서 탈피하여 20세기 현대조각의 장을 연 프랑스의 조각가이다. 로댕은 기존의 고전적이고 이상화된 아름다움을 거부하고 내적 진실을 표현함으로써 진정한 인간성을 드러내고자 하였고, 이를 위하여 인물의 단순한 재현에서 벗어나 인간의 열정과 고통, 고뇌의 모습을 생동감 있는 표정과 움직임으로 담아 내었다.
로댕의 다양한 인물표현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이번 전시회에는 로댕갤러리의 글래스 파빌리온에 상설전시 중인 <지옥의 문>과 <깔레의 시민>을 중심으로 하여 관련 청동조각과 단테의「신곡」을 소재로 한 드로잉이 전시된다. 먼저 첫번째 전시실은 <생각하는 사람>, <세 망령>, <여순교자> 등 <지옥의 문> 관련 작품들과 ‘블랙’드로잉이라 불리는 로댕의 독특한 드로잉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어 두번째 전시실은 <깔레의 시민>의 인물조각들과 <발작>등 기념비 조각이 함께 전시되어 조각가 로댕의 종합적인 면모를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생각하는 사람 The Thinker, 1880, 청동 Bronze, 71x36x59cm
"<생각하는 사람>은 이야기가 있는 작품이다. 오래 전에 나는 <지옥의 문>을 구상했었다. 문 앞 바위 위에 앉아, 단테가 「신곡」을 계획하고, 그의 뒤에는 우골리노, 프란체스카, 파올로 등 신곡의 모든 등장인물들이 서 있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실현되지 못했다. 전체와 떨어져 서서 기다란 옷을 걸친 마른 고행자로서의 단테는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첫번째 영감에 따라서 나는 다른 사람을 생각해 냈다. 나체의 남자가 바위 위에 앉아 발을 모으고 주먹을 턱에 댄 채 몽상에 잠긴다. 풍부한 영감이 그의 뇌에서 피어올라 천천히 형태를 만든다. 그는 더 이상 몽상가가 아니라 창조자이다." (로댕)

칼레의 시민중 위스타슈 드 생 피에르 The Burghers of Calais : Eustache de Saint-Pierre, 1886-1887, 청동 Bronze, 215x76x115cm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시의 가장 부유한 시민인 위스타슈 드 생 피에르가 나서며 말했다. "여러분, 비극적인 사태를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여기서 굶어 죽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만일 우리 중 누군가가 우리 모두를 이런 운명에서 구한다면 국왕께서도 기뻐하실 것입니다. 제가 먼저 나서서 목숨을 바친다면 그분께 용서와 자비를 구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저는 기꺼이 홑옷과 맨발에 맨머리로 목에 밧줄을 두르고 나가 에드워드 2세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장 프르와싸르,「연대기」) 역사 속의 인물에 개성과 생동감을 부여하기 위해 로댕은 동료화가이자 생 피에르의 후손으로 알려진 장 샤를르 카쟁을 위스타슈 드 생 피에르의 여러 부분을 위한 모델로 활용하였다.

칼레의 시민중 장 데르 나신상 The Burghers of Calais : Study for Nude Figure of Jean d'Aire, 1886, 청동 Bronze, 103.3x30x25cm
장 데르의 얼굴에 나타난 분노는 당시의 관습에 따라 몸값을 요구하는 대신 생명을 앗아가려는 에드워드 3세의 부당함에 대한 깊은 항의를 담고 있다. 양 팔을 늘어뜨리고 양 발에 고루 무게를 둔 똑바른 자세는 인물의 동세를 강조하는 콘트랍포스토의 전통에서 비켜나 있지만, 온몸에서 느껴지는 긴장감 때문에 전혀 정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다부지게 다문 입과 짙은 눈썹을 한 얼굴은 강한 의지와 지성을 느끼게 하는데 이 얼굴은 또한 조금씩 변형되어 서로 사촌간인 앙드리유 당드르, 자크 드 비쌍의 얼굴로도 사용되었다.

칼레의 시민중 자크 드 비싼 The Burghers of Calais : Jacques de Wissant, 1887-1889, 청동 Bronze, 213x67x126cm
"나는 그들을 이상화된 인물의 군집으로 만들지 않았다. 그랬다면 그들의 영웅성을 찬양함으로써 진실을 망각하게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나는 그들을 하나하나 따로 떼어 냈다. 대의에 대한 각오와 죽음의 공포 사이에 끊이지 않는 갈등으로 인해 그들은 각자 자신의 의식 속으로 침잠되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지고의 희생을 감당할 능력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자문하고 있다. 정신은 그들을 앞으로 가라고 떠미는 반면 다리는 발걸음을 떼 놓으려 하지 않는다. 엄청난 희생의 무게 때문에 굶주림은 잊었지만 그들은 결정을 내리지 못해 우유부단하며 힘들게 자신을 이끌고 있다"(로댕)

발작 나신상 Nude Study of Balzac, 1896-1897, 청동 Bronze, 93x40x36cm
<발작기념비>는 초상 속의 인물에 관한 어떤 일화를 묘사하거나 설명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에게 그 인물의 개성을 마음속 깊이 느끼게 한다. 로댕은 삶의 외적인 상황을 보여 주기보다는 발작의 내적인 깊이와 풍요함을 열어 보이려 고심하였다. 1891년 프랑스 문필가 협회 회장 졸라가 로댕에게 <발작기념비>를 의뢰했을 때 로댕은 그 소설가의 남아있는 초상들을 연구하는 것으로 작품을 시작하였다. 그는 발작상에 대해 여러 모로 고심하였다. 그의 얼굴 모습, 체형과 그가 실제로 일할 때 입었다는 수도승의 옷같은 세부들을 심사숙고한 결과 소설가의 창의력을 나타내는 알레고리이자 동시에 발작의 외면보다는 내면을 그려 낸 초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휘슬러 여신상 Whistler's Muse, 1903-1908, 청동 Bronze, 236x108x80cm
다리의 부드러운 모델링이 거칠게 절단된 토르소와 날카로운 대조를 이루며 고대조각같은 느낌을 강하게 풍기는 <휘슬러 여신상>은 그리스나 로마의 걸작에 맞먹는 조형적인 완결성을 과시한다. 1900년 이후, 로댕은 새로운 각도에서 고전 조각을 연구하였으며 대부분 파손되어 부분만이 남아있는 그리스 로마 조각들의 상태가 그의 작품세계에 창조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는 이 작품들이 이렇게 부분들만 남은 상태에서도 그 아름다움이나 표현력이 감소되지 않음을 감지했다.

영원한 안식의 수호신 The Spirit of Eternal Repose, 1899년경, 청동, Bronze, 193x100x91cm
이 작품은 퓨비 드 샤반느 기념상의 일부분으로 제작된 것이다. 로댕과 퓨비 드 샤반느는 가까운 친구사이였고 생전에 함께 전시회를 개최한 적이 있다. 샤반느 사후 1899년 로댕은 그의 기념비 제작을 의뢰받고 1891년 화가의 생전에 제작된 흉상을 중심으로 작업을 하였다. 당시의 사진을 보면 기념비상은 코린트 주식에 얹혀진 화가의 흉상과 <영원한 안식의 수호신>이 결합된 형상인데 흉상에 기대어 서있는 나무에서 과일을 따는 듯한 모습이다. 로댕은 이 기념비를 한 덩어리로 제작하려고 여러 해 동안 노력하였으나 완성하지는 못했다. 1900년 로댕 전시에 팔이 없는 모습으로 전시되었던 이 작품은 1910년 대리석으로 제작되기도 하였다. 전형적인 그리스 고전조각의 특성을 나타내는 콘트랍포스토의 확장된 형태를 보여 주는 이 작품은 로댕의 고전에 관한 탐구정신을 엿볼 수 있는 예이다.

단테에게 이야기하는 망령 Shades Talking to Dante, 1897, 18.5x11.2cm
로댕은 <지옥의 문>을 의뢰받기 전부터 단테의 「신곡」에 감명을 받아 수많은 드로잉들을 제작하였고 1897년, 그 중 142점을 선정하여「로댕 데생집」(일명「구필 앨범」)을 발간하였다. ‘지옥', ‘림보', ‘습작’의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데생집은 <지옥의 문>의 인물상인 <세 망령>, <박커스제> 등의 모티브가 된 드로잉을 담고 있는데, 과슈로 그린 어두운 색채와 음울한 소재 때문에 일명 '블랙' 드로잉이라 불리는 작품들이 주목할 만 하다.

두여인을 납치하는 켄타우르스 Centaur Rapes Two Women, 1897, 15x18cm
'블랙’드로잉은 모델을 고용할 여건이 되지 않았던 로댕이 관찰보다는 상상에 의존하여 그린 것으로,묘사된 인물들은 「신곡」을 소재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성별이나 이름을 파악하기 어렵다. 입체적 효과를 위해 인물의 윤곽선 안에 색을 칠하고 이를 잘라내어 다른 종이 위에 덧붙이기도 한 이 드로잉은 로댕의 초기 드로잉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 주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옥에 떨어진 연인들 Circle of Lovers, 1897, 15x9cm
로댕의 드로잉들은 「신곡」의 일화에 대한 삽화라기보다는 지옥 속 인간의 고통과 갈등에 대한 작가의 주석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그의 드로잉들은 그 원천인「신곡」이나 최종 결과물인 <지옥의 문>과도 차별되는 모호한 환상과 상상의 세계를 표현하고 있으며, 조각작품을 위한 밑그림으로서가 아니라 독자적인 작품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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