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가비
2015년 10월 21일 ~ 2015년 11월 7일
가을 기획전 : 청화

갤러리가비는 회화 작가 김현지, 이정은 및 도예 작가 성석진의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바탕으로 한 가을기획전 <淸花>전을 선보인다. 도자기와 회화의 협업은 사실 예전부터 많이 시도되어 왔으나, 갤러리가비는 이번 전시를 통해 단순히 ‘도예가가 만든 도자기를 캔버스 삼아 회화 작가가 그림을 그리는’ 협업의 성격의 폭을 넓히고자 하였다. 도판회화(陶版繪畵)는 일반 평면회화와 다르다. 불을 맞는 소성(燒成) 과정을 거치면서 안료의 색과 농도, 붓의 터치, 덧바름 등의 결과가 크게 혹은 미세하게 변화하기 때문이다. 즉, 회화는 작가가 작업의 매 순간을 확인하고 조절할 수 있는 반면, 도판회화는 결과치를 작가 본인이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이때 도자기 역시 독특한 위치에 놓이게 되는데 캔버스의 대체 수단으로서만이 아닌, 하나의 독립된 영역에서 협업에 의미를 부여하는 요소가 된다.
회화 작가가 도자기 위에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도자기 제작과정에 대한 전문성과 함께 새로운 질료의 사용법을 터득해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김현지, 이정은 작가는 흙, 흙물, 유약, 불과 같은 미지의 재료 사용법을 익히고, 사군자나 문인화 등의 일반적인 도자 그림이 아닌 자신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먼저, 성형과 건조를 거친 기물이 초벌소성(燒成) 되어 도자기로 나오면, 세 명의 작가가 함께 모여 각자의 그림을 그린다. 유약을 바른 도자기를 가마에서 1280도의 고온으로 재벌소성한 이후에 나온 결과물을 참조하여, 다음에 이어지는 작업의 운필(運筆) -붓의 강약, 안료의 농담 등-을 경험치로 조절한다. 또한 같은 안료를 써도 가마에서 굽는 방법이나 온도에 따라서 그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가마에서 나온 자기들을 보고 작가가 각자의 색깔을 만들어내는 탐구과정이 필수적이다. 이는 도판회화의 난점인 동시에 작가로 하여금 긴장과 희열을 느끼게 하는 작업 지점이다. 이처럼 세 작가들은 자신의 작업 성격을 고수하면서도 색다른 협업 작품을 만들기 위해 약 3달에 걸쳐 주 3회, 매번 8시간씩을 함께 작업하며 한 회 평균 10장의 다기(茶器)를 제작해 내었다.
그리하여 나온 총 130 점 가량의 다기들은 김현지, 이정은, 성석진 세 작가들의 작업관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작품성을 가지면서 한편으로는 일상에 가까워졌다. 일반적인 생활도자기처럼 그릇의 형태를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작품으로서 감상할 수 있는 위치에 놓일 수 있게 된 것이다. 갤러리가비의 이번 전시는 도예와 회화의 자유로운 소통을 통해 만개한 백자 위의 가을 청화(淸花)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갤러리가비)
출처 - 갤러리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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