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갤러리
2025년 12월 18일 ~ 2026년 2월 8일
김희수 작가는 오랫동안 전시와 작품에 같은 제목을 반복해서 사용해 왔다. 전시명은 평범한 삶을 뜻하는 ‘Normal Life’, 작품명은 ‘Untitled(무제)’이며, 일부 소제목이 붙는 예외가 있기도 했지만 대체로 일관적이었다. 언뜻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지만 자신의 개입을 덜어내며 작업과 일정한 거리를 두려는 작가의 태도에서 비롯되었다. 이는 그림 속 인물이 특정 인물에 국한되지 않고 누구나 자신을 투영할 수 있도록 표현하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한 걸음 뒤로 물러선 자리에서 사랑과 우정, 관계처럼 너무 익숙해서 쉽게 흘려버리곤 하는 감정들을 되묻고 새겼다.
작가는 평소에 떠오르는 단편적인 생각과 장면을 글씨와 드로잉으로 기록한다. 완성을 염두에 둔 것이기보다는 순간을 붙잡는 메모에 가까운 그의 드로잉은 끊임없이 자라나고 벗겨지기를 반복하는 나무의 껍질처럼 계속 생성된다. 흘려 쓴 글씨 속에는 툭 내뱉은 사적이고 꾸밈없는 마음이 스며 있다.
일상의 표면을 따라 기록하던 작가의 시선이 어디에 가닿을지 정해진바 없었지만, 주변의 감정과 관계를 쌓아온 시간은 자연스럽게 마음이 향하는 지점을 조금씩 내비쳤다. 그것은 이번 전시 제목인 ‘끝내 내가 보고 싶은 것’에도 드러난다. 이전의 일관된 명명 방식에서 벗어난 듯 보이지만, 작업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끌어낸 가벼운 변화에 가깝다.
생각과 이미지가 작은 화면에서 즉각 공유되고 교체되는 환경 속에서 우리는 누구와도 손쉽게 연결되고 그만큼 빠르게 멀어진다.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이 현대의 관계를 ‘액체적 관계’라 비유했듯, 안정에 대한 욕구와 구속받지 않으려는 자유 욕구가 충돌하는 상황은 작가가 그간 절실하게 느끼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 과잉 노출이 남기는 피로와 공허 속에서 작가는 무엇을 붙잡아야 하는지 스스로 묻는다. 기댈 곳을 찾아 결국 가장 낮은 자리인 바닥에 몸을 낮춰 엎드린 인물, 아래로 떨어지는 인물 아래에서 두 팔 벌리고 서 있는 또 다른 인물의 모습 등은, 관계를 회복하려는 의지와 다시 연결될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끝내 확인하고 싶은 감정의 원형을 드러낸다. 습관처럼 지나치기 쉬운 감정을 불러와 두터운 물감의 층으로 무게를 더하는 그의 작업은, 결국 삶이 다시 고쳐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 다가서는 과정이기도 하다. 김희수의 회화 속에서 발견되는 희망은 아직 닿지 않았으나 계속 손을 뻗는 움직임 속에 있다.
심지현
참여작가: 김희수
출처: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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