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켄드
2019년 1월 12일 ~ 2019년 2월 10일
2019년 1월 12일부터 2월 10일까지 위켄드와 2/W에서 진행되는 강동호의 개인전 <NEVERMORE>는 그동안의 작업들을 포함한 4개의 신작 회화들을 전시한다. 이번 전시는 신속한 복제와 손쉬운 소비를 미덕으로 삼는 우리 사회의 이미지성에 대한 강동호의 대답으로, 회화적이고 시적인 이미지들의 현재적 가치와 의미, 역할에 대한 고민들이 그 내용을 이루고 있다. 관객은 사진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사물과 풍경 오브제들, 색과 형태의 경계를 확인하는 초기 작업들부터 이미지의 병치와 그를 통한 이미지의 시적 사용, 형상과 배경 사이의 간계를 다루는 근래의 작업들을 보게 될 것이다.
회화에 있어 형상과 배경에 대한 논의는 1921년 덴마크의 심리학자 에드거 루빈(Edger Rubin)이 발표한 ‘루빈의 잔’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양쪽에 인간 얼굴의 측면이 있고 가운데 부분은 컵처럼 보이는 이 그림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여기서 어떤 형태를 먼저 인식하느냐에 따라 형상(Figure)과 배경(Ground)이 구분된다. 대상의 세부적인 부분들보다 그것이 가진 전체성을 먼저 지각하는 우리의 시지각적 작용은 게슈탈트(Gestalt)라는 말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게슈탈트 시지각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형상과 배경 사이의 선명한 경계선이 처음으로 형상에게 숨을 불어 넣으면 그것은 배경과 구분되는 볼록한 볼륨을 부여받고 시지각 작용의 전면으로 튀어나온다. 때로는 색상의 차이가 이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1초의 시간도 놓치지 않고 성실히 움직이는 우리의 눈동자는 형상과 배경 사이의 경계를 파괴하려 했던 수많은 회화적 시도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평면 위에 좇아갈 것, 좇아갈 만한 것, 좇아가도 좋을 것을 탐색한다. 강동호의 이번 전시는 이 1초의 시간에 이루어지는 둔탁한 시지각에 대한 예민한 접근이며, ‘형상은 어디에서 탄생하며 어떤 방식으로 의미를 가지는가?’라는 질문의 전제ㅡ즉 형상은 의미를 가지는 어떤 것이고 배경은 그것을 뒷받침하는 허공이라는 전제 자체를 거절하고자 하는 대답이다.
이번 전시에서 위켄드 공간에 놓인 4개의 신작들, <Nevermore>(2019), <Meeting>, <Wheeling>, <Breast-side Up>(2018)의 뚜렷한 컬러감들과 군데군데 파인 검정들은 그러한 질문에 전면으로 대립각을 세운다. 형상과 배경을 구분하는 차이는 단 두 가지의 색상으로도 표현될 수 있다. 어두운 것과 밝은 것, 흐린 것과 선명한 것 사이의 명료한 구분은 형상과 배경이 각자의 영역에서 각자 탄생한 것으로 보이게 하며 자기들 사이의 위계 질서를 이룬다. 그러나 강동호의 작업 위에서 우리의 눈은 형상과 배경이 불가사의한 형태와 색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형상이라고 보았던 것을 다시 한 번 본다면 그것이 사실은 다른 형상의 배경이었음을 깨닫게 되고, 배경이라고 보았던 것을 다시 한 번 본다면 그것이 사실은 다른 배경의 형상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강동호가 본인의 작업을 건축적이라고 일컫는 것은 형상과 배경 사이의 상호교환성과 매끈한 이음새들을 가리키는 맥락에서가 아닐까 하고 추측해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강동호의 화면 속에서 때때로 드러나고 있는 검은 색들은 형상과 배경의 차이를 사라지게 한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그러한 검은 색들이 완전히 자취를 감추는 것이 아니라 캔버스에 끈질기게 남아 여전히 형상과 배경 사이의 긴장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어디서부터 형상이 생겨나는가, 하는 질문은 검정 속으로 흡입되어 중요하지 않게 되고 오직 캔버스 위에 존재하는 블랙홀로써의 무한한 질량이 화면 안에서 일어나는 형상과 배경 사이의 균형을 잡고 있다. 이것을 주제로 한 강동호의 회화적 실험은 <Nevermore>에서 윤곽마저 용해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구성되고 말해지는 회화적 이미지는 하나의 표면 위에서 모든 것이 동질한 중요성을 지니게 된다. 긴 호흡으로 관객을 맞을 강동호의 작업들은 동시대 회화가 회화로써 하는 것과 해야 할 것에 대한 주장이다.
김나현 위켄드 공동 디렉터
출처: 위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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