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프로젝트 서울
2025년 7월 29일 ~ 2025년 8월 9일
전시 제목 <Chronostasis 크로노스타시스>는 그리스어로 시간χρόνος 과 멈춤στάσις에서 유래한 용어로, 새로운 자극을 마주한 순간, 시간이 멈춘 듯 길게 느껴지는 인지적 착각을 의미한다. 시계의 초침을 처음 바라볼 때 그것이 잠시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전시는 그런 착시의 시간 속에서, 고영과 심경아가 회화를 통해 감각하고 구축해낸 이미지와 서사, 그리고 기억의 층위를 탐색한다.
고영은 선명한 의미보다 비껴난 이미지에 주목한다. 이야기에서 미끄러진 조각들, 닳아 흐려진 형상, 연상의 여지를 남긴 채 표류하는 장면들을 수집해 유동적인 시공간을 구성한다. 그는 누락되거나 전유된 이야기, 감각의 잔재 같은 단서들을 낱장의 이미지처럼 조율하며, 의도적으로 해석을 유보한 채 파편을 엮어간다. 오늘의 이미지가 어제의 인물로, 사라진 풍경이 아직 도래하지 않은 이야기로 전화하는 과정 속에서 각 장면은 고정된 의미를 거부하고 새로운 서사의 문턱에 서게 된다. 그렇게 완결되지 않은 서사는 반복되고 어긋나며 또 다른 이야기로 확장되고, 그 엉성한 표상들은 새로운 타임라인과 설화를 구성해 나간다.
심경아는 불가역적인 일상 속 장면에서, 일시적이기에 더 강렬히 남는 기억의 잔상을 회화로 포착한다. 장면의 모든 요소가 아닌, 시간이 흐른 뒤에도 기억 속에 남는 작은 손짓, 옷, 먹었던 음식 같은 단편들을 아날로그 필름으로 축적하고 수집한다. 이후 그것을 잘라내거나 색을 변형하고, 서로 다른 사건의 흔적들을 흐리게 겹쳐내어 하나의 회화적 시간축으로 재구성한다. 그의 화면은 다층적인 기억의 단서들을 엮어, 유일하고도 응축된 시간의 장면을 만들어낸다.
두 작가는 추상과 구상이라는 서로 다른 회화 언어를 사용하지만, 모두 시간의 파편과 사건의 단서를 통해 감각적 내러티브를 구축한다. 이들의 작업은 시간이 단순히 과거에서 미래로 흐르지 않고, 기억 속에서 멈추거나 반복되는 순간들로 구성된다. 그 속에서 감각은 지연되고, 서사는 유동적으로 흐르며, 관람객은 자신만의 시간 인식을 돌아보게 된다. 마치 <Chronostasis 크로노스타시스>가 만들어내는 순간의 착시처럼, 이 전시는 정지된 듯한 찰나에 집중하며, 그 안에서 오히려 더 다층적인 시간의 결을 드러낸다.
참여작가: 고영 심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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