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도스
2022년 8월 10일 ~ 2022년 8월 16일
낯선 나로 바라보다
김민영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거울은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인간의 삶과 의식세계에 있어서 일상적이고도 필수적인 사물이며 중요한 도구이자 상징적 오브제로써 존재해왔다. 보통 거울은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 사람들이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비춰보기 위해 사용한다. 외출 전 거울을 보며 옷매무새를 살피는 등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는 행위는 타인의 시선에 맞추고자 하는 행동으로 볼 수 있다. 이렇듯 거울 속 이미지는 관찰자인 주체와 타인의 시점으로 동시에 반사되어 나타난다. 관련하여 정신분석이론가 자크 라캉의 정신분석이론에 따르면 거울은 스스로의 주체를 형성하고 타인과 환경, 사회를 받아들이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거울은 이중적인 면모를 드러내며 때로는 의미가 중첩되기도 한다. 실제로 우리는 평소 수없이 마주하는 사물임에도 불구하고 거울이 반사하는 실재의 반영이 동시에 다른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에 끊임없이 신비한 매력을 느낀다. 이처럼 자신의 모습을 거울을 통해 보는 행위는 주체가 타인의 시선으로 본인을 객관화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면서 자신에 대한 인식이 독립적인 주체로 성립되는 것이 아닌 외부 세계와의 상호관계 안에서 성립되는 것임을 의미한다.
이에 고은경 작가는 거울을 프레임으로 제공하여 거울에 비친 주체의 순간 이미지를 포착하고 그 공간 속 또 다른 반전된 이미지로 재생산하여 본인의 작품을 완성한다. 작가의 작품은 물감으로 채색하는 정통회화의 선입견에서 벗어나 재료나 기법에 구애받지 않는 자율성을 추구하는 현대회화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다. 작가에게 캔버스는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재료가 아니라 그 자체가 작품의 일부가 되어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물과 결합한 작업을 통해 열린 감상을 유도한다. 주된 작품 재료로 사용하는 거울은 특성상 빛의 반사를 통해 주체의 형상을 나타내는데 빛의 양에 따라 변화하는 이미지의 허상을 제공한다. 따라서 작품은 주변 공간의 요소와 환경에 따라 무한한 이미지로 반추가 가능하며 이러한 특성은 우리를 다차원적이면서 일차원적인 공간에 빠져들게 한다.
작가는 주로 거울 표면에 일정한 패턴의 구멍이 뚫려있는 한 겹의 레이어를 덧대는 작업을 한다. 이는 거울 속 차원의 공간에서 바라보는 시선과 관객이 그 안을 보게 되는 시선이 마주하는 순간, 그 두 공간의 분리를 위한 장치로 역할하게 끔 하는 작가의 의도로 나타난다. 이처럼 평범한 거울에 물성을 가하여 변형시키는 행위는 실상을 왜곡되어 보이게 한다. 이러한 작업은 구멍이 뚫려있지 않은 레이어에 의해 가려진 부분의 그 경계를 알 수 없기에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껏 상상하게 만든다. 나아가 발자국 위치를 달리할 때마다 변화하는 이미지는 매순간 다른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본 전시는 거울을 통해 다양하게 변화하는 이미지로 감상하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관객의 상상세계와 내면세계로 채울 수 있는 빈틈을 남겨줌으로서 창조적이고 의미 있는 작품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데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작품 속에 자신의 모습을 온전히 비추어 자아가 중심이 된 삶을 투영하고 그 모습을 낯설게 바라보며 성찰하는 내면의 성장과정을 거치고 있다. 관람객 또한 작품에 비친 시각적인 현상 너머의 세계로 눈을 돌리고 이윽고 그것이 바로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일임을 깨닫게 된다면, 그때서야 비로소 거울 속 내 모습이 낯설게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참여작가: 고은경
출처: 갤러리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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